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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May 10. 2022

다이어트 결심 첫날의 밥상

바디 프로필 도전과 부추 닭백숙

    그동안 <식탁을 채우는 이야기> 매거진에 업로드가 뜸했죠? 사실 8월에 바디 프로필 촬영을 목표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처럼 먹는 거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늘어진 뱃살 때문입니다. 30살이 넘어가니 신체의 변화를 인정해야죠. 피부 탄력도 떨어지고 한번 붙은 살이 잘 빠지지도 않더라고요. 미용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건강도 생각해야 했어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몸을 일으켜 침대 밖을 나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두 시간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꼼지락거려야 겨우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니까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9주째,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식단표를 보내줬을 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랄까? 정말 닭가슴살과 고구마, 토마토만 있는 식단이더라고요. "이렇게 먹고 어떻게 살아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 걸 꾹 참았습니다. 저는 저를 잘 알거든요. 이렇게 먹다간 일주일도 못 버틴다는 것을요. 먹는 즐거움을 다 포기하면서 바디 프로필을 찍어봤자, 금방 식욕이 터지고 말걸요? 그래서 맛있게 먹으면서 뺄 수 있는 다이어트 음식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워낙 영상도 자료도 많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다이어트 레시피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고심 끝에 다이어트 첫 번째 날은 부추 닭백숙으로 한 상 차렸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잊지 않고 챙겨 먹는 봄 채소들이 있습니다. 미나리, 두릅, 부추 같은 것들이죠.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곰이 씁쓸한 약초를 먹고 뱃속을 정화하는 것처럼, 봄에는 으레 맵고 쓴 새순들을 먹어야 합니다. 그중에 부추는 보약처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인데요. 여기에 닭백숙을 함께 먹으면 고단백에 소화도 잘 되는 다이어트 메뉴가 완성됩니다.


    닭 한 마리 준비해서 날개 끝부분과 꽁지에 기름 부위를 제거해주세요. 장갑을 끼고 가위로 잘라내면 간단합니다. 흐르는 물에 닭을 씻어주는데 몸통 안쪽을 꼼꼼히 씻어야 해요. 뼈 사이에 피가 고여 있으면 여기서 잡내가 나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지 않거든요. 넉넉하게 물을 담은 냄비에 닭을 넣고 끓여줍니다. 통마늘도 한 줌 넣고, 양파도 한 개 반으로 잘라서 넣고, 대파도 손으로 뚝뚝 끊어 넣습니다. 요즘에는 닭백숙용 티백도 나오더라고요? 인삼 말린 것과 대추와 약초 등을 간편하게 티백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더군요. 이런 거 하나 넣고 끓이면 되니까 너무 간단하죠! 닭고기가 부드러워지도록 40분 동안 푹 끓여주세요.


    닭이 끓는 동안 부추를 다듬어 줍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부추는 다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 있어서 좋아요.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가 빠지도록 세워둡니다. 부추를 끓이면 숨이 죽을 테니 넉넉한 양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저는 가족들과 먹을 거라 한단을 다 씻어서 준비했어요. 닭 육수에 부추를 데쳐서 먹을 건데 길면 먹기 불편할 것 같아요. 5cm 정도 사이즈로 잘라줍니다. 닭 육수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부추를 한 줌씩 넣고 샤부샤부처럼 건져 먹으면 됩니다.    

     부추를 다듬 고도 시간이 남으니 그 사이에 곁들임 오이 무침을 만들어요. 닭백숙이랑 오이소박이를 같이 먹어도 참 맛있는데... 아쉬운 대로 오이무침이라도 먹어야죠. 오이의 껍질은 듬성듬성 초록색 껍질이 남도록 깎아요. 동그랗게 5mm 정도 두께로 썰어줍니다. 동그란 모양이 귀엽고 하나씩 집어먹기 좋더라고요. 식초와 소금, 설탕을 뿌려 오이를 절여줍니다. 생각보다 물이 많이 나올 거예요. 오이에서 나온 물은 버리고 참기름 한 스푼과 통깨 한 스푼을 갈아서 뿌려주면 됩니다. 참기름 향도 고소하지만 갈아놓은 통깨에서 풍기는 향이 참 좋아요. 오이 무침 하나 후딱 만들었으니 이제 양념장만 만들면 됩니다. 


    양념장도 정말 간단해요. 간장, 식초, 연겨자,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섞어주면 돼요. 식초와 연겨자가 미세하게 남은 닭 비린내도 잡아주고 입맛을 돋워줍니다. 여기에 대파를 좀 다져 넣으면 좋아요. 대파 한대 꺼내서 절반은 다져서 양념장에 넣고 절반은 어슷 썰어 닭 육수에 함께 끓였습니다. 푹 익은 대파도 달큼하니 맛이 좋잖아요.

    냄비에 닭을 얌전히 담고 육수를 부은 다음 부추를 수북이 쌓아줍니다. 식탁 위에 인덕션 올려서 뜨끈하게 끓이면서 먹을 거예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샐러드를 많이 먹는데 가끔 뜨끈한 국물이 그립잖아요. 모락모락 오르는 김을 후후. 뽀얀 닭고기 살에 향긋한 부추를 한 움큼. 새콤 달콤 매콤한 양념에 콕 찍어 먹으면 건강하게 살 빠지는 느낌이에요.

    닭은 다이어트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죠. 지방이 많은 다리나 날개 부위는 제외하고 닭가슴살 위주로 먹긴 하지만요. 닭 한 마리 삶아서 다리와 날개는 가족들 주고, 저는 닭가슴살만 골라 먹으면 됩니다. 가족들 끼니를 챙겨야 하는 주부가 있다면 이렇게 식사 준비해도 좋을 거예요. 닭 한두 마리 푹 삶아서 부추와 양념장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살 빼는 게 요즘 다이어트 트렌드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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