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밥 못 잃는 한국인 다이어터에게 바침
입맛이 흥선대원군입니다
독일에서 1년간 살았을 때도 한국음식만 찾다 독일 대장금이 되었다죠. 한국 식당도 찾기 힘들어서 먹고 싶은 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거든요. 요리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식 파티를 열어줄 정도였답니다. 이스라엘에서 온 한 친구는 제가 만든 찜닭을 먹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닭이 아니라 당근을 먹고는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는 당근이야!" 라고 감탄한게 웃음 포인트지만요.
빵? 파스타? 너무 맛있지만 밥 없이는 식사가 아니라 간식일 뿐이죠. 제대로 된 한끼는 밥과 국, 김치와 반찬들을 늘어놓은 한 상입니다. 저처럼 한식입맛을 가진 분들은 다이어트가 더 어려울 거예요. 얼큰한 찌개도 매콤한 고추장, 고춧가루 없이 만드는 밋밋한 다이어트 음식이라뇨. 거기다 탄수화물 줄인다고 밥도 점점 적게 먹어야죠. 요즘 제 소원은 갓지은 흰쌀밥에 김치를 먹는 거랍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점점 더 소박한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그래도 여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죠. 굳은 결심으로 다양한 다이어트 밥레시피를 공부했답니다. 밥없이 못사는 밥순이가 8주간 체지방 5kg 감량한 밥줄이기 단계를 알려드릴게요.
정제탄수화물에서 복합탄수화물로 바꾸는 시기입니다. 양에는 상관없이 흰쌀을 현미쌀로 바꿔서 식사하기만 하면 되요. 배가 고프다면 양을 늘려서 먹어도 됩니다. 현미와 찰 현미를 1:1로 섞어서 밥을 지어도 좋습니다. 현미와 찰현미를 섞으면 껄끄러운 식감이 줄어들어요. 쫀득한 식감이 더해지니 먹기에도 편하죠.
다이어트를 하면 구황작물과 친해집니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고구마와 단호박이 있죠. 고구마를 따로 쪄서 먹어도 좋지만 밥할 때 같이 넣어도 맛있는 고구마 밥이 됩니다. 고구마와 단호박의 단맛이 더해지면 현미밥의 맛도 좋아요. 감자를 넣을수도 있지만 감자밥은 냉장보관하면 맛이 떨어집니다. 갓 지어서 먹을 만큼만 하는게 아니라면 감자보단 고구마와 단호박을 넣어요. 밥을 다 짓고 섞어주면 부드럽게 으깨져서 먹기 좋고 양도 늘어나죠.
이제 양을 줄이는 타이밍입니다. 처음에는 양조절 상관없이 현미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한끼에 100g씩 먹어요. 한공기 300g 짜리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두고 한 공기를 하루에 2-3번 나누어 먹습니다. 매번 100g씩 재서 먹는게 귀찮으니까요.
밥 양을 줄이는데 익숙해졌다면 현미에 다른 곡물을 섞어보세요. 귀리는 씹는 식감도 좋고 식이섬유도 많아서 다이어트에 도움 됩니다. 또 쌀보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꼭 필요한 식재료예요. 통귀리와 현미를 충분히 불려서 밥을 지으면 톡톡 터지는 귀리 식감이 일품입니다. 이 '꼭꼭 씹는 식감'이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지 않겠어요?
현미 : 귀리 : 콩 을 1:1:1 비율로 해도 좋아요. 밥에 넣기 좋은 콩은 렌틸콩도 좋고 요즘 제철인 완두콩도 맛있어요. 여러가지 콩을 섞어 1컵 정도 넣고 밥을 해도 좋습니다. 콩과 함께 불려주고 물은 현미와 귀리 만큼 넣어주면 되요. 만약 현미 1컵과 귀리 1컵, 콩 1컵을 넣고 밥을 한다면 물은 2컵만 넣는게 좋겠죠? 전 병아리콩을 넣어서 밥을 짓습니다. 익으면 파근파근하게 뭉그러지는 병아리콩이 좋더라구요. 콩은 취향껏 넣으시면 되고 콩이 아니라 두부를 으깨어 넣어도 좋습니다. 다진 당근과 으깬 두부를 넣고 두부밥을 만들어도 별미죠.
다이어트 하면 뺄 수 없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곤약인데요. 곤약은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고 칼로리는 낮습니다. 보통 곤약은 간장 조림으로 먹거나 곤약면, 곤약떡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요. 조림에는 간장과 설탕이나 물엿이 들어갈 때가 많아서 당이 높아요. 다이어트를 위한다면 좋은 조리법이 아닙니다. 저는 밥알 모양으로 만들어진 곤약쌀을 밥 지을 때 섞어요. 곤약쌀을 익히면 제법 쌀밥같아요. 흰쌀밥에 섞어주면 감쪽 같을 정도입니다. 쿠팡에서 200g씩 포장된 습식 곤약쌀을 사용하는데 한 봉지 14kcal입니다. 10개에 12900원이니 한봉지 1290원으로 저렴하죠. 곤약쌀을 흐르는 물에 헹궈준 후 밥위에 올려 지으면 끝입니다. 충전수에서 냄새가 나지만 밥을 짓고나면 냄새가 사라져요. 물은 쌀의 양만큼만 넣으면 됩니다.
한끼에 100g씩, 하루 300g 먹던 것도 줄일 때가 왔습니다. 아침 첫끼만 든든하게 밥으로 먹고 나머지 끼니는 고구마나 단호박을 먹는거죠.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찬을 이것저것 꺼내놓고 먹는것도 불편해요. 어린이용 식판 하나 사서 반찬과 밥을 담아먹습니다. 밥을 줄이면 배고픔이 자주 느껴져요. 대신 채소를 많이 먹어주는 편입니다.
1단계 흰쌀밥에서 현미밥으로 바꾸기만 해도 체지방이 2kg가 빠졌어요. 그만큼 정제탄수화물보다 복합탄수화물을 먹는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죠. 처음부터 각 단계를 정해놓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먹는 양을 줄여나가는 거죠. 갑작스럽게 강도높은 식단을 하면 너무 힘들잖아요. 몸에도 적응할 시간을 주는게 좋아요. 곧 여름이니 다이어트 결심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늘 내일로 미루는게 다이어트지만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게 좋지 않겠어요? 오늘 당장 현미밥으로 바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