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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Nov 19. 2022

5가지 고추와 대창 한 끼

모츠나베와 대창구이 해 먹는 일상

    대창은 기름기가 많아 전처리가 필요합니다. 된장 한 숟갈 푼 물에 대창 6 덩이를 넣고 30분간 삶아주었어요. 1kg에 9 덩이 들어있는데 3 덩이는 남겨 두었다가 다른 요리에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대창을 볶아서 밥 위에 올린 대창 덮밥이나 대창을 넣고 끓이는 매콤한 낙곱새나 곱창과 닭을 함께 요리하는 곱도리탕에 넣어도 좋을 것 같네요. 대창을 한번 삶아서 물을 버리면 기름기와 잡내를 조금 제거할 수 있어요. 채반에 올려서 한 김 식혀두고 3 덩이는 모츠나베에, 3 덩이는 구이로 사용해줄 겁니다.

    모츠나베는 1945년 이후 규수 지방의 후쿠오카에서 생긴 요리라고 합니다. '모츠'라는 단어는 내장을 의미하는데 소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도 포함한다고 해요. 주로 간장 베이스로 만들지만 미소된장으로 맛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함께 들어가는 재료도 양배추, 부추, 두부 등의 기본 재료에 우엉이나 대파 같은 단맛 나는 채소를 더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내장에서 우러나는 녹진한 기름기가 국물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전골요리예요. 저는 오늘 부추와 양배추, 두부만을 이용해서 모츠나베를 만들었는데, 두 번째 끓여 먹을 때 청경채와 대파를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청경채도 잘 어울리고 대파도 달큼하니 맛있어요.

    전골냄비 바닥에 양배추를 한입 크기로 잘라 잔뜩 넣어줍니다. 양배추 위해 두부 한 줄, 부추 한 줄, 대창 한 줄 예쁘게 담아주면 끝입니다. 부추 위에 페페론치노와 건고추를 잘게 잘라서 올려 줬습니다. 페페론치노는 톡 쏘는 듯한 매운맛을, 건고추는 은은하게 퍼지는 매운맛을 주죠. 느끼한 대창의 기름기에는 매운 고추가 필수입니다. 냄비에 가다랑어포와 다시마 육수 3컵, 국간장 ¼컵, 미림 ½컵을 넣고 필요하다면 물 1컵을 더 넣어주세요. 이제 채소가 익을 때까지 끓여주기만 하면 완성입니다.

    나베가 끓고 있는 동안 팬에 약불로 대창을 구워줍니다. 대창에서 녹아 나온 기름에 통마늘, 꽈리고추, 감자, 새송이 버섯을 구워줍니다. 약불로 대창의 전체면을 굴려가면서 익혀야 질기지 않고 바삭하게 구울 수 있습니다. 잘 구워진 대창은 가위로 자를 때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요. 기름이 팬 바닥에 녹아 나오면 오래 익혀야 하는 감자와 마늘부터 넣고 구워주세요. 꽈리고추는 살짝 그을릴 정도만 구워주면 됩니다. 모든 채소는 굽기 전에 물기를 잘 제거해야 기름이 튀지 않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양념장과 부추 무침도 간단해요. 청양고추 8개를 잘게 다지고 간장에 절인 고추지 4개를 잘게 다져줍니다. 간장에 절인 고추지에서 많은 감칠맛이 녹아 나오죠. 고추지가 엎는 분들은 청양고추를 더 많이 넣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진 고추에 식초와 국간장, 매실청을 취향껏 넣어 새콤하고 매콤하고 짭짤한 양념장을 만들어 주세요. 부추 무침에는 채 썬 양파와 고춧가루, 소금, 설탕, 식초를 넣고 통깨를 듬뿍 뿌려 완성합니다. 이 부추의 알싸한 맛이 대창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요.


    모츠나베와 대창 구이, 두 가지 요리를 완성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대창을 삶아주는 동안 재료를 준비하고 모츠나베를 먼저 만들어서 식탁에서 끓이는 동안 대창을 구워줬습니다. 그 사이 배고픈 식구들은 알아서 밥상 세팅을 끝내 놓고 대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네요. 이 날의 식탁에는 시원한 맥주가 빠질 수 없겠죠?

    모츠나베의 국물은 정말 달콤합니다. 양배추에서 우러난 단맛과 대창의 기름기가 풍미 있는 국물을 만들어 줘요. 페페론치노와 건고추의 매콤함이 지루하지 않은 매력을 더합니다. 이 국물이 잘 배여든 두부의 맛과 향긋한 부추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맛이 입 안을 즐겁게 자극합니다. 청경채는 아삭한 맛을, 대파는 달콤한 맛을 더해줘요. 청양고추와 고추지로 만든 양념장을 찍어주면 채소와 대창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페페론치노, 건고추, 청양고추, 고추지의 4가지 다른 매콤함과 감칠맛이 기본적인 재료의 맛을 꾸며주는 역할을 하죠.

    이 고추 양념장은 대창 구이와도 잘 어울립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 탱탱한 식감에 청양고추가 아삭하게 씹히면 금상첨화예요. 근데 사실 가장 맛있었던 건 대창 기름으로 구운 꽈리고추였답니다. 다음으로는 마늘과 감자, 버섯이 맛있어요. 대창보다 대창과 함께 구운 채소들이 훨씬 맛이 좋아요. 소기름이 채소의 풍미를 더해주는 모양입니다. 대창을 구워드신다면 꽈리고추는 꼭 같이 구워드세요. 생각지도 못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창 맛이 궁금하다'는 작은 호기심에서 대창 구이와 모츠나베까지 완성했어요. 맛은 좋은데 설거지가 쉽지 않겠어요. 키친타월로 접시를 한 번씩 닦아서 소기름을 제거해주고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해야 그나마 미끈거리지 않습니다. 뒷정리도 가족들과 함께 하니 금방 끝났습니다. 설거지는 어머니께서, 저와 동생은 식탁을 정리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식탁을 깨끗하게 닦아주셨어요. 이렇게 오늘 한 끼도 다 같이 즐겁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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