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닭가슴살 소시지 영양 성분 사태를 지켜보면서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어요. 양심 있게 판매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지만요. 기업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인 집단이고, 그들의 이익과 내 건강은 관계없을 겁니다. 너무 부정적이라고요? 현실적인 거라고 항변하겠습니다.
결국 내 손으로 지은 밥이 내 건강을 지킬 거라며 장을 보러 마트에 갔습니다. 근데 밥상 물가가 호달달 하네요. 시금치 한 단 5980원, 콜라비 한 개 1680원, 감자 한 봉지 5980원, 계란 한 판 6950원....... 괜히 30% 할인 상품을 집어 들고 카드 할인 제품을 고릅니다. 가공식품은 믿을 게 못되고 식재료는 너무 비싸니, 우리 같은 서민들은 한숨만 팍팍 나오네요. 무 한 개 사려고 했는데 냉장고에 남은 토막이 생각나서 내려놓았어요. 쓸데없이 낭비하지 말고 아껴 써야겠죠? 오늘은 채소 듬뿍 넣은 비빔밥과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소고기 된장찌개 끓이려고요.
무대신 콜라비로 생채를 만들면 수분이 적게 나와서 좋아요. 1인 가구에서는 큰 무를 한통 사면 다 못 먹고 버리는 일도 있을 텐데 콜라비는 크기도 작아서 경제적이죠. 콜라비(Kohlrabi)는 독일어랍니다. 독일어 Kohl은 양배추라는 뜻이고 Rabi는 순무래요. 이름 그대로 양배추와 무를 교접한 십자화목 배추과 식물입니다. 양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케일과 친척뻘 되는 채소예요. 색은 예쁜 보라색인데 껍질을 감자칼로 깎고 요리합니다. 새콤달콤한 피클을 만들 수도 있고 무처럼 찌개를 끓일 수도 있어요. 생으로 먹으면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나서 물기 없는 무 같은 맛입니다. 열량은 낮고 섬유질이 많아서 다이어트용 간식으로 많이 추천합니다.
저는 콜라비를 무생채처럼 만들어서 자주 먹어요. 무에는 수분이 많아서 생채를 만들어 놓으면 물기가 많은데 콜라비는 그렇지 않거든요. 소금을 뿌려도 수분이 많이 나오지 않고 오랫동안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이 살아있죠. 콜라비에 고춧가루, 소금, 식초로만 간을 해주었는데 반찬으로 두고 드실 거면 설탕을 조금 넣어서 새콤달콤 하게 드셔도 좋습니다. 식초를 넣었으니 통깨를 넣는 게 좋아요. 참기름 향이 강하면 식초의 새콤한 맛과 어울리지 않거든요.
표고버섯은 채 썰어서 기름도 넣지 않고 마른 팬에 볶아두었어요.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쓰면 표고향이 묻혀요. 기름 없이 달달 볶아주면 향도 살고 식감도 고기처럼 쫄깃해집니다. 채 썰은 당근은 기름 살짝 넣고 소금 간해서 볶아주고 데친 콩나물은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양념해요. 반찬으로 먹으려면 다진 마늘 조금, 참기름도 조금 넣으면 맛있죠. 시금치는 데쳐서 물기 짜낸 후에 멸치간장 한 스푼 넣고 깨를 뿌려서 양념합니다. 해풍을 맞고 자랐다는 시금치는 데치기만 해도 달콤한 맛이 좋아요. 직접 요리를 하면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게 제일 큰 장점이죠.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비빔밥 나물을 만들 때 참기름을 넣지 않았어요. 비빔밥을 만들 때 모든 재료에 다 참기름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기름양이 너무 많아집니다. 각 나물에는 참기름을 넣지 마시고 비비기 전에 밥에 참기름을 뿌려야 향도 즐기고 먹는 기름양도 조절할 수 있어요. 참기름은 참깨를 볶은 후 기름을 내기 때문에 산화가 빨라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을 반찬에는 뿌리지 않는 게 좋아요. 늘 먹기 직전에 조금만 뿌려주세요.
나물 준비가 얼추 끝나면 밥을 지을 차례예요. 보리쌀 1컵에 백미 1컵 섞었고 감자 한 알같이 넣어 밥을 지었죠. 파근파근하게 부서지는 감자와 톡톡 터지는 보리의 식감이 좋아요. 보리는 먼저 씻어서 불려두고 1시간 후에 쌀 한 컵 더해서 씻어 주세요. 밥 할 때 감자를 넣는데 감자는 식거나 냉동하면 맛이 없어져요. 한 번에 먹을 정도만 넣으시고 냉동 보관하는 밥에는 넣지 마세요. 쌀뜨물은 된장찌개 끓일 때 사용할 거니까 버리지 마시고요.
냉동실에 남은 우삼겹을 넣어 구수하게 된장찌개를 끓일 거예요. 약불에 팬 올리고 우삼겹을 한 줌 볶아서 기름이 나오면 거기에 대파와 된장 한 큰 술 넣고 볶아주세요. 소기름과 된장을 함께 볶으면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더해집니다. 냄비에 볶은 고기와 쌀뜨물을 넣고 감자, 무를 넣고 한소끔 끓여주세요. 무와 감자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와 청양고추, 다진 마늘 반스푼, 고춧가루 반스푼, 두부 반모를 넣고 끓여줍니다.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줄수록 두부에 된장이 스며들어 맛이 좋아요.
식탁에 나물 반찬 늘어놓고 가운데 자박하게 끓인 우삼겹 된장찌개를 올려줍시다. 감자 넣은 보리밥도 푸고 반숙으로 적당하게 익힌 계란 프라이 하나 올려줘야죠. 원하는 나물 마음껏 넣고 볶음 고추장 한 숟갈에 참기름 한 바퀴 빙 둘러줍니다. 참기름 향이 고소하니 식욕을 자극하죠. 쓱싹쓱싹 비비다가 된장찌개 두부를 건져서 비빔밥에 넣고 으깨서 비벼줘요. 잘 비벼지면 입 크게 벌리고 와구와구 먹어줍니다. 비빔밥 먹을 때는 체면 차릴 것 없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보리와 신선한 채소들, 고소한 참기름과 고추장과 된장의 맛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모든 재료를 씻고 채 썰고 데치고 따로따로 양념을 하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콜라비와 당근을 통통통통 채 썰면서 뭔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절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것처럼, 칼과 도마가 부딪히는 소리가 명상음악을 듣는 것 같았어요. 내 몸을 위해 정성껏 한 끼를 준비하는 일이 주는 안도감. 손으로 재료를 만지고, 팬에 볶는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나고, 알록달록한 채소의 색을 보고,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들이 저의 오감을 자극하는 행복한 순간이었답니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에는 건강한 행복이 깃들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