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처럼 안아줘>-프롬 (feat.카더가든)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닐지라도 나를 다 던지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외로움과 두려움, 저열한 욕망까지도 다 토해낼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진심으로 그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진심으로 사랑받고 싶은 모순. 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냥 가끔 안기고 싶었다. 마치 내일이 없을 것처럼,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습한 여름날 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물결에 부스러지는 강가에 앉으면 즐거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름 한강변에는 밤낮없이 젊은 사랑이 뜨겁다. 달라붙는 모기처럼 떠오르는 기억을 떼어내려 애썼다. 더운 손바닥이 허벅지에 닿으면 땀에 끈적이는 피부가 떠올랐다. 젖은 머릿결 사이로 들이쉰 체취도. 그을리고 마른 몸선과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도.
다섯 가지 감각으로 누군가의 육체를 기억할 수 있다면, 영혼을 기억해 내는 매개체는 무엇일까? 주고받은 말들은 늘 겉돌았고 한 번도 마음에 닿은 적이 없었다. 함께 할 때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여전히 그렇다. 다만 그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답지 않은 투정을 부릴 때 아이처럼 품고 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길고양이 같은 남자를 좋아하네."
점쟁이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제 취향을 어찌 아시고. 듣던 대로 용하시네요. 입바른 소리에 들뜬 점쟁이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아가씨는 품종묘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야. 길고양이처럼 외롭고 안쓰러운 남자를 보면 지나치지를 못해. 그래서 눈 낮다는 말을 많이 듣지?"
더 이상 점쟁이의 기분에 맞춰주고 싶지 않아 에둘러 답했다. 재미 삼아 연애운이나 물어보려 했더니 어딘가를 꿰뚫린 것 같아 불쾌하다.
"길고양이를 키우는 건 사실이에요."
그 순간 키우는 고양이와 그 남자가 동시에 떠올랐다.
안쓰러운 마음에 모질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끝난 관계를 지지부진하게 이어오며 내 미련스러움을 탓했다. 그러나 좀 더 진실하자면, 그것은 이기심이었다. 그의 외로움을 품어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의 외로움을 채우려 했다. 종종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차오를 때는 그가 나의 격정을 받아내곤 했다.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터뜨렸다. 그는 날 가지지 않았으니 버릴 수 없고. 나 또한 그랬다.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과 자유가 있다. 마음껏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자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지 않는 자유. 오직 주관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자유. 그런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원했던 순간만큼은 뜨거웠으니. 더운 여름밤엔 눅눅한 침대시트 위에 늘어진 육체와 닿지 못한 영혼을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C-y21sRN80
어지러운 슬픔이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아줘
엉키는 마음은 꿈에선 다 잊게
영원처럼 안아줘
오 도시의 노을이 창가에 스며
오 조금씩 발에 닿는 상실의 온기
언젠가는 나의 환희가 될지도 모르는
아픔일 거야
어지러운 슬픔이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아줘
엉키는 마음은 꿈에선 다 잊게
영원처럼 안아줘
오 도시의 눈빛은 문을 두드려
오 조금씩 사라지는 방안의 실루엣
언젠가는 나의 위안이 될지도 모르는
슬픔일 거야
온 새벽을 받쳐 피어오른 내 사막에도
말없이 나란히 새긴 너의 발자국을 보네
두 눈을 감으며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아줘
엉키는 마음은 꿈에서 다 잊게
영원처럼 안아줘
영원처럼 안아줘
영원처럼 안아줘 영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