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맛있는 밥을 먹는다는 건...
붉은 장미가 지고 푸른 수국이 만개하는 계절입니다. 6월에서 8월까지가 수국꽃의 절정이죠. 누군가 좋아하는 색을 물어본다면 청보라색이라고 답합니다. 빨간색보다 파란색을 더 많이 섞고 연한 파스텔 같은 뽀얀 색감의 보라색을 좋아해요. 그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라벤더 꽃이나 푸른 수국꽃의 색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만개한 수국을 보면 참 낭만적이에요. 물기를 머금고 보라색 꽃잎과 초록색 잎에 생기가 가득 차오릅니다. 정원이 있는 집을 사게 된다면 좋아하는 보라색과 파란색 꽃으로만 심고 싶어요. 장미 중에 블루문이라는 품종은 아주 예쁜 연보라색을 가지고 있어요. 연자줏빛의 등나무로 그늘을 만들고 라벤더 향기와 장미, 수국이 가득한 정원은 상상만 해도 예쁘네요. 당장은 상추도 제대로 못 키우는 초보 식물 집사지만요.
긴 산책을 다녀와서 저녁을 지었어요. 어제 사놓은 소고기 안심으로 스테이크 솥밥을 하려고요. 간단하게 솥밥 하나만 만들어도 제법 근사하니까 오늘 같이 감상적인 날에는 스테이크 솥밥입니다.
담백한 안심 스테이크 솥밥(2~3인분)
재료 : 불린 쌀 1컵, 스테이크용 안심 300g~400g, 부추/쪽파/대파(집에 있는 걸로 준비하기), 마늘 많이
양념 : 소금 약간, 진간장 1T, 미림 1T, 칠리 후레이크(생략 가능)
1. 스테이크용 고기에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려 밑간하고 쌀은 미리 씻어서 30분 정도 불립니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저민 마늘을 약불에 구워줍니다. 마늘은 키친 타월에 건져 두고 마늘 기름 1T를 솥밥용 냄비에 두르고 예열합니다.
3. 달궈진 솥에 불린 쌀을 넣고 마늘기름에 살짝 볶아줍니다. 간장과 미림을 넣고 살짝 볶아준 후 물 1컵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10~12분 중약불로 밥을 짓습니다.
4. 밥을 짓는 동안 스테이크를 원하는 굽기로 익히고 레스팅합니다. 레스팅 하는 동안 핏물이 나오기 때문에 구운 후에 호일로 감싸서 레스팅해야 좋아요.
5. 밥이 다 지어지면 밥 위에 부추나 대파, 쪽파를 취향껏 올리고 마늘 후레이크와 스테이크도 올려서 5분간 뜸 들입니다.
6. 마지막에 칠리 후레이크를 살짝 뿌리고 섞어서 드시면 됩니다.
*1T= 큰 테이블 스푼, 큰 술, 15ml
*1컵=250ml
쌀과 물은 1:1 동량으로 잡으면 되니까 식구가 많으면 쌀과 물을 같은 비율로 늘리면 돼요. 간장 1T이면 간이 삼삼한 편이라 반찬을 같이 먹으면 딱 맞아요. 저는 아삭한 머위장아찌랑 먹었지요. 밥으로만 간이 똑 떨어지길 원하시면 간장 양을 더하시거나 고기에 소금 간을 넉넉하게 하셔야 해요. 구운 마늘이 맛있으니 한 줌 가득 썰어서 기름에 튀겨 주세요.
부추나 쪽파는 다진 대파로도 대체하실 수 있고 마늘종이나 아스파라거스도 잘 어울립니다. 취향껏 녹색 채소로 골라 주세요. 스테이크는 채끝이나 부챗살, 살치살로도 가능하고 안심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데다 고기가 부드러워서 솥밥과 잘 어울려요. 칠리 후레이크는 생략하셔도 되지만 조금 뿌리면 비주얼도 좋고 매콤한 맛을 더해줘서 잘 어울려요. 버터나 계란 노른자까지 추가해도 되지만 저는 담백한 게 좋아서 뺐습니다.
고기가 부드럽고 밥의 양념도 짜거나 달지 않아서 담백하게 술술 넘어갑니다. 열무김치나 머위장아찌, 꽈리고추 볶음 같은 반찬이랑 같이 먹으면 딱 맞아요. 아삭한 단무지나 궁채 장아찌 같은 반찬도 잘 어울리겠어요. 구운 마늘이 향긋하고 부추와 대파도 향이 좋아요. 이 맛있는 걸 혼자 먹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적적하네요. 우리 집 고양이랑 스테이크 솥밥을 나눠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문득 스쳐가는 생각.
'아... 결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