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보약이다!
요즘 같은 영양과다 시대에 무슨 보양식이냐?
영 틀린 말도 아닙니다. 어딜 가나 먹을 것이 넘쳐나고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 움직이면 어떤 음식이든 재깍 배달되는 시대지 않습니까. 달고 기름진 빵과 디저트부터 시작해서 닭이며 돼지며 소며 온갖 고기 요리도 쉽게 먹을 수 있죠. 보릿고개마다 굶주리고 마을 잔치라도 하는 날이 아니면 고기는 구경도 못하던 시절도 아닌데 보양식을 챙겨 먹는 일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아무리 맛있고 기름진 메뉴라도 연일 외식만 하면 속이 헛헛하고 기운이 떨어집니다. 저도 알아요. 마치 할머니가 '바깥 음식만 먹으면 속 버리니 집에서 밥 먹어야 한다'라고 잔소리하는 것 같죠. 저는 철근도 씹어먹는다는 10대에도 집밥이 최고라고 외치던 애늙은이 입맛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여행할 때 2~3일 외식하거나 배달음식을 2번 이상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몸이 붓더라고요. 그럴 때면 역시 집밥이 보약이라며 따끈한 밥과 국, 엄마 표 김치와 반찬을 먹습니다. 그래야 소화도 잘 되고 기운이 나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연일 비도 오니 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닭 한 마리 사다 고아 먹어야지 했는데, 그냥 평범한 백숙은 싫더라고요. 얼큰하게 고춧가루 양념해서 집에 남은 부추 한 줌 넣고 빨간 닭곰탕을 한번 끓여봐야겠다 싶었지요. 어디서 레시피를 보고 한 것은 아니고요. 예전에 부추닭백숙 해 먹었을 때 매콤하면 더 맛있겠다 싶었던 게 생각나서 해봤어요. 마침 유튜브랑 구글에 검색도 해봤는데, 얼큰 부추 닭곰탕 레시피는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레시피 개발자라고 기억해 주세요!
얼큰 부추 닭곰탕(2~3인분)
재료 : 닭 한 마리(800g 이상), 양파 반 개, 대파 2대, 청양고추 2~3개, 부추 한 줌, 통마늘 5~6개, 당면(선택)
양념 : 다진 마늘 2t, 고춧가루 3t, 맛소금 1t, 국간장 1T, 생강가루 약간, 후춧가루 약간
1. 냄비에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대파 2대 파란 부분, 양파 반 개, 통마늘을 넣고 20~30분 중 약불에 삶아 줍니다.
2. 닭의 살을 발라내고 다진 마늘, 고춧가루, 생강가루, 후추 넣고 청양고추와 대파의 흰 부분을 다져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양념합니다.
3. 양념한 닭고기에 육수를 넣고 부족한 간은 국간장을 추가해서 한소끔 끓입니다.
4. 손가락 마디 길이로 자른 부추 한 줌을 넣고 불을 끕니다.
*t=작은 테이블 스푼, 작은 술, 5ml
*T=큰 테이블 스푼, 큰 술, 15ml
당면을 넣고 싶으면 미리 30분 이상 당면을 불려두었다가 닭고기와 육수를 넣고 끓일 때 넣어주세요. 부추를 넣고 나면 잔열로도 충분히 익으니까 바로 가스불 끄시면 됩니다. 닭고기를 푹 삶는 데다 결대로 찢어주면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갑니다. 밥 한 숟갈 말아서 먹어도 맛있고 당면 사리 넣어서 먹어도 맛있어요. 닭고기 살에 미리 간을 해야 간이 골고루 배서 맛있어요. 육수 붓고 한소끔 끓이면서 모자란 간은 취향껏 국간장 넣으시면 됩니다. 더 매콤하게 하시려면 청양고추 추가하시고 매운 고춧가루 쓰시면 됩니다. 생강가루는 필수는 아니지만 조금 넣으면 닭고기 냄새도 잡아줘서 좋아요. 통생강이 있다면 닭 삶을 때 한 조각 넣고 끓여주세요.
레시피랄 것도 없이 너무 간단해요. 양념하고 부추만 마지막에 넣어주면 되니까요. 닭고기 살 발라낼 때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요. 양념만 해서 닭무침으로 먹어도 제법 맛있습니다. 이렇게 얼큰하게 부추 닭곰탕 한 그릇 먹고 나니까 기운도 좀 나는 것 같아요. 부추와 닭의 조합은 워낙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니까요. 삼삼하게 끓인 맑은 닭곰탕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얼큰하게 끓여서 드셔보세요. 봄 부추는 산삼만큼 좋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