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다리는 밥상
날씨가 제법 더워졌어요. 독자님들은 여름과 겨울 중에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 여름은 더워서, 겨울을 추워서 괴롭지만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가지, 호박, 오이 같은 여름 채소들로 요리를 할 수 있어요. 찐 가지로 만든 가지나물, 새우젓으로 간을 한 애호박 볶음, 아삭한 오이로 만든 소박이 같은 반찬들을 밥상에 올립니다. 5월 말에서 7월부터는 쫀득한 찰옥수수를 수확할 시기이니, 달콤하게 찐 옥수수도 자주 보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복숭아도 제철입니다. 물이 흥건하게 흐르는 털 복숭아를 아주 좋아해요. 물론 겨울에는 무나 배추가 달고 맛있을 때지만, 여름만큼 온갖 채소와 과일들이 신선하진 않으니까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덕에 여름을 즐길 수 있어요.
장미가 지고 수국이 만개하는 계절처럼 완두콩이 가고 초당옥수수가 오는 6월입니다. 완두콩은 5월이 제철이고 초당옥수수는 7월이 제철이니, 6월은 늦게 떠나는 완두콩과 성질 급한 옥수수를 한 솥에 담을 수 있는 계절이죠. 예쁜 연두색의 완두콩과 병아리처럼 노란 초당 옥수수의 색도 선명한 여름의 색을 보여주는 듯해요. 작년부터 신선한 완두콩과 초당 옥수수로 밥을 지어보겠다고 벼르고 있다가 지금 딱 알맞은 시기가 되었습니다.
달콤한 초당 옥수수와 푸릇한 완두콩으로 지은 밥은 달콤해서 입맛을 당깁니다. 저는 여기에 통가지된장찜을 만들어서 먹었어요. 가지에 칼집을 넣고 노릇하게 구워낸 다음 된장과 두반장으로 맛을 낸 간단한 반찬입니다. 옥수수밥에 부드러운 가지찜을 올려 한 입 먹으면 밥 두 공기는 뚝딱 넘어갑니다.
완두콩&초당옥수수 솥밥
재료 : 쌀 2컵, 초당옥수수 2개, 완두콩 1컵
1. 초당옥수수는 칼로 옥수수 알을 잘라내고 완두콩은 껍질을 까서 콩만 1컵 준비합니다.
2. 쌀과 물은 1:1 비율로 잡고 옥수숫대와 완두콩과 함께 넣고 12~13분 중약불로 밥을 짓습니다.
3. 불을 끄고 잘라놓은 옥수수알을 넣은 후 5분 뜸 들이기를 합니다.
통가지 된장찜
재료 : 가지 3개, 양파 1/4개, 대파 1/2대, 청양고추 1~2개
양념 : 된장 1T, 두반장 1/2T, 미림 2T, 다진 마늘 1/2T, 참기름, 통깨
1. 가지에 칼집을 넣고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2. 가지를 구운 팬 가장자리에 된장, 두반장, 미림, 다진 마늘을 넣고 살짝 볶아서 가지에 끼얹어 줍니다.
3. 양파, 대파, 청양고추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 3분 익혀줍니다.
4.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는 계절마다 섭생법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더위에 지쳐 소화력이 약할 때이니 가볍고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농작물로 요리할 것을 권하죠.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니, 자신이 밟고 있는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사는 거겠죠.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마음이 힘들 때는 자연에서 위로받습니다. 도시의 삶은 자주 인생이 덧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현란한 네온사인과 잠들지 않는 밤거리는 4개의 계절이 아니라 하나의 계절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회색 콘크리트 풍경 속에서 무미건조한 인파에 휩쓸리다 보면 금방 계절감을 잊게 되죠. 그럴 때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을 보고, 나날이 선명해지는 채소의 색들을 보고, 무성하게 자라는 나무를 봅니다. 나 자신이 멈추지 않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것들이죠.
솥밥하나에 너무 거창한 이야기입니까? 그냥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