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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Sep 05. 2023

스타벅스에서 배운 팔로워십

지난 직장에서 배운 것들

 스타벅스는 제 인생에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일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고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 미련 없이 퇴사했지만, 그 안에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 저는 스타벅스의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보면서 마케터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동안 '정교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하면 총 4가지의 역할을 배워야 합니다.

CS : Customer Service의 약자로 매장 관리, 고객 관리 등의 역할입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매장청소를 하고 컵 설거지나 필요한 부재료를 만드는 등, 다소 쉽지만 체력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됩니다.

POS : 고객의 주문을 받는 역할로 음료의 맛과 재료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CS에서 POS로 넘어오기 전 레시피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과 직접 만나기 때문에 친절한 말투나 태도가 중요합니다.

Bar : 본격적으로 음료를 제조하는 포지션입니다. 다양한 음료를 빠른 시간 안에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집중력이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피크 타임에는 여러 명의 바리스타가 좁은 바에서 같이 일해야 하므로 협업능력과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Support : CS, POS, Bar의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포지션입니다. 주로 숙련된 바리스타나 매니저가 투입되는 포지션입니다.

각 매장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은 CS부터 시작해서 POS와 Bar를 거친 후 Support가 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처음 입사해서 CS포지션에 있을 때는 체력을 많이 쓰고 레시피 시험을 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퇴사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 시기를 견디면 POS에서는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고, Bar에서는 몰려드는 주문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포지션을 거치고 전체 상황을 파악해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Support가 되었을 때,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추석 연휴 때 한 번에 20~30잔씩 주문이 밀리고 여기저기서 컵, 부재료, 접시 등등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때가 있었습니다. 마치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총알과 폭탄이 점점 떨어지는 급박한 상황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출근한 바리스타 한 명이 CS포지션에서 역할을 잘해주었어요. 비어 가는 컵과 부재료, 얼음을 채워주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원두를 채워주었거든요. 곧 제가 Bar에서 Support 포지션으로 이동했고, 밀려 있던 프라푸치노 음료와 블렌디드 음료를 만들었어요. POS에서 Bar 이동한 파트너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에스프레소 음료를 조제하기 시작했고, CS에서 POS로 온 파트너는 고객들이 주문을 고민하는 사이 케이크와 샌드위치를 준비해 줬습니다. Support인 저는 POS에서 푸드를 받아 고객에게 전달했고요.


 그 순간을 비유하자면 탄창이 비어갈 때에 맞춰 보급병이 도착했고, 각 위치에서 피로감을 느끼던 군인들이 서로 위치를 바꿔 집중력을 되찾았다고 말해야 할까요? POS에서 말을 하느라 목에 피로가 쌓이다가 Bar에 가면 묵묵히 음료 제조만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쌓이기 쉽습니다. 그때 위치를 바꿔주면 잠깐 분위기 환기가 되면서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어요. 그렇게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해 냈을 때의 성취감도 컸습니다.


 그때서야 스타벅스가 왜 4가지 포지션을 만들어 모든 포지션 교육을 하는지 이해했습니다. 그것은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이었고 직원들은 시스템의 어디에도 투입될 수 있도록 훈련받았던 거죠. 그래서 한 사람이 지치거나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이 보완할 수 있고, 대량 주문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스타벅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일 것입니다.

 잠깐, 이 글은 제목은 팔로워십이었죠? 팔로워십(followership)은 리더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리더를 지원하고 권위를 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보통 회사나 조직에서 리더란 팀장, 사장 등 직급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팔로워십이 '상사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팔로워십의 핵심은 조직이나 공동체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와 맥락을 이해하고 내 역할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서 일하는 것과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모든 포지션을 배우고 나니, 지금 필요한 것과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일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나야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스타벅스에서 경험한 것들 중에 가장 가치 있는 가르침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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