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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29. 2023

아주 멋진 인생

삶이 당신을 울릴지라도 인생은 끝나지 않으니까

 생각해 보면 인생이 뜻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갔던 사람들은 대부분 동기부여 강사가 되었겠죠.

꿈을 꾸세요!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책임지는 겁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이런 느낌표 가득한 말들을 외치면서 말이에요.


 저는 아마 동기부여 강사는 못 될 겁니다. 제 삶은 그들이 말하는 것과 아주 달랐거든요. 이성보단 감성으로, 논리보단 직관으로, 머리보단 가슴이 뜨거워지는 선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제 인생이 꽤 멋지다고 생각해요. 물론 대단한 직업이나 넘치는 재산이나 슈퍼카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가진 것은 성실하고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나 자신’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얕은 글재주로나마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3년 전 브런치에서 얼렁뚱땅 작가가 된 후로 계속 글을 썼습니다. 돈 걱정 없이 글을 쓰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입사했고요. 지금은 없어진 카카오 ‘음’이란 음성 SNS플랫폼에서 방송도 해봤습니다. 작지만 방송 기획을 해보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진행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스타벅스를 그만둔 후로는 전문적인 커피 로스팅 기술을 공부하러 대구에 갔습니다. 로스팅 자격증을 따고 난 후에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느껴서 디지털 마케팅을 공부하러 서울에 올라왔어요.


 처음에는 옷가방 하나만 덜렁 들고 6평 친구 집에서 2주를 지냈죠. 다 큰 어른 둘이 침대도 없는 방에서 부대끼며 사는 일이 쉽지는 않더군요. 교육장 근처에 작은 고시원을 계약해 3주 동안 지냈습니다. 고시원은 벽이 너무 얇아서 옆방 중국인 남자가 전화통화를 하면 전화기 너머 여자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벽간소음보다 괴로운 건 폭염이었어요. 에어컨 없는 작은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잠들면 더위에 숨이 막혀 2시간마다 잠을 깼죠. 임기응변으로 홀딱 벗은 몸에 젖은 수건을 덮고 잤습니다.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사촌동생의 집에서 1주일을 또 지냈습니다. 그러고 마침내 작지만 내 집이라고 할 만한 공간으로 이사 왔어요.


 반지하 쾌쾌한 냄새가 가시지 않던 집에 하나씩 가구가 들어오고 이제 제법 사람 사는 집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무모한 선택을 한 결과 저는 지금 넓고 복잡한 서울 한 구석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취업캠프는 처음이었어요. 다양한 강사님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지식을 공부했고 친구들과 실습도 많이 했습니다. 마치 대학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우리는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달랐지만 ‘친구’가 되었습니다. 두 달간 매일 만나고 어려운 과제를 함께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서로 연을 이어나가자고 약속했습니다. 인연은 맺는 것은 어려워도 끊어지기는 쉬우니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그동안 응원해 준 많은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혼자서 이 모든 걸 해냈다고 말하는 것은 ’ 오만‘이겠지요.


 마침내 교육이 끝나고 준비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기업에 보냈습니다.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메일을 보내고 깊이 잠들었어요. 그동안 하루에 5시간도 잘 수 없었거든요. 이제는 제 손을 떠난 화살입니다. 화살이 과녁을 뚫느냐는 순리에 따르는 일이니, 담담히 면접 준비를 하면서 결과를 기다려 볼 생각이에요.


 치열했던 2개월을 보내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니 독자님들이 생각이 났어요. 그동안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테니 걱정 마세요.


 저는 이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일이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 마케팅 교육을 참여한 내내 든든한 기반이 되어 주었어요. 지식과 정보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브런치에서의 글쓰기 경험으로 얻은 것입니다. 금전적 보상이나 광고 수익을 생각해 다른 플랫폼으로 떠났다면 얻지 못했을 거예요.


 ‘쓸모’가 없어도 그저 좋아서 했던 많은 일들이 마침내 ‘쓸모’를 가지게 된 순간이 짜릿했습니다. 작은 물줄기가 흘러 마침내 거대한 바다에 모여든 것처럼,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던 선택들이 마침내 ‘의미’를 가지게 된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결과 요즘은 제 인생이 꽤나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이제는 조금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조급해 하지 말 것

일의 결과를 미리 짐작하지 말고 과정에 최선을 다할 것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 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할 것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가만 보면 어른들이 하신 말씀, 책에서 읽어 본 구절 같은데 말이예요. 역시 인생은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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