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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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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Oct 04. 2023

203,000원 영혼을 아이가 채워줬다

[육아일기] 2023년 10월 4일 


아내는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다. 

액정이 깨지면서 작동이 잘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고치러 가기 위해서다. 

휴일 다음 날, AS센터에 사람들로 붐비는 탓에 미리 가 기다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서 나온 특별활동비 납부 영수증. 

아내는 20만 3,000원이라는 금액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이리 많아? (납부) 기한도 3일이 지났네.”     


그런 아내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내는 스마트폰이 작동이 되지 않아서 모바일뱅킹을 할 수 없다면서 내게 대신 납부를 부탁했다.     


203,000원. 

카카오뱅크에 계좌번호를 적고 이체한 금액이다.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면서 아침부터 내 영혼의 일부도 빠져나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내가 밖으로 나가고. 

이내, 안방에서 아이가 깨는 소리가 들렸다.      


“엥.”     


우는 건지? 아니면 웃는 건지?

아이는 늘 이렇게 일어난다.      


안방에서 나온 아이가 부엌에 있는 나를 바라봤다.     


“잘 잤어?”     


내 물음에 대답 없이 멀뚱멀뚱 주변을 둘러본다. 

엄마를 찾는 것일까?     


아직 말을 못 하는 24개월 아이. 

언어가 늦은 탓에, 지금은 “아, 좋네.”, “짠, 캬!” 이런 말만 한다. 

엄마, 아빠는 빨리 말했는데...     


갑자기 아이가 뛰어와 내 다리를 껴안았다. 

괜히 눈물이 났다. 

아까 빠져나갔던 내 영혼의 일부가 다시 가득 찬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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