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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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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Oct 07. 2023

새벽 4시, 칼 든 남자가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육아일기] 아이 소근육 발달 저해하는 행동

새벽 4시 55분.

잠이 깼다. 소변이 마려워서다.

옆에 곤히 자는 20개월 아이가 깰까 봐, 살금살금 안방을 나갔다.

뒤돌아보니, 아이는 자고 있었다.


거실을 지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문을 열었다.

화들짝.

문 앞에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도 칼을 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놀란 나머지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 누구?”


새벽에 나를 노린 범인은

20개월 아이였다.

아이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요리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아이도 아빠의 놀란 외침에 놀랐는지 그대로 얼었다.

그 순간,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찰칵, 찰칵.

아내에게 보여줄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장 찍었다.


“여보, 오늘 새벽에 화장실 앞에서 어떤 남자가 칼 들고 서 있었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아내에게 장난감 칼을 들고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뭐야. 너무 귀엽다.”

“여보. 그런데 아이가 칼 들고 서 있는 게 안 좋은 영상을 봐서 그런 게 아닐까?”

“…….”


아내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범죄 프로그램의 열혈 팬이다.


“혹시, 집에 도둑 온 줄 알고 칼 든 걸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마.”

“…….”

“하하하. 역시 우리 아들이네. 우리를 지켜 주려고 칼 들고 다니고. 하하하.”


부모는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민감해진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새벽.

볼일을 보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니.

오늘도 아이가 뭔가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장난감 국자였다.


언제부턴가, 아이는 손에 뭔가를 쥐고 있는 버릇이 생겼다.


장난감 국자.

장난감 뒤집개.

장난감 칼.


귀여운 20개월 아이.

손에 든 게 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빠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다.

아빠가 해병대, 특전사, UDT 그런 곳에 갔다 오지 않았어도,

그들이랑 사우나도 가고 밥도 먹고 그랬어.


돌 지난 아이가 손에 뭔가를 쥐고 있는 것은

소근육 발달을 저해한다고 한다.

역시나, 우리 아이는

언어도 느렸는데, 소근육 발달이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제는 장난감 칼을 들고 다니지 말자!


나중에 알았지만.

새벽에 아이가 나를 따라 나온 이유는

우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상상을 해봤다.

새벽, 아이가 장난감 칼을 들고 아빠를 협박한다.


“아빠, 우유, 우유 내놔!”

“네, 네.”


미안.

심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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