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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Jun 29. 2018

손흥민이 50미터를 질주해 독일 골대에 골을 넣었다

2018년 6월 29일(금) 구름 조금 그리고 약간 더움

손흥민이 50미터를 질주해 독일 골대에 골을 넣었다

무기력하다. 며칠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쳇바퀴처럼 아침에 일어나고 똑같은 일을 한다. “지금은 이 일이 중요해!” 라고 몇 달간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또다시 실패할까봐 두렵다. 한두 번도 아닌데 말이다. 그 동안 한 일이 쓸데없는 것이 아니겠지만, 실패 후에 찾아올 눈앞이 캄캄하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일 것 같다. 그 전에도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실패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실패를 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처럼 될까?)


이틀 전(6월 27일 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피파랭킹 세계 1위 독일 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을 치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승리는 5% 확률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축구전문가들이나 도박사들 모두 우리나라가 독일에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다수 우리나라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선 2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패배를 했던 탓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비록, 실력이나 신체적으로 독일 선수들에 비해 한참 뒤쳐졌으나 투지와 끈기로 2-0으로 세계 랭킹 1위를 꺾었다. 국내 축구팬들은 환호했고, 독일은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는 놀라워했다.


경기 이후에 몇 번이나 손흥민과 김영권 선수가 골을 넣는 동영상과 골키퍼 조현우가 선방하는 동영상을 봤다. 손흥민이 하프라인에서 50미터를 질주해 독일 골키퍼 노이어가 없는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골대에 골키퍼가 없었지만 98분간 뛰어서 체력이 바닥난 손흥민의 집념이 놀라웠다. 가장 쉬운 골이면서도 가장 힘든 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스트라이커 손흥민은 독일과의 경기 중에 몇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나가거나 가로막혔다. 그도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손흥민의 골 장면은 계속해서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주세종 선수가 먼 거리에서 패스한 축구공을 따라 50미터를 질주하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침에 일찍 기상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이제 하루의 시작이 행복하지 않은 건가?)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내 일을 해야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미래, 그리고 현재를 위해 뛰어야 하지만, 나는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잠을 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거나 책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하루의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무기력하다. 축구경기 전후반 90분을 뛰고 나서 추가 시간을 뛰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해서.


손흥민처럼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50미터를 질주해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짜릿한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 (본선)진출에 실패했지만, 독일을 이기는 그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래, 포기하지 않으면 그리고 끝까지 도전하면 우리가 모르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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