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화) 하늘이 비와 썸 타듯 흐림
동굴에 갇혔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굴에 갇혀 살고 있다.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는 한 개이거나 두 개가 고작이다. 물론, 더 많은 통로를 가진 동굴에 갇힌 이들도 있다. 우리는 동굴에 자신을 가두면서 위안을 느낀다. 가야할 길이 하나이거나 두 개만을 선택하면서 더 넓은 선택의 자유를 상실한다. 그것이 더 편하다. 고민도 걱정이 덜하다. 계속해서 우리는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삶을 위해 노력한다. 아니 포기한다.
최근 며칠간 내 눈에 들어온 뉴스 중 하나가 태국 동굴에 갇힌 축구부 소년들과 코치에 관련된 기사이다. 동굴 탐험에 나섰다가 태국 소년 12명과 코치 1명은 갑작스런 내린 비로 동굴에 갇히게 됐다. 빗물이 동굴에 스며들어 빗물로 길이 막힌 것이다. 이들은 실종되고 나서 며칠 후에나 생사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오늘 잠수 장비를 통해서 동굴 탈출을 시도했고, 오늘 내일 안으로 모든 축구부 소년들과 코치가 구조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따르면, 전 세계가 이 구조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소형 잠수함을 가지고 구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태국 동굴에 찾아갔다.
동굴에 들어가기 전까지, 누구도 동굴에 갇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축구부 소년들처럼. 그러나 갑작스런 폭우는 그들을 동굴에 고립시켰고, 생명까지 위협했다.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도 죽은 이는 없다. 소년들이 열흘 동안 동굴에 갇혀 지냈지만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굴 탐험에 동행한 젊은 코치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승려로 출신으로 소량의 음식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복통을 유발시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에 천장에 고인 물을 마시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는 나올 수 없는 동굴에 갇혔다. 그 동굴은 사회적인 테두리, 직위, 돈, 남들의 시선 등 다양하다. 그 동굴에서 나오면 더 무서운 세상이 기다릴 것 같은 마음에 우리는 밝게 빛나는 통로만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다가 죽는다. 물론, 동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지를 발휘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동굴에서 죽는다. 누군가가 꺼내주지 않는다면, 죽고 나서도 동굴에 갇히게 된다. 자유는 그렇게 좁아지고, 사라지는 것이다.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사방은 벽이나 유리로 막혀 있다. 내가 나갈 수 있는 문은 단 하나이다. 현관문이다. 유리창으로 뛰어내릴 수는 없다. 언제나 나가고 들어올 수 있는 이 동굴을 가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동굴에 들어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한다. 동굴과 동굴을 오가면서 그게 자유이며, 삶이라고 느낀다. 나는 동굴에서 나오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왜 누구도 내게, 동굴에서의 생존법이 아니라 동굴 밖에서의 생존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래도 동굴 밖은 찬란한 빛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