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게으름을 성공으로 만드는 방법
저는 그들을 이해합니다.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박스를 이불 삼아 자고 있는 노숙자들, 하루 종일 PC게임에 빠져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 청소년들, 취업을 포기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백수들 등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그들을 이해합니다.
그들을 한 단어로 나타내는 단어가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를 지칭하는 ‘귀차니즘(Lazism)’입니다. 누구나 귀차니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주말에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TV를 보거나,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며칠 동안 씻지 않는 행위가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고등학교 일요일, PC방 폐인
고등학교 시절, 저는 일요일 아침마다 PC방에 갔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0시간 종일권을 끊어 하루 종일 PC방에서 지냈습니다. PC방 컴퓨터에 앉으면 무료 음원 사이트 TOP 100를 틀고 헤드셋을 낍니다. 포털에서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채팅방에 들어가 채팅도 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게임을 하고, 배가 고프면 라면이나 군것질거리로 점심을 때웁니다.
이렇게 저는 1년 넘게 일요일마다 PC방 폐인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죄책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9~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자신에게 대한 보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때를 돌아보면,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면 더 유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학교 방학, 백수 놀이
대학교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거의 안 했습니다. 학기 기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이 많았지만, 저는 방학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아르바이트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하루 일과는 단순했습니다. 10시 이후에 일어나 라디오를 켜고, 밥을 먹습니다. 인터넷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있죠.
방학 2달간 백수처럼 지내고 나면, 저는 바보가 됐습니다. 다시, 학교에 적응을 하기까지 2주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제가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학을 보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20대 초중반을 돌아보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했던 기억만 또렷합니다. 집에서 빈둥거렸던 날들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일이 많을 때, 생각 회로 정지
20대 후반, 저는 창업을 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성공’이라는 두 글자만 보고 무작정 열심히 했습니다. 당장 앞날만 생각했습니다.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계획했던 일들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직원들은 늘어갔고, 하루에 제가 몇 가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습니다.
여러 팀들과 회의를 하고 나면, 하루가 지날 때도 있었습니다. 회사에 체계가 없다 보니, 모든 선택을 제가 해야 했습니다. 이런 날들이 몇 달이 지나니, 모든 것을 놓고 싶었습니다. 일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사업 초짜인 탓에 놓치고 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회사는 더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서 하나씩 일들을 미루게 됐습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만 하다가 중요한 일들은 밀리게 됐습니다. 사소한 일부터 하나씩 해결했으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 인생 후퇴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다른 일도 했죠. 하지만 책임감 때문에 계속 그 일을 했습니다. 점점 의무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저의 발전도 없었고, 그 일의 발전도 없었습니다. 그냥 했습니다. 약소하게나마 돈은 벌었지만, 너무 하기 싫을 때가 많았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서 해도, 돈을 버는 데도 말입니다.
제가 하기 싫은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기 싫어져 버린 것입니다. 많은 경험과 능력을 쌓아야 할 때, 제 능력은 그 일 때문에 멈췄습니다. 그 일을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한 내 열정은 식어버리다 못해 폐허가 됐습니다. 얼마간의 수익을 위해 계속 버티고 버틴 일이 내 삶의 일부분을 벌레처럼 갉아먹어버린 것입니다.
귀차니즘,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많은 책에서도 이런 귀차니즘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목표를 세워라. 단기, 중기, 장기 등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 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좋아하는 일에 대해 목표를 세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둘째는 맨 먼저 사소한 일을 하자. 하루, 사업, 인생 등 무엇이든지 간에 거창한 일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면 하기 싫을 수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책을 5페이지 읽는 것, 사업의 시작은 1만 원을 버는 것,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매일 팔 굽혀 펴기 50개를 하는 것 등 사소한 것들을 하다 보면 더 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무작정 무엇인가 해라.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무작정 아무 글을 써도 좋습니다. 부지런하게 살고 싶다면, 집 안의 아무 일이나 해보면 됩니다. 즐기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걸어보세요. 무엇인가 무작정 하다 보면, 해야 할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넷째는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만 현재의 일에만 충실해라. 이 정도 실력으로 내가 늙을 때까지 먹고살 수 있을까. 이 정도 벌어서 언제 집을 사지. 이런 실력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미래에 회사의 대표가 되고, 집을 사고, 유명한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십시오. 하지만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열심히 하고, 저축을 하고, 소설 한 페이지를 적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