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대학교 자퇴하지 말라 VS 너는 그저 그런 학생이야
“서울대생이 자퇴하면 주목을 받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자퇴하면...”
사회 초년생 때, 저는 한 대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대 후반, 저는 경제지 신문사 내부에 있는 대학 언론사 부서를 총괄하면서 대학생 기자를 지원하는 무수한 많은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 대학생은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는 대학생 기자 면접 때 제게 큰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면접이 끝난 후 자신에게 몇 분을 내줄 수 있냐는 당당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퇴근 후에 신문사 건물 아래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그와 저는 청계천을 바라보며 짧은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대략 10분 정도. 그는 내게 자신이 대학생 기자가 되고 싶은 열정을 제게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학 생활에 대해서도 말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대학교를 자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제게 털어놨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때 저는 대학교 자퇴를 한다는 행위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도, 그가 자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농으로 조언 같지 않는 조언을 했습니다.
“서울대생이 자퇴하면 주목을 받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자퇴하면... 그냥 그런 일이 된다. 대학은 꼭 다녀라...”
제 조언의 의도는 자퇴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작은 사회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에는 슬픔, 기쁨, 분노 등이 있었습니다. 즉 성인인 제 마음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전한 제 조언은 대학 생활이 하찮게 생각되더라도 꼭 졸업을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배울 게 있다는 것이었죠.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 친구가 남긴 게시글을 보게 됐습니다. 그 게시글의 내용을 짧게 말하자면, 몇 년 전 일기장에 적힌 것을 보니 대학생 자퇴에 대해 이야기한 자신에게 어떤 기자가 ‘넌 그저 그런 대학생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함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페이스북 친구는 그 기자를 향한 약간의 분노를 담아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때 제 기억 저편에 있었던 한 대학생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대학생이 페이스북 친구였습니다.
그 게시글을 보고 저는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얼굴이 불콰해졌으며,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제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을 했더라도, 누군가는 불쾌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에 기억 속 대학생이었던 페이스북 친구는 일기장만 보고 그 당시를 추측했기에 그날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몰랐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일기장 내용만 보고 분노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제 시간을 할애해 그 대학생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 기억은 이제 불쾌한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침묵은 금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와닿는 명언입니다. 그러나 삶을 살면서 늘 침묵할 수 없는 법입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고, 누군가의 요청에 조언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날 자기 전에 이불을 차는 행위인 ‘이불 킥’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라며 자조합니다. 어떨 때는 ‘이불 킥’을 하기 싫어서 들어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면, 상대방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대화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제 머리에 남지 않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말을 한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아프다는 말, 축하한다는 말, 위로해주는 말, 조언하는 말 등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늘 난감합니다. ‘국어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처럼 언어는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그렇지만, 정답 비슷한 것은 있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빨리 낫기를 기원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축하한다고 말을 하면 됩니다. 말이라는 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처럼 아프면 아프다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됩니다.
제 말을 오해했던 그 대학생에게 “너는 나보다 더 뛰어난 글쟁이가 될 거야! 대학 생활도 그 글을 위한 너의 경험일 뿐이야. 힘내!”라고 정답 비슷하게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