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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Jul 06. 2021

자퇴를 원했던 기억 속 대학생과 페이스북 친구

[감성에세이] 대학교 자퇴하지 말라 VS 너는 그저 그런 학생이야

“서울대생이 자퇴하면 주목을 받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자퇴하면...”    

 

사회 초년생 때, 저는 한 대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대 후반, 저는 경제지 신문사 내부에 있는 대학 언론사 부서를 총괄하면서 대학생 기자를 지원하는 무수한 많은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 대학생은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는 대학생 기자 면접 때 제게 큰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면접이 끝난 후 자신에게 몇 분을 내줄 수 있냐는 당당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퇴근 후에 신문사 건물 아래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그와 저는 청계천을 바라보며 짧은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대략 10분 정도. 그는 내게 자신이 대학생 기자가 되고 싶은 열정을 제게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학 생활에 대해서도 말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대학교를 자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제게 털어놨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때 저는 대학교 자퇴를 한다는 행위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도, 그가 자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농으로 조언 같지 않는 조언을 했습니다.      


“서울대생이 자퇴하면 주목을 받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자퇴하면... 그냥 그런 일이 된다. 대학은 꼭 다녀라...”      

제 조언의 의도는 자퇴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작은 사회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에는 슬픔, 기쁨, 분노 등이 있었습니다. 즉 성인인 제 마음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전한 제 조언은 대학 생활이 하찮게 생각되더라도 꼭 졸업을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배울 게 있다는 것이었죠.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 친구가 남긴 게시글을 보게 됐습니다. 그 게시글의 내용을 짧게 말하자면, 몇 년 전 일기장에 적힌 것을 보니 대학생 자퇴에 대해 이야기한 자신에게 어떤 기자가 ‘넌 그저 그런 대학생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함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페이스북 친구는 그 기자를 향한 약간의 분노를 담아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때 제 기억 저편에 있었던 한 대학생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대학생이 페이스북 친구였습니다.      


 게시글을 보고 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얼굴이 불콰해졌으며,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제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을 했더라도, 누군가는 불쾌하게 들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생각에 기억  대학생이었던 페이스북 친구는 일기장만 보고  당시를 추측했기에 그날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몰랐을  있습니다. 단순히 일기장 내용만 보고 분노했다고 여길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시간을 할애해  대학생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기억은 이제 불쾌한 인생의  장면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침묵은 금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와닿는 명언입니다. 그러나 삶을 살면서 늘 침묵할 수 없는 법입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고, 누군가의 요청에 조언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날 자기 전에 이불을 차는 행위인 ‘이불 킥’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라며 자조합니다. 어떨 때는 ‘이불 킥’을 하기 싫어서 들어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면, 상대방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대화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제 머리에 남지 않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말을 한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아프다는 말, 축하한다는 말, 위로해주는 말, 조언하는 말 등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늘 난감합니다. ‘국어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처럼 언어는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그렇지만, 정답 비슷한 것은 있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빨리 낫기를 기원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축하한다고 말을 하면 됩니다. 말이라는 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처럼 아프면 아프다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됩니다.      


제 말을 오해했던 그 대학생에게 “너는 나보다 더 뛰어난 글쟁이가 될 거야! 대학 생활도 그 글을 위한 너의 경험일 뿐이야. 힘내!”라고 정답 비슷하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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