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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하기 전

'비혼주의자'에 관한 단상

by 하늘바다시인

벚꽃이 만개하기 전이다. 두근거리는 손을 잡고 연인이 공원을 거닐고 있다. 난 창밖에서 그들을 보면서 나를 생각한다. 그리고 포털에 뜬 기사를 클릭했다. “결혼 해봐야 돈만 들지… 독신이 낫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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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남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일명 ‘비혼주의자’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4~2016년 2년간 신혼부부가 결혼에 쓴 비용은 평균 2억 6332만 원이다. 남자가 65%, 여자가 35% 정도 결혼 비용을 부담한다. 10년을 열심히 돈을 모아야지만 결혼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끔찍한 기사다. 결혼을 위해 10년간 돈을 벌어야 하고, 결혼 이후에 그 돈은 모두 결혼비용으로 다 소모하고 그때부터 또 돈을 벌어야 한다. (물론 집을 마련하는 데 결혼비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016년 발표한 ‘우리나라 장년층의 노동시장 실질은퇴연령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에서 평균 퇴직연령은 49.1세이다. 말 그대로, 꽃이 피기 전에 우리 청춘들은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돈 버는 일에서 퇴출당한다.


결혼비용에 양육비에 평생 번 돈을 다 갖다 바치고, 마지막 생을 위해서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결혼은 이 끔찍한 기사의 내용처럼 젊은이들에게 끔찍한 삶으로 다가온다. 직장인으로서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누군가는 월세 원룸에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누군가는 ‘탕진잼’, ‘욜로’를 부르짖으며 돈을 모으기보다는 즐겁게 쓰고만 있다. 어차피, 개그맨 박명수 말처럼 ‘티끌모아 티끌’이니까.


2018년에는 ‘소확행’도 트렌드다. 소소한 확실한 행복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일이 끝나고 하는 맥주 한 잔으로 느끼는 소소한 행복 등을 지칭한다. 최근 몇 년간 ‘탕진잼’, ‘욜로’를 외친 청년들이 ‘소확행’이라는 단어에 매료됐다. 삶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비혼주의자가 많이 늘어난 이 시점에 또 몇 년 후에는 비혼을 넘어서 어떤 이들이 ‘주의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날까.


설렘이 가득한 연인들, 현재 그들이 결혼하기에는 녹록치 않지만 그 설렘이 있어 인생은 또 다른 길로 안내할 것이다. 벚꽃이 만개하기 전, 조금씩 팝콘 같은 꽃을 터트리는 벚꽃나무가 궁금하다. 비록 저 벚꽃들은 봄날의 짧은 만개함을 끝내고 1년을 또 기다려야 하지만, 365일 피어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고, 기다려진다.


2018. 04. 01 _ 나는 가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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