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고나서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가 암 투병하는 엄마 ‘인숙’(윤여정)을 데리고 서번트 증후군이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진 동생 ‘진태’(박정민)가 참여한 피아노 연주회에 참석한다. 진태의 놀라운 피아노 실력에 두 사람 이외에 모든 청중들은 감동한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에서 이 장면을 보고 소시민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감동을 느껴야 하는 장면에 어처구니없게도 말이다. 이 장면은 소위, 한국에서 ‘흙수저’라고 불리는 일반인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금수저, 은수저 그리고, 흙수저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금수저의 반대말로, 언제부터 이 단어가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많은 이들이 흙수저라고 자신을 지칭하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26세 청년이 엄청난 피아노 실력을 가진 일은 놀랄만하다. 진태가 아닌 금수저 청년이 피아노를 잘 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일을 잘 해내는 것은 감동을 주는 일련의 공식이다. 영화에서도 그 점을 핵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스토리를 지닌 영화는 이제껏 수도 없이 많았다. 모두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국영화 중에서 끄집어내 보면 ‘말아톤’, ‘파파로티’, ‘챔피언’ 등과 같은 영화에서 진태는 자폐 아였거나 조폭, 가난한 청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뻔한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삶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용기를 가져다준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고 살아가기 힘들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품게 만든다.
‘낮은 곳을 보라’라는 말이 있다. 자기 위안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패배자의 말이라고 하지만 힘들 때 입으로 되뇌고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낮은 곳을 보면 그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살까지 고민했다면, 한강 다리로 가는 발걸음을 다시 돌릴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은 낮은 곳을 보는 자세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중간시험에서 2문제를 못 풀어서 실망하고 있을 때, 다른 친구는 답을 밀려 적이거나 절반 이상을 못 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내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된다.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가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사소한 문제에 대해 하소연을 할 때가 있다. 그 당시 그들에게는 엄청 심각한 일이다. 사업이 잘 안 풀리거나, 직장 상사가 짜증을 나게 하거나 등 작은 일부터 사기를 당하는 큰일까지 고통스러운 순간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에는 “별 것 아닌 건데”라고 말을 할 순 없다. 당사자에게는 누구보다 가장 큰 일이기 때문이다. 같이 안타까워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사소한 일로 하소연을 한 적이 많다. 여자 친구와 이별 등이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가슴 아픈 일이었다.
내 처지가 안타깝다면 낮은 곳을 보고,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면 이 시기를 이겨내고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할 날을 기대해보면 어떨까. 물론, 아파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누군가에게 큰일을 내리려고 할 때에는 마음의 뜻을 괴롭게 하고 뼈마디를 수고롭게 하는 고난을 당하게 한다. 또 굶주리게 하며 궁핍하게 만든다. 이런 모든 것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그에게 큰일 맡긴다”라고 말했다.
201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