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독과 이별의 아픔, 묘하게 닮았다

이별보다는 고독의 아픔이 더 너그러웠다

by 하늘바다시인
KakaoTalk_20170119_160821390.jpg


운동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영화도 챙겨보곤 해

서점에 들러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

이런 인생 정말 괜찮아 보여

난 너무 잘살고 있어 헌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 하니

난 대답한다 난 너무 외롭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이 뭘까 난 그게 참 궁금해

사랑하면서 난 또 외롭다

사는 게 뭘까 왜 이렇게 외롭니


- 김조한 곡 ‘사랑에 빠지고 싶다’ 가사 전문 -


“운동을 하고/열심히 일하고/주말엔 영화도 챙겨보곤 해...” 2014년 12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이 가사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시 갓 스무 살을 앞두고 있었던 가수 정승환이 부른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사랑’보다는 일에만 신경을 곤두 세웠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주말, 노트북과 책을 들고 커피숍으로 향하는 길에 ‘사랑에 빠지고 싶다’ 노래 가사가 머릿속을 스쳤다. 겨울 날씨였지만 햇살은 소매 자락까지 적시며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카페에 가면,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책을 폈다.


요즘 대세 작가인 허지웅의 ‘나의 친애하는 적’에서 ‘친구를 보내는 방법’ 챕터를 읽었다. 영화 ‘분노의 질주’ 촬영 도중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폴 워커’의 이야기와 이 영화에 대해 적혀 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꽤 봤지만 주인공의 모습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포털 검색을 통해 폴 워커를 알아봤다.


‘분노의 질주 사망’이라는 검색어는 이 따뜻한 날에 가슴을 아리게 했다. 첫 페이지에 나온 콘텐츠는 폴 워커 추모곡 ‘See you Again(씨유 어게인)’이었다. 클릭한 글에는 ‘Wiz Khalifa(위즈 칼리파)’가 부른 영화 ‘분노의 질주-더 세븐’ ost ‘씨유 어게인’ 뮤직비디오가 링크되어 있었다.


‘씨유 어게인’을 듣는 순간,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폴 워커의 모습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순간, 가사가 내 가슴에 못을 박는 듯했다. 아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멋진 할리우드 배우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7년 동안 연락이 없는 친구 때문인지? 내가 겪은 사랑에 대한 이별 때문인지? 도통 알 수는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감정과 누군가와 헤어지는 감정은 묘하게 닮은 듯하다. 즉, 혼자라는 고독의 아픔과 이별의 아픔이 닮았다. 두 아픔 모두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후자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 오래 지속된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별하지 않기 위해 고독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 이별의 아픔에 고통스러웠다. 식음을 전폐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내 심장을 누군가가 난도질을 하는 것 같았다. 육체적 고통과는 또 다른 고통이었고, 술에 취하면 괜찮아졌다. 아니, 술기운에 잊을 수 있었고 편하게 잠을 들 수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랬을 것이다.


이별의 아픔이 지난 뒤 찾아오는 것은 고독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이별보다는 고독의 아픔은 너그러웠다. 그래서 이성의 만남보다는 내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각오는 길게 가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고 내 자신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이 두려워 만나지 못한다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의 고독과 이별, 모두 똑같은 ‘아픔’이라면... 어딘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아니면 울고 있을 ‘그대’를 위해 고독을 버려야하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