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한동안 연락을 못했던 친구들에게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나서 집으로 갈 때, 조용한 거리를 걸을 때, 이별을 경험할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친구에게 연락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20대 시절에는 이럴 때마다 자주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농담도 하고, 잘 사는지 안부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그들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 적이 많습니다. 점점 연락을 주저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유부남이 된 친구들과 통화하는 게 낯설어졌습니다. 유부남이 된 형 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가 되고, 결혼을 한 친구에게 밤늦게 연락을 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20대 때에는 시간을 상관하지 않고 친구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는 일을 꺼리게 됐습니다.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이 그런 일입니다. 점점 유부남 친구들에게 밤에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다가 낮에 연락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몇 년 전까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후배가 결혼을 하면서 제가 그에게 전화를 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간혹, 그 후배가 생각날 때면 전화를 하기보다는 문자메시지(카카오톡)를 보내 안부를 묻는 게 전부입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나는 친구, 선후배, 친척 형,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것은 어렵지만,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은 일은 쉽기 때문입니다. 늘 그래서 저는 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했죠. 1년 동안 하루에 2명 이상 통화를 하자며 연락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먼저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하겠다고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30분 이상 통화를 하면서 제가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게 저한테도 삶의 활력소 중 하나가 됐습니다.
가끔 제가 연락을 하는 총각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전화를 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얼마 빌려줘?, 보험 어떤 거 가입하면 되냐?, 결혼하냐?”라고 농담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농담이 아닙니다. 몇 년 만에 연락을 한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보험 가입이나 돈을 빌리려는 이가 있습니다. 또 청첩장을 보낸 이도 많죠. 그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게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몇 년간 연락을 안 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을 때 저도 셋 중에 하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점점 연락을 못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게 두려워지는 이유입니다.
몇 년간 문자 한 통 없던 친구들이 청첩장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친구들에게 욕을 합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이 백분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도 연락하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제가 유부남 친구들에게 연락하기가 힘든 것처럼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연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10년간 연락이 없었던 사촌이 결혼식 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냈을 때조차 반가웠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먹고살기 바빠 연락을 못했던 친구가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에 기쁘게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통화 수단이 발달한 요즘에 연락을 하고 받는 게 더 힘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