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호주 바리스타 자격증
저는 호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현지 전문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했죠. 그 당시, 저는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를 같이 등록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다들 제게 “미쳤다”라고 말했습니다. 10일가량 진행하는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 비용이 10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입니다. 또 일명 ‘야매(뒷거래의 비표준어)’ 1일 바리스타 교육 코스를 등록하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다수 워홀러들이 해당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숍 일자리를 구했죠.
제가 등록한 바리스타 교육 과정에는 커피 제조 방법 이외의 다른 것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론부터, 손님과의 소통, 바리스타 간의 소통, 커피 제조법 등 커피숍에서 일할 때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줬죠. 좀 생소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해 단순 호기심으로 등록했던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에서 서비스 직군에 대한 기본자세에 대해 배웠죠.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반에는 7~8명 정도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대다수가 호주 커피숍에서 일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2달 정도를 남겨두고 바리스타 코스를 이수해 호주 카페에서 일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반에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음료 메뉴 제조 방법만을 가르쳤습니다. 커피 머신으로 커피 만드는 일은 오렌지 주스를 컵에 따르는 일만큼 쉬웠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도 있었습니다.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해 스팀기로 우유 거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죠. 우유 스팀을 하면서 입자가 고운 거품을 내는 것과 알맞은 온도에 스팀을 끝내는 것을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우유 거품 입자가 곱지 않으면 커피 맛이 텁텁했습니다. 우유 스팀 온도가 낮으면 비린 맛이, 온도가 높으면 탄 맛이 강해 커피가 맛이 없었죠. 온도계 없이 손바닥으로 정확하게 우유 스팀 온도를 재는 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후부터 저는 커피숍에 가면 10번 중 9번은 ‘카페라테’를 주문합니다. 카페라테 애호가가 됐죠. 바리스타 교육 과정 중에서 제가 제조하기 가장 어려운 메뉴가 카페라테였기 때문입니다. 교육 전에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을 골고루 주문해 마셨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커피숍에서 거의 카페라테만을 마십니다. 처음 가는 커피숍에서는 무조건 카페라테를 주문합니다.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커피숍이 사용하고 있는 원두의 질뿐만 아니라 바리스타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인들은 종종 “왜 너는 카페라테만 주문하니?”라는 질문을 제게 합니다. 이때 즉흥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제가 카페라테를 주문하는 이유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첫째, 아침 빈속에 주로 커피를 마시면서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페라테가 더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영양소인 칼슘을 카페라테를 통해 섭취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아침에 빵과 곁들일 때 가장 어울리는 커피음료라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라테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합니다.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을 1:4 정도로 섞은 음료가 카페라테입니다.)
요즘에 제게 카페라테를 주로 마시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냥 좋아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