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Study #3. 웹드라마가 꿈틀꿈틀
요즘엔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드는 일이 도통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서로 다른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취향의 차이 때문일까? 내가 조금 더 어릴 때는, 분명히 더 다른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것 같아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그야말로 아리송해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다 모였던 이번 설에 변화 하나를 깨달았다. "TV를 보는 건지, 핸드폰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무심코 던진 삼촌의 한 마디였다. 사실 최근 트렌드를 다루는 여러 기사들을 통해 '생활 대다수의 영역이 Mobile platform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사실은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TV를 보는 와중에도 내가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은 조금 새로웠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에서 심리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친구는 '제 2의 자아로서 핸드폰'을 탐구하고 있는 중이라나.
핸드폰과 함께한 나의 모든 시간은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때문에 이번 글의 키워드는 '모바일 채널의 눈부신 성장',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꿈틀대고 있는 뉴 콘텐츠, '웹드라마'다. 웹드라마는 보통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유통되는 드라마를 일컫는다. 최근 웹드라마 형태로 제작된 콘텐츠 중 유명세를 탄 것들로는 '첫 키스만 일곱 번째', '마음의 소리' 등이 있겠다.
웹드라마가 등장한 것은 2010년 전후이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웹드라마'라는 개념에 대해 생소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웹드라마를 다루기 전에 콘텐츠 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간략하게 되짚어 보려면 text 기반의 소설, image 기반의 만화,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의 각 채널별 성장세를 참고할 수 있겠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추산한 내용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던 소설, 만화, 드라마와 같은 기존 콘텐츠들의 성장세는 0%를 웃돌고 있다. 반면, 모바일로 유통 채널을 바꾼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와 같은 웹 콘텐츠들의 성장세는 시장장규모를 기준으로 웹툰 30.46%, 누적클릭수를 기준으로 웹드라마 160.45%를 기록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코 웹드라마다.
주1. 한국 시장에서 웹드라마는 아직 명확한 수익원이 발굴되지 않아 정확한 시장규모가 추산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시장규모 대신 누적클릭수 기준으로 3년 간 콘텐츠 성장률을 산출했다.
주2. 역대 시청률이 가장 높은 10개의 드라마 중 가장 최근 작품은 2002년 <태조왕건> 60.2%였다. 2016년에 가장 흥행한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로 시청률 38.8%만을 기록했다.
반면, 이러한 통계와 모바일 플랫폼이 가지는 강력한 힘에 비해 한국 시청자들의 웹드라마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굉장히 저조한 수준에 그친다.
이유는 웹드라마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이는 시장,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웹드라마 제작 업체의 수익은 최고 약 640억원부터 최저 7,800만원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이치', '소후' 등의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자체 제작 드라마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웹드라마를 배급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 간의 독점 방영 경쟁도 활발한 실정이다. 특히, 중국 웹드라마 <상은>의 경우,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동성애'를 소재로 한국 팬 계층까지 흡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조회수 10억 이상 웹드라마 중 아이이치, 소후가 제작한 드라마의 비중은 83%에 달한다. 중국 웹드라마의 제작비는 2014년 이후 슈퍼 IP 경쟁이 가속화된 이후로,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회당 제작 단가가 1.7억원 이상 투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웹드라마 시장이 중국만큼 활발한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시청패턴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중국 시청자의 경우 당국의 규제, 비싼 수신료 등을 이유로 유료 IPTV, 위성방송 등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당국의 규제가 적은 무료 웹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웹드라마는 TV드라마급의 파급력을 가지는 위치로 빠르게 성장해갔고, 웹드라마 제작 규모와 수준 또한 빠르게 향상됐다. 청춘물부터 일상 시트콤, BL물까지 소재와 장르는 다양해져갔고, 관련된 온, 오프라인 마케팅도 활성화됐다. 웹소설, 웹툰과 같은 슈퍼 IP를 기반으로 한 웹드라마도 적극적으로 제작되면서 웹드라마의 위상은 날로 공고해졌다. 대표적으로 아이유가 출현했던 한국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중국의 소설과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사례로, 중국 웹드라마의 위상을 실감케한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은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이용자들의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에서 제 2의 Netflix가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제작과정에서 출연 배우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웹드라마를 추천하는 단계까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개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 시청자의 경우 아직까지는 TV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tvN과 같은 케이블 방송은 엄격한 규제에서 한 발 물러나 드라마에 자유로운 시도들을 접목했고, 이는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또, 오해영!>, <도깨비>와 같이 파급력 측면에서 지상파 드라마 못지 않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웹드라마 이와에도 즐길 수 있고 즐길 의향이 있는 콘첸츠가 넘치는 한국 시장에서는 웹드라마의 파급력이 중국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없었다.
낮은 파급력 탓에 한국산 웹드라마의 수익모델 확보 속도는 감소했고, 협찬과 간접광고에 의존한 웹드라마 제작은 보편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클릭수)을 담보하기 쉬운 아이돌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로맨스물만을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웹 드라마의 장르, 소재 다양화 시도가 무력화되어 버렸던 모습도 보인다.
반면, 웹드라마를 주제로 매력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을 주요 유통 경로로 활용하고 있는 '72초TV'와 '와이낫미디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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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2초TV: 72초TV ‘바나나 액츄얼리’ 시즌2, 조회수 2000만 돌파
2) 와이낫미디어: TV에 ‘응칠’이 있다면 SNS에 ‘전짝시’가 있다
이들이 기존 웹드라마와 다르게 국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동력은 바로 '모바일 환경' 그 자체에 집중한 데 있다. 3분 내외 혹은 5분 내외의 짧은 호흡을 지닌 드라마를 집중 제작함으로써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하기 '딱' 좋은 드라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페이스북을 주요 유통 채널로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하다. 네이버TV를 주력 유통 채널로 선정한 웹드라마들은 네이버에서 따로 검색해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에게는 접하기 힘든 콘텐츠 중 하나로만 그쳤기 때문이다.
더불어 반응성이 높은 시청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기획과 제작' 단계를 통합한 모습도 눈에 띈다. 국내 웹드라마 제작 생태계의 한계점 중 하나인 제작비 문제는 신인, 조연급 배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절감했고, 대신 소재와 형식을 다양화해 약한 출연진 라인업 문제를 극복해냈다. 실제로 72초TV의 연관 검색어 중 하나는 '72초 드라마 배우'일 정도로, 이들은 새로운 소재와 형식, 페이스북 채널을 활용한 웹드라마가 나름의 '스타배우'를 배출할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글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웹드라마 성패 차이를 비롯해 72초TV와 와이낫미디어란 웹드라마 제작 스타트업들의 약진은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1) 모바일 콘텐츠가 기존 콘텐츠를 뛰어 넘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에 있고, 2) '모바일 플랫폼에서 딱 즐기기 쉬운' 콘텐츠가 '남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첫 키스만 일곱 번째>와 같은 대형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보다 '와이낫미디어'의 <전지적짝사랑시점>이 '성공한 웹드라마의 대표사례'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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