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소백산 국립공원 등산 일지

엄마와 내가 가장 젊은 날의 추억

by 다이아

2022년 9월 12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엄마랑 소백산 비로봉을 찍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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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소백산 등산은 서울 체크인 9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이정은 : “이제 부모님과 여행을 좀 다니려고 하니깐, 요즘에는 좀 버거우신 것 같아”

이효리: “걷기가?”

이정은: “피곤하시대, 의욕은 거의 청춘이야. 스무 살 같으시다고 그러는데 못 걸으셔”

이효리: “우리가 이제 그럴 나이 때인가 봐~”



2021년 아빠가 돌아가고 나서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엄마를 향했다. 아빠는 항상 하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같이 해주지 못했을까? 생각을 한참 한 적이 있다.

TV 속 보이는 모든 것, 삶 속 보이는 모든 것이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계속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가 지금은 아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딸로 남았다.


그래서 난 이 장면을 봤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또 나중에~ 나중에~ 하고 있구나! 엄마와 내가 가장 젊고 건강할 때가 지금일 수 있다. 그래서 엄마와 소백산 국립공원 버스 티켓을 바로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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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티켓은 충동적으로 끊었다고 해도 6시간 등산에 대한 두려움은 꽤 컸다. 내가 6시간을 등산할 수 있는 체력인가? 경험이 없어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가 나를 돌보기 힘든 상황에 엄마도 힘이 들 것이고 다녀와서 엄청난 몸살에 걸리면 큰일이다. 6시간 등산의 두려운 생각은 계획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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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과 소백산 국립공원 버스 티켓은 (2022년) 추석 선물이기도 했다. 소백산 등산 일정에 엄마는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등산하고 바로 다음 날 출근을 하는 일정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 당일날은 소백산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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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등산은 나와 엄마 둘이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미션 같은 느낌이었다. 소백산에 도착했을 땐 날씨가 흐린 덕분에 산 냄새는 더욱 진하게 느껴졌으면 공기는 아주 시원했다. 긴장이 약간씩 풀리고 기분이 좋았는지 엄마는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로 젊은 사람들을 제쳐나갔다. 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쫓아 올라가기 바빴다.


나는 요번 등산으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소백산은 돌산이라는 점과 소백산에만 있는 신기하게 생긴 풀 모양도 인상 깊었다. 산 중간까지 계곡이 이어져 있어 물소리와 함께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그리고 엄마는 젊었을 때 YMCA 산악회 회원으로 밤에 등산해서 해 뜨는 보고 하산하는 ‘등산 고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 구경 또한 재미 중 하나였다. 굉장한 근육질 사람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으며, 여자 또한 등산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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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한 지 1시간 30반 3km 정도 올라왔을 때 난 정말 많은 에너지가 빠졌었다. 머릿속으로 ‘아 진짜 쉽지 않네? 힘들 줄은 예상하였는데 진짜 힘들다.’ 생각하고 있었다.

어의곡에서 출발한 소백산 등산길은 총 5km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돌길이 이어지고 다음은 계단 지옥 다음은 오르막 능선으로 비로봉에 도착하는 길이었다. 3km 지점에 도착했을 땐 비로봉까지 2km가 남았고 계단 지옥의 시작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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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 정도 올라오면 등산을 하는 모든 사람의 머리가 젖어있다. 계단 지옥이 시작되기 지점 바로 앞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제 계단을 바라보면서 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돌길보단 쉬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몸은 무거워질 때로 무거워졌고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이 힘들었다. 다들 페이스가 늦춰지면서 같이 올라가는 몇 사람이 형성된다. 그때 옆에 사람이 같이 온 파트너에게 해주는 말이 나에게 말하듯 아주 가까이서 들린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오길 정말 잘했어~”

“여기 오면 계단 끝난다~”



꼭 나에게 말해주듯 힘이 나는 말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진 나의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1시간 등산 후 비로봉으로 가는 하이라이트 구간에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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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정상에서 풍경은 정말 너무 멋진 풍경이었다. 힘들었던 2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잊혀 갔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이 뻥- 뚫린 풍경은 쾌감, 뿌듯함, 신기함, 경이로움 많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백산은 설산도 멋지다던데 겨울에 한 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랑 소백산 등산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엄마랑 소백산 등산 인스타툰 [#생각줍줍] 으로 연재 중입니다.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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