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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Oct 15. 2016

D139. 반짝반짝 우유니, 그리고 사막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볼리비아




“여기 정말 지구 맞아? 이거 꿈 아니야? 어떻게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할 수 있지?”


꿈결 같다 말하지만 사실 꿈에서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꿈에서조차 다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말이 필요 없는, 아니, 탄성 이외에 말이 나오지 않는 곳. 
이곳은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거울처럼 하늘을 비춰내는 하얀 우유니는 그날의 구름, 공기의 온도, 바람의 방향, 해와 달과 별의 높이에 따라 모든 순간이 새롭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발을 디디는 순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내 발걸음에 흔들리는 물결만큼이나 심장이 떨린다. 땅을 딛고 서서도 구름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가 없다.


세상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말은 우유니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었구나. 우유니를 위해서라면 비 맞으며 고생 고생하며 괜히 우기에 왔다고 투덜거렸던 트렉킹들, 몇 번이라도 다시 할 테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니!’라는 생각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풍경은 처음이다. 입을 벌리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당장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벅찬 감정을 나누고 싶어 고개를 돌린다. 옆에 있어야 할 짝꿍은 내 옆에 없고 벌써 혼자 걸어 저만치 멀리 가 있다. 양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아 놓아 불러도 답이 없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홀로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단다.


으이그, 이런 순간에도 나와 함께 하는 낭만보다 홀로 느끼는 우주의 존재감이 더 중요한 너란 사람.




















물이 가득 찬 우유니가 만들어내는 일몰 풍경. 마치 이 세상을 반으로 접어 물감을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다. 엄청난 자연을 앞에 두고 사진으로나 글로나 그 감동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비루한 감성이 한탄스럽다. 언젠가는 그림을 배워서 마음에 담은 우유니를 나만의 느낌을 색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은, 그저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 또한 그림이 되어야겠다.












너와 나의 우주




모든 것이 다 있지만 동시에 오직 하얀빛만이 존재한다. 







끝없는 사막. 다시 세상의 낯선 색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우유니를 떠나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사막 또한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다. 


이제 칠레까지 3일을 달리고 나면 안데스의 고산과도 안녕이다. 헤어짐을 떠올리니 기나긴 이동도 지루하지 않다.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돌멩이 하나, 구름 결 하나까지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길에서 뛰어노는 알파카와 야마들도, 이 사막을 벗어나면 더 이상 보기 힘들겠지? 







내가 사랑하는 고산의 하늘과 거울처럼 맑은 땅,




Laguna Colorada와 플라멩고



시원한 바람과 한없이 깨끗한 이 공기도.















이토록 아쉬워하면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 건, 볼리비아가 작별의 선물로 준 복통 덕분이다. 볼리비아에서 한 번쯤은 앓고 지나간다는 물갈이. 흔한 고산병 한번 없이 여기까지 왔건만 물갈이는 피하지 못했다. 정말 물이 문제였는지 열심히 밥을 해 먹던 수크레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우유니부터는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찾아오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쏟아내는 것은 없고 우유니의 풍경은 아픈 것도 잊게 할 만큼 대단했다. 우유니로 향하기 직전까지 도미토리 침대 위에 시체처럼 누워있다가도 물 찬 우유니에 던져 놓으면 언제 아팠냐는 듯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뒤돌아서서 배를 부여잡고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죽을힘을 다해 놀고 이제는 덜컹거리는 지프차에 앉아 흐느적거리는 신세. 내 옆에서 운전 중인 엔리께 아저씨는 일본인 앞에서만 자신을 겐지상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어나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일본 친구들 대신 "맥주 살 수 있어?" 같은 문장을 통역해주는 것만으로 능력자가 되어 앞자리에 앉아 걱정 어린 시선을 등으로 받아낸다. 정작 나는 그 맥주 한 모금을 마실 수가 없는 현실.







아... 우유니, 볼리비아, 안데스여. 내 뱃속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치는데 너는 한없이 고요하기만 하구나. 맥주도 마실 수 없는 이런 미지근한 이별을 너와 나누게 될 줄은 몰랐어. 아픈 거 다 나으면 그때 다시 멀리서나마 찐하게 다시 너를 추억할게.











3일을 달려왔더니 이제 이쪽 산을 넘으면 아르헨티나, 저쪽 산을 넘으면 칠레라는 설명이 들려온다. 정말 많이 내려왔구나, 우리. 이렇게 이 여행의 한 챕터가 마지막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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