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망한거 아니야

산후우울증, 나약한 사람이나 걸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출산하고 한 달은 남편과 함께 있었다. 출산휴가 20일을 모두 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5일은 산후 도우미와 같이 있었다. 그 후 50일쯤부터는 혼자 아기를 돌봤다.


아기를 돌보기는 쉽지 않았다. 아기가 울면 마음이 급해졌다. 왜 울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달래도 우는 아기. 아기와 함께 있는 것이 불안했다. 한 번은 마음을 환기시키려고 평소 좋아했던 노래 투어스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를 들으면서 또 울었다. 가사 중에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가 있는데 아기와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내일 또 봐 안녕'이라는 가사는 아기를 사랑해서 내일은 잘해보자는 이야기 같아서 또 울었다. 육체적으로는 아기를 안는 것이 무리가 됐다. 아기가 울면 안아서 달랬는데, 손과 팔이 너무 아팠다. 산후풍으로 손가락부터 팔꿈치를 누구한테 얻어맞은 것 마냥 얼얼했다. 어른들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다는 말을 실감했다. 산후조리를 못한 것도 아니었다. 조리원에서 열흘 있었고, 보약도 먹었고, 마사지도 받았고, 한의원도 다니면서 침도 맞았다. 그럼에도 손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이렇게 얼얼한 상태로 평생을 살 것만 같았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내 인생 망했다고 느껴져서 한 보름을 울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나는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남편이 7시에 퇴근해서 1~2분이라도 늦으면 불같이 화를 냈다. 왜 늦게 오냐고. 남편이 반갑고 구세주 같았지만 화를 내면서 맞이했다. 늦는 것이 너무 야속해서. 어느 날은 내가 좋아하는 김밥을 사 오느라 늦은 남편에게 화를 냈고, 또 어느 날은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한 시간 동안 울고 들어왔다. 또 다른 날은 열이 나는 아기를 다 벗기고 미온수로 닦아주면서 '하필 지금 없는' 남편이 야속했다. 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또 나는 넋이 나간 상태로 있었다.





남편도 힘이 든다고 했다. 그러고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자고. 고민이 됐다. 한 동안 일을 쉬었던 나는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고, 아기도 어렸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기에게서 도망치는 느낌이 들어서 용납이 안 됐다. 결정을 하기 위해서 gpt와 상담을 했다. gpt도 남편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결코 아기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쉬어야 한다고.









한 참을 상담한 후에 영재고등학교 면접을 봤다. 합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마음이 갈팡질팡 했다. 아기가 너무 어린데 괜찮을까? 아기가 엄마와 애착형성을 못하면 어떡하지? 쉬어야 한다는 말도 맞다. 내가 행복해야 아기한테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다. 남편이 쉰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출근했지만, 출근한 후에도 아기가 눈에 밟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밝아졌다.

아기가 울어도 아주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가끔 화끈거리기는 하지만 손도 쓸 수 있게 됐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인생이 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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