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결과지만, 한 타는 과정이다

Part 1. 통제와 비통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구분하기

by 마르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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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권한 안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 거기서 철학이 시작된다.”
-에픽테토스


오늘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우화로 시작한다.

어느 시골 마을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큰아들은 우산장수이고, 작은아들은 부채장수였다.

날씨가 맑고 해가 쨍쨍하면 어머니는 큰아들을 떠올리며 걱정했다.

“아이고, 오늘은 우산이 안 팔리면 어쩌나…”


그런데 비가 오면 상황은 반대였다.
“아이고, 오늘은 둘째가 부채를 못 팔겠구나…”


그리하여 비가 오나 맑으나 어머니의 마음은 늘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이 말했다.
“아주머니, 생각을 바꿔보세요. 비가 오면 큰아들의 우산이 잘 팔리고, 날씨가 맑으면 둘째 아들의 부채가 잘 팔리잖아요. 어느 쪽이든 좋은 일 아닙니까?”


그제야 어머니는 웃음을 되찾았다. 똑같은 날씨, 똑같은 상황인데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마음은 괴로움에서 기쁨으로 뒤바뀐 것이다.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스포츠 스타 손흥민도 비슷한 깨달음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는 2021-22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왕 차지하고 기대치가 달라졌다”라는 그의 말처럼, 2022-23 시즌을 앞두고 전 세계 팬과 언론은 그의 발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상황은 기대와 달랐다. 8경기 동안 골은 물론 어시스트조차 거의 없었다. 팬들의 눈빛은 점차 날카로워졌고, 언론의 평가는 냉혹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겹쳤다. 2022년 말에는 안면 부상으로 보호 마스크를 쓰고 뛰어야 했다. 마스크는 그의 시야를 가렸고, 월드컵 이후에는 허니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긴 회복이 필요한 부상이었고, 그는 자기 자신조차 믿기 어려운 시간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슬럼프는 영원하지 않았다.


2022년 9월, 레스터 시티전에서 그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후반 교체 투입된 후 단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오랜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그날의 골은 단순한 세 골이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주변의 비난을 가볍게 날려버린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그 뒤로 그는 조금씩 흐름을 되찾았다. 마스크를 벗고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득점과 어시스트가 늘어나자 팬들의 기대도 회복되었고, 손흥민은 다시금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증명해 보였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득점력이 아니었다. 그는 팬과 언론의 반응이라는 자신의 권한 밖의 것이 아니라, 훈련과 회복, 경기 태도 같은 자신의 권한 안의 것에 집중했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본인의 권한 밖의 일에 휘둘려 불안에 떠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직장인 A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주목하는 자리였고, 그 발표의 결과에 따라 부서의 향방은 물론 회사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였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실수하면 어쩌지? 자료가 잘못된 건 아닐까?” 걱정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드디어 발표 당일이 되었다. 예상대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초반에는 말이 더듬어지고, 슬라이드 자료가 잘못 나와 순간적으로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중은 호의적이었고,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발표는 무난히 끝났다.


결과는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범한 성과였다.


놀라운 것은 그 직후였다.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발표가 끝나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성과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남다른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상황이 ‘지나갔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불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돌이켜보면, 발표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가 덜 불안해했다면, 아니면 오히려 더 긴장하며 압박을 느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것은 그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발표 자료를 점검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고민하며 준비하는 과정뿐이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면 불안은 커지고, 삶은 점점 무겁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하면 작은 성취가 쌓이고, 그 성취는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철학이란 거창한 지식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자유를 찾아내는 기술일지 모른다.


학생에게 중간고사 성적은 이미 자신의 권한 밖에 있다. 시험지를 제출하는 순간 점수는 더 이상 바꿀 수 없고, 결과에 대한 불안은 그저 마음을 짓누를 뿐이다.


그러나 더 나은 성적을 위해 하루를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할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권한 안에 있다. 문제집을 한 장 더 풀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반복해서 확인하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불안을 줄이는 길이다.


장사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오늘 몇 명의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더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찾아온 손님에게 성심껏 응대하는 일은 분명 내 권한 안에 있다.


날씨나 경기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오늘 내가 내놓을 음식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야 한다”라는 태도는 전적으로 내 선택이다.


골프장에서 최종 스코어가 몇 타가 될지는 누구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매 샷마다 집중하는 태도, 동반자에게 보여주는 매너, 잘 안 풀리는 플레이를 빨리 잊고 다음 샷에 몰입하는 태도는 전적으로 내 권한 안에 있다.


샷이 흔들릴 때 짜증을 억누르고 다시 자세를 고쳐 잡는 순간, 우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서 자유를 경험한다.


실제로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많은 스포츠 스타들은 멘탈 관리에 탁월하다. 그리고 그 멘탈 관리의 핵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루틴을 반복하는 데 있다. 경기 전 호흡법, 워밍업, 일정한 생활습관 등은 모두 본인의 권한 안에 있는 것들이다.


루틴과 자기관리에 몰입하는 태도가 곧 불안을 줄이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우산장수와 부채장수의 어머니, 손흥민, 직장인 A,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루틴이 전하는 교훈은 하나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릴 때 삶은 불안으로 무겁지만,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삶은 가벼워지고 단단해진다.


에픽테토스가 말했듯, 철학은 거창한 사변이 아니라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붙잡고 있는 불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의 권한 안에 있는가, 아니면 밖에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디에 더 집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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