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Part I. 통제와 비통제 8.

by 마르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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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탓하지 말라. 우리가 다스릴 수 없는 것은 어차피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세네카

요즘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 일요일 밤에 방영되는 〈신인감독 김연경〉.

전설적인 배구여제, ‘식빵언니’ 김연경이 감독으로 나서, 각자의 사정으로 기회를 잃었던 선수들을 모아 만든 팀 ‘원더독스’와 함께 제8구단 창단을 목표로 한다.


형식은 예능이지만, 실제는 다큐다. 웃음을 주는 장면도 있지만, 코트를 뛰는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방송의 편집은 흥미를 더하는 장치일 뿐,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결국 ‘진심’에서 나온다.


선수들의 절실함과 김연경의 지도력이 만들어내는 서사, 그것이 우리를 몰입하게 만든다.


김연경은 선수 시절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지금은 신인 감독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짧은 말과 날카로운 전술은, 그가 얼마나 영리한 선수였는지를 증명한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엔 ‘신인’감독이 아니라, ‘신’인감독이라 불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연경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터키 페네르바체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을 때?
남녀 통틀어 세계 최고 연봉을 기록했을 때?
2012 런던올림픽에서 4위 팀의 선수임에도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었을 때?


아니다. 그녀는 2021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이 말의 무게는 당시 대표팀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세터 공백, 부상 선수, 세계랭킹 10위권 밖. 언론은 “조별리그 통과도 어렵다”고 단정했다. 팬들의 기대도 낮았다. 김연경이라는 스타가 있어도 혼자서는 팀을 끌 수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준비한 만큼 뛰고, 순간마다 집중하는 것.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대표팀은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은 터무니없이 뒤졌지만, 한국은 밀리지 않았다.


풀세트 접전 끝, 14-13. 마지막 랠리. 터키의 서브가 넘어왔고, 안정적인 리시브가 세터에게 이어졌다. 볼이 높게 뜨자 김연경이 스파이크를 날렸다. 공은 블로커 손끝을 스치고 코트에 꽂혔다.

15-13. 한국의 승리.

코트 위는 눈물과 환호로 뒤섞였다. 언론은 쏟아냈다. “김연경, 28득점으로 한국을 4강으로 이끌다.”


김연경은 늘 같은 말을 해왔다. “후회하지 말자.”
그녀가 현역 시절 동료들에게 했던 말도 같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운동선수가 후회하지 않는 길은 하나다. 결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한 순간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브 하나, 리시브 하나, 토스 하나. 그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전부다.


반대로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몸을 경직시켜 평소 실력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다.


세네카의 말처럼, 결과는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력은 내 것이다.

김연아, 박지성,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땀 흘린 시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스토아 철학은 흔히 ‘내면의 평안’을 위한 철학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는, 동시에 성과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결과를 불안해하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만약 당신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당신의 손을 벗어난 영역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니 결과는 내려놓자.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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