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템테이션' 서평
더글라스 케네디는 검증된 작가다. 빠른 전개속도도 인상 깊다. 그가 쓴 '유혹'이라는 작품. 작가가 쓰고 싶었던 의도는 뭘까?
이 더글선생의 책은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영미소설이다. 인물의 묘사, 행동, 언행 등 어쩌면 동양인의 시각으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도 있고, 말도 있고... 하지만, 인간 본연의 심리묘사만큼은 탁월한 작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돈, 성공, 유혹'으로 시작한다.
11년차 무명작가의 삶이란 책에 묘사한 부분이 아니라도 자본주의 세계의 삶을 살고 있는 누구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허름한 집과 때묻은 살림살이, 삐걱거리는 가구, 낡은 차. 밀린 월세와 부족한 돈으로 항상 오고 가는 부부싸움.
그런데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성공'에의 신호가 찾아온다. 한 유명 방송사의 시트콤 작가로 계약하면서, 또 그 시트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약 스타작가로 뛰어올랐다.
그의 주변은 화려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낡고 고장 많은 차를 최신 포르쉐로, 최고 명품의 옷과 가구들. 심지어 그간 같이 고생했던 가족까지도 모두 바꾸게 된다. 가족까지도.
가족이라는 것은 부부관계가 끝나면 같이 종말을 맞는 것이다. 성공한 남자에게 찾아온 세련되고 교양있는 미모의 여인. 소설 속 이야기에서는 '샐리'였다.
결혼했어요? 아님 결혼생활에 억지로 매여 있어요?
예상치 못한 여인의 질문에 얼어버린 성공한 남자. 그때 이 남자의 마음속에 이미 가족은 해체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나둘씩 빠르게 바뀌었다. 계속되는 흥행작.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그에게 더 많은 부를 안겨 주었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 놓았다.
정말이지 이 모든 분위기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어느 순간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선택'이라기보다는 '유혹'에 가깝다. 2백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 '필립 플렉'이라는 영화광의 화려한 초대에 응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남태평양 개인 소유의 섬, 그 안에서의 황제 대접, 그런데 낭만적인 그의 아내 '마사'와의 첫 만남(이게 어쩌면 소설 '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맡고 있다')과 문학적 교감으로 서로의 끌림을 확인도 했다.
마사는 몸을 돌려 해변으로 달려갔다. 나는 마사를 뒤쫓을까 생각했다. 다시 마사를 껴안고 키스할까 생각했다. 사랑과 타이밍에 대한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들끓었다. 그러면서도 내 인생을 더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 얼마나 마사에게 키스하고 싶은지 따위의 생각...
주인공은 화려한 휴가의 꿀맛에 젖어, 또 필립이 제안하는 250만 달러의 유혹에 못 이겨 말도 안되는 괴팍한 상황에 약속을 하고 만다.
그러다가 찾아온 표절시비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 사실 내 시각으로 보면 표절까지도 아니다. '맥콜'이라는 삼류 언론의 기자가 과거 옛 작품들 중에 일부 대사를 그가 베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오마주 정도의 사안으로 넘겨도 될 것인데 자본주의 대중사회에서의 가십거리는 그렇게 이해심이 풍부하지 않다. 사실 냉혹하다.
그렇지만 맥콜이 데이비드에게 하는 짓은 무단횡단을 했다고 교수형에 처하는 셈이잖아요.
나락으로 떨어진 그. 모든 이들의 외면으로 몸소 실패의 처참한 상황을 깨닫는다. 성공할 때의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려진다.
나는 지붕에서 소리치는 기분이었다. "이봐요, 여러분! 나는 데이비드 아미티지입니다!" 하지만 지붕 위에 올라가면 다음으로 갈 곳은 바닥뿐...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영광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재능은 고갈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이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나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 게임의 기본 규칙은 하나다.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한철이다. 그 한철도 운이 좋은 사람이게만 찾아온다.
그의 성공 상황에서 유지되었던 아내 '샐리'도 그를 버린다.
나는 당신이 맞이할 '인생의 황혼'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갈 생각이 없어.
이제 그의 인생에서 남은 친구는 무명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한 에이전트 '앨리슨' 뿐이다. 우연히 앨리슨에게 고용된 탐정으로부터 얻은 정보. '모든 게 조작된 음모'라는. 2백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필립이 꾸민 모든 일. 삼류 기자를 사서 음해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협회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면서 데이비드가 등록했던 저작권을 전부 자기 이름으로 바꾸어 버린 일. 필립은 재능에 대한 질투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던 데이비드.
어떻게 이 위기를 해결하고 소설 속 이야기를 매듭지을 것인지는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바란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깨닫게 된다. 모든 유혹 속에 결국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 대로 이렇게 왔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 낸 인생이다.
결국은 다른 소설들과 같이 모든 것을 되돌린다. 소설 속 느끼는 주인공 '데이비드'의 생각은 이랬다.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어차피 그런 동네다. 엄청난 환영을 받다가도 언제 무시당하며 쫓겨날지 모른다. 추어올려졌다가도 금세 내동댕이쳐진다. 할리우드는 진화론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가혹하다는 점에서는 다 같지만 예의와 교양으로 겉치레하는 다른 도시와 달리 로스앤젤레스는 단순한 한 가지 전제 즉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전제 아래 돌아간다. 사람들은 로스앤젤레스의 그런 문화를 천박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무자비한 현실성이 나쁘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에 있으면 현실을 똑바로 보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내가 볼 때, 보편적인 자본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렇게 이룬 성공으로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상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모두가 달려간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가면 정말 많이 느낀다. 끊임없는 자기 자랑, 부러워하나 질투하는 다른 이들의 눈빛.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계속 채근하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것이 어디까지인가, 무엇이 성공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성공은 어떤 것인가'의 답은 없기 때문에, 만족을 못하고 달려만 간다. 현재까지 얻어진 편익은 과거의 것이다. 새로운 성취 거리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냥 보이지 않는 성취를 위해 살아갈 뿐. 주인공 '데이비드'는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성공을 위해서 달려간다. 하지만 깨달은 점도 있어 보인다. 대체적인 만족스러운 성공은 없다는 본질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작가로서의 내 명예는 회복했지만 이제 나는 성공의 본질을 더없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다음번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아래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 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