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자산에 대한 해석
오르기 시작할 때 의심스러워 못 사고, 한창 오르고 있을 때 설마 해서 못 사고, 잠시 조정으로 주춤할 때 난 저점에서 살 수 있는 똑똑이라 믿어 안사고, 조금 더 하락하면 폭락할까 두려워 못 산다.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할 때 설마 해서 못 팔고, 한창 떨어지고 있을 때 신념은 종교가 되어 못 팔고, 잠시 반등으로 희망줄 때 믿음의 승리라며 안 팔고, 다시 하락하면 어쩔 수 없이 그 자산은……조용히 마음에 묻기로 한다.
지극히 보통의 투자자가 걷는 길이다. 이처럼 인간의 편향과 감정은 온통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을 실패의 길로 인도한다. 매일같이 인생을 구원해 줄 주식 종목과 투자 자산을 찾느라 귀동냥과 인터넷 검색을 한다 하더라도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된 인사이트와 원칙,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는 인내다. 그 원칙을 지켜보지 않으면 원칙이 틀렸는지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투자자는 결코 시장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어렵다.
여기서는 여러 투자자산 중에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특히, 2019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자산적 특성을 이해해 보고 어떤 틀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유는 대부분 가계에서, 부동산은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2019년 초 하나금융그룹에서 발표한 한국의 부자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가계금융복지조사 발표로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이 75%에 달한다고 한다. 부자들만의 자산 분포에 비해 부동산의 비중은 더 높다. 총자산의 규모 차이를 고려해 보아도 알게 모르게 한국인에게 부동산 자산은 가장 많이 투자되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애증의 그 이름 ‘아파트’: 집에 대한 세속적 이야기
한국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의 형태가 표준화되어 있고, 우리는 <네이버 부동산>만 열어도 모든 가격 정보의 비교와 흐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확보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상품으로의 접근이 용이하고, 환금성이 보장되며, 거래의 편의성과 함께 이익 추구의 인간 본성에 또 다른 욕망을 낳게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사람들은 오묘한 감정선을 드러내곤 하는데, 어디에 살고 있다는 것이 계층의 대표성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시와 푸념은 정치적 의견에도 반영되며 거센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자칫 부동산 가격이 뛰기라도 하면, 소득 대비 높아진 집값에 대한 비난과 ‘투기’ 프레임이 정치 환경을 지배하고, 이에 놀란 정부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적 수단을 발표하기도 한다. 한편, 성장률이 낮아지는 거시경제의 암울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양 정책들은 많은 도전을 받기도 한다. 실질 GDP에 상당 부분을 차지(대략 15%)하고 있는 건설투자의 확대 정책도 펴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지배하기도 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비난 여론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조차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부동산 디펜던트’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회자되기도 한다. 참 말 많고 탈많은 자산이다.
본디 아파트는 도시화 과정에서 밀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고안해 낸 서민 주거시설이었다. 로마시대 도시화 과정에서 등장한 ‘인슐라(Insula)’나 19세기 미국 뉴욕에서 늘어나는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테너먼트(Tenement)’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듯, 아파트는 좁은 토지에 보다 많은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세운 공동주택이었다. 한국 역시 산업화 초기에는 동일한 목적으로 시도된 주거형태였지만, 이후 수도권 확대와 맞물려 여의도를 시작으로 강남 개발, 신도시 개발과 함께 도시계획 전반에 걸친 세밀한 심사와 까다로운 준공 절차, 그리고 지속적으로 축적된 건설 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고급화가 이루어지면서 현재는 다수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주거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집, 특히 아파트에 대한 투기적 관심도 사실 이익 추구의 본능적인 인간 욕망인 만큼, 무리하게 감정적 해석을 하기보다는, 가계 자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 자산적 특성을 이해하자
이해하지 못하는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반드시 투자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하기 전에는 각 자산군의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올바른 전략이 나올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부동산의 자산적 특성은 아래와 같다.
(1) 표준화된 매매를 통해 현금화가 용이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marketable)
(2) 인간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반드시 적어도 하나는 거래해야 한다는 것
(3) 타 자산군에 비해 담보력이 좋아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대출)가 가능하다는 것
(4) 거기다가 유동성(공급)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
대체로 우리가 재테크에서 운용하는 주식, 채권 등의 성격과 다른 점은 (2)번 필수재라는 것과 (3)번 자산을 담보로 장기간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4)번 유동성(물건의 공급)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인간 생활에 필수재인만큼 정책적 간섭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그 자산가격은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거 복지를 위해서든,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든, 개발에 따른 공급의 증대든 정부 정책이라는 가장 높은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그 정책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버블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은행을 통해서 쉽게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고(이것조차 정부 정책에 의해 통제되긴 하지만),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가격의 급락보다는 급등이 비교적 손쉽게 일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주거용 부동산은 거시경제 환경이 받쳐주는 한 상승 속도가 빠르고 하락 시 타 자산에 비해 강한 하방경직성을 갖는다.
세 번째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암묵적이지만, 자산군 내부에 확실한 선호 양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Power is a lot like real estate. It’s all about location, location, location. The closer you are to the source, the higher your property value.
미국의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극중 주인공인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대통령 취임식 중 대통령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며 말했던 내러티브다. 대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 권력이란 부동산과 똑같다며 본질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말하고 있다.
누구나 살고 싶은, 갖고 싶은 지리적 위치와 형태 등은 정해져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지’가 그것. 하지만, 그에 적합한 부동산은 그 공급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경제학적인 의미로는 입지의 공급곡선이 수직에 가깝다는 뜻이다. 즉, 극도의 공급 제한으로 인해 신속한 가격 조정이 어렵고, 수요가 몰리면 가벼운 분위기에도 호가를 높이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의 가격 상승은 내재 가치 변화에 기인하지만, 여기서 보는 것처럼 비탄력적인 택지 공급 등으로 자산가격이 장기 균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고, 이것이 투기적 수요를 촉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핵심은, 자산가격의 상승 기대가 확산되면서 투기 수요가 증가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그 투기 수요가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버블이 형성되고 커지게 된다.
한편, 자산 배분을 하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 시장중립 포지션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흔히 착각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을 시장중립 포지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나의 현금성 자산은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바대로 누구든 집 없이 살 수는 없으므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이익이 되고 상승할 때 손실이 되는 전세입자의 포지션은 정확하게 ‘매도’ 포지션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오히려 거주를 위해 필요한 1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시장중립’ 포지션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거주에는 불편하지 않은 상태이며, 투자 목적의 2채 이상 다주택자부터 실질적인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이곳에서 버블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가격과 가치의 메커니즘에서 우리는 ‘버블’의 의미를 찾곤 한다. 금융에서 이야기하는 여타 자산군도 마찬가지이지만, 부동산 역시 어떤 순간이 버블인가를 읽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안타까운 건, 지금 한국에서는 합리적 분석보다는 ‘감정적 버블이론’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소득이나 갖고 있는 순자산보다 욕망하는 부동산의 가격이 높으면 버블이라고 쉽게 결론내어 버린다. 실제로 집값의 버블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라는 지표도 존재하고 이를 통해 국가별로 비교하여 해당국 주택가격에 대한 버블을 진단하는 시도도 있다.
PIR 지표는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소득을 모두 모을 경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측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numbeo.com에서의 한국은 2018년 말 기준 17.58배로 글로벌 15위쯤 차지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보이는 대만의 경우 28.91배로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21.56배, 중국은 29.09배, 홍콩은 무려 49.42배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 등은 7~12배 범위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대체로 대도시 관광지와 후진국 도시일수록 PIR 지표가 높은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인구밀도와 관련이 있고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집중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주택가격이 모두 소득 대비 높은 상태라면 이 지표가 과연 정확하게 버블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7배면 적당한 수준인지, 10배면 적당한 수준인지, 20배는 너무 높은 건지, 우리에게 적당한 수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 상대적인 부분이어서 이 지표로 자산군의 버블을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만큼 합리적이고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는 버블의 지표는 없다. 상식적으로 ‘가치를 넘어선 가격’이 되는 순간부터 버블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를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가치라는 것은, 금융에서는 ‘내재된 그 무엇의 화폐적 총량’으로 해석하며, 보통 해당 자산이 미래에 벌어들이는 잉여 현금흐름을 적당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할인한 현재가치를 말한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은 이러한 가치측정(valuation)의 근거가 상당히 미약하다. 아파트는 건물과 땅으로 그 자산을 분해할 수 있고, 각각의 가치를 계산한다면 얼추 그 가치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아파트 수명 경과 후 얼마가 될지 모를 재건축 가치(토지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 사용되지 않는다.
3.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의 틀을 만들어야 할까
이렇게 가치측정 모델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판단은 여러 거시경제 여건에 비추어 그 흐름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래와 같은 요소를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정부의 주택관련 정책: 정부의 정책 입장은 무엇인가
(2)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거시경제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3) 학군, 직주근접 등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입지 등의 대중적 선호도
정부 정책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관리를 하는 당국자의 입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급격한 하락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어 세수가 줄어드는 등 거시경제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야기한다. 때문에, 대체로 정부에서는 상식선에서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그 정책 도구들을 활용한다. 부동산 정책 대부분은 세금과 대출에 대한 규제를 통해 구현하는데,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주의 깊게 그 내용을 검토해 대응해야 한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금리’다. 한국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다. 이러한 전세의 개념 때문에 선진국 부동산 시장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전세는 임대수익의 개념보다는 금융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는 그 자체가 금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생겨난 제도다. 정책적으로 금융시스템이 산업자본에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개인들은 대출이 용이하지 않았다. 때문에 주택 구입 과정에서 모자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 집을 세놓는 관습이 생겨났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보다는 목돈이 들어오는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보증금은 ‘이자 없는’ 은행 대출 역할을 한 것. 세입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경제력 보다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존재했기 때문에 공존이 가능했다.
거시경제 상황 때문에 장단기 시장금리가 변동함에 따라 통화정책이 바뀌고, 전세의 가격도 주택의 가격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상식적으로 전세가가 오르는 건 전세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지만, 그렇게 된 배경은 예금이자가 2%도 안되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받는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오른다는 전제가 깔리지 않으면 소위 ‘갭투자’라 불리는 전세 기반의 주택매수는 줄어든다. 당연히 전세 공급이 감소하며 전세가는 오르게 된다. 여기에도 변수는 있는데, 바로 ‘공급’요소다. 특정 지역(생활권)에 신규 단지 등의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경우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의 전세 공급이 많아지며 전세가는 하락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2년 이후 시장이 균형을 잡으며 본래의 가격으로 회귀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주택가격과 전세가가 하락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자세하게 알아보면 일부 공급이 몰린 지역에 일부 물건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전반적으로는 체감을 할 수 없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주택 보유의 결정적인 편익은 실물 자산이라는 것과 환금성이 높다는 데 있다. 임대료와 집값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헷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은퇴 대책으로 누군가가 은행에 10억 원을 넣어 놓고 받는 이자가 10년 전 5백만 원이었다면, 지금은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10년 전과 똑같은 생활 수준을 위해서는 원금을 헐어 써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예전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일본의 노인들이 은행의 제로 금리 때문에 바로 이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예금을 할 게 아니라 집을 사두면,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화폐가치 변동에 대체로 연동하게 된다. 살고 있는 집 외에 은퇴 대비책으로 임대수익용 주택을 매입한다면, 화폐가치와 금리가 어떻게 되든지, 어느 정도는 이전 생활수준을 지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집값은 데이터가 쌓인 1986년부터 2018년까지 32년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쉬지 않고 올랐다. 그 두 번 조차 1998년에 있었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이 두 번의 외부 효과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단기 이슈로 인한 소폭의 등락은 있을지언정 물가상승률을 따라 장기간 지속해서 상승해왔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입지 측면에서 뚜렷한 선호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와 그렇지 않은 입지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서울 등 대도시권의 생활권에 따라 선호가 분명히 갈리기 때문에 직주근접성과 학군 등 각 생활권에 접근성이 좋은 입지의 주택이라면 매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득과 순자산 여건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적 입지에 무리한 대출을 일으키지 않은 거주용 아파트의 구매는 장기적으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차피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에 대해 민감한 ‘집’ 문제라 하여 부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도 전략적 행동을 하기도 어렵다. 거시경제를 위해서 실행하는 여러 정책들이 사실은 직간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인위적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부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주택가격은 절대 올라서는 안되고 오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매몰되고 만다. 이런 주장을 하는 책들도 시중에 넘쳐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을 벗어나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이라는 큰 움직임에 한 발짝 떨어져 편견 없이 조망해본다면, 좋은 타이밍에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