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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서 Feb 27. 2022

너는 카페 가면 뭐 봐? (콘텐츠편)

넌 커피회사 다니니까.

커피회사 마케터로 일하며 자주 받았던 질문 중에 하나.


지금의 카페와 커피를 소비하는 방법. 아름답고 유니크한 공간 자체를 소비하고, 미식으로서 커피를 소비하기까지 과연 몇 년이나 걸렸을까? 폭발적 성장이라는 말도 식상한 속도. 이렇게나 빨리 한국 커피 문화가 성숙하면서 소비자 스탠더드도 같이 높아졌으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벌써 한국 커피 씬은 실제 글로벌리 top급이다. 초기 스페셜티 플레이어들의 성장과 선도가 많은 기여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 공간을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은 어느 카페가 핫해? 넌 카페 가면 뭐 봐?” 에 대한 답이기도 한 이야기를 썰 풀듯 적어본다.




세번째, 콘텐츠에 대해


카페에서 말하는 콘텐츠란 뭘까.


1. 먼저 제공하는 음료(메뉴)의 종류가 어떤지.

커피에 집중했는지, 그 외 다른 음료들에 힘을 줬는지.
디저트에 집중했는지 디저트는 거들뿐인지.

커틀러리나 컵은 어떤걸 쓰는지.

유니폼은 어떤식으로 풀었는지.

취급하는 원두의 종류는 많은지 가격은 어떤지.

직접 로스팅을 하는지 아니라면 어디 다른 로스터리 원두를 쓰는지.


2.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는 주문 프로세스는 어떤지.

내 선택 범위가 얼마큼 주어지는지.

원두도 고르고 메뉴(아메리카노,라떼)도 골라야 하는지. 그냥 메뉴만 고르면 되는지.


인사를 하고 포스 앞에 서서 주문을 하고 카드로 결제를 하고 영수증과 진동벨(은 옵션)을 받는다.

사실 몇 초도 채 안걸리는 이 과정에 수많은 고민과 설계가 숨어있다.

원두를 여러 가지 제안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커피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고 뭐가 더 취향에 맞을지 추천도 해주고 싶고, POP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벤트나 혜택도 알려주고 싶고.


3. 굿즈가 있는지,그 구성은 어떤지.

어떤 서사를 가진 공간인지.
인테리어나 브랜딩은 직접했는지 아니라면 떠오르는 핫한 디자인팀에게 맡겼는지.
공간의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에 집중했는지,
Bar내부에는 커피를 위한 좋은기계/기구들에 투자했는지 보여지는 퍼포먼스 위주인지.
이젠 기자재 자체가 품질을 위한 콘텐츠가 되곤하니까.


4. 이 브랜드나 핵심멤버를 통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지.

SNS운영이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 운영은 어떤 톤인지.



두서없이 나열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땀 한땀 쌓아서 그 의도가 촘촘하게 전달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요즘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보이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말하자면 캐릭터 설정 - 세계관 구축과도 비슷한 것 아닐까. 지독한 컨셉충들이 모여가는 커피씬




5. 좀 더 범위를 좁혀 소프트웨어 측면의 콘텐츠 사례를 보자.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뉴질랜드의 커피슈프림Coffee supreme이라는 브랜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 브랜드의 슬로건-We eat coffee for breakfast-을 보여준다.


<popped culture> 이른 아침부터 커피와 토스트로 이어진 사람들

내가 커피슈프림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을 되짚어봤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원두는 종종 접해 마셔보았던 기억이 있고, 대표인 Al keating과 팀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만나보기도 했지만(글로벌리 느슨하게 연결된 커피커뮤니티의 축복) 재밌게도 막상 매장에는 단 한번도 방문해본 적이 없다.


결국 내가 소비한 이 브랜드의 이미지는 온통 온라인으로 접한 콘텐츠들이었다. 가본 적 없는 카페를 좋아하는거다.


굿즈, 각종 사진과 이벤트 현장 모습들 클리핑, 블로그에 연재되는 저널과 sns등. 93년생으로 제법 업력이 된 이 브랜드는 여전히 날 서있고 뾰족하며 쉽게 친근함이 느껴진다. 지금도 좋다.


최근 재밌게 봤던 Cheers Tour를 잠깐 소개해본다.

작년에 8주간 뉴질랜드 전역을 투어한 Cheers Tour
투어카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다. Trees that count

8주간 커피슈프림의 멤버 2-3명정도가 다양한 스팟에서 커피를 판매한다. '당신의 머그를 채워주러 간다'고 표현하는데 참 유쾌하다.

다양한 로컬 브랜드(땅콩버터잼,킵컵 등)친구들의 협찬도 모아모아, 다니는 내내 소소한 이벤트도 꾸준히 전개한다.

매번 들고 다니는 저 휠을 돌려 'Trees That Count'에 착지하면 카운트 되는 수익금은 탄소 발자국을 완화하고, 뉴질랜드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커피(제품)로부터 출발해

카페(공간) 넘어,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말과 동 - 또 이걸 보여주는 일관된 방식이 하나의 메세지로  묶여져 갈 때.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이 되는 순간이다.


나는 이렇게 카페에 갔을 때, 운영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디에 가장 신경(=돈과 시간)을 많이 썼는지를 통해 커피맛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한다.

공급자적 관점으로 카페에 관심을 두면 커피에 실패할 확률이 좀 줄어든다.
가까이에 친한 바리스타 하나쯤 있으면 좋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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