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험 후 스타트업 vs 스타트업 경험 후 대기업

스타트업과 대기업 사이, 커리어 고민에 대한 283명의 스레드응답과 회고

by 글쓰는 COO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창업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대기업 → 스타트업이 좋을까,

스타트업 → 대기업이 좋을까?"



대기업(큰 규모의 공공기관)을 먼저 다니고 뒤늦게 스타트업으로 합류한 나로서는 나의 과거 경험을 바꿀 수는 없기에,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대기업 시스템 안에서 조직을 넓게 보는 시야를 확보하다.


개인적으로 공공기관에 근무하며 큰 조직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레벨의 실무를 거친 것은 현재 스타트업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초급 시절부터 중간관리자까지 겪어온 수많은 업무는 내가 지금 C-레벨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만든 단단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말을 되뇌이게 되는 요즘이다.


사실 내가 공공기관의 부속품이 되지 않고 조금이나마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선배님의 결정적인 조언이 있었다. 본사 발령을 앞두고 HR부서 오퍼에 고민하던 나에게 존경하는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ㅇ과장, 경영지원 부서에 가면 회사를 넓고 멀리 바라보는 눈이 생길 거야.

나는 ㅇ과장이면 가서 많이 배우고, 멋지게 잘 해낼거라 생각해”


그 한마디에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던 HR부서행을 결심했고, 그 오퍼를 수락한 덕분에 회사를 넓게 바라보는 관점과 조직 경영에 필요한 실무적인 것들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퇴사 전 밀도 있게 진행했던 전사적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내 커리어 전환의 마중물이었다.


개발자와 사용자, 기획자, 현업자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총괄했던 그 시간이 나는 그토록 재미있었다. 본업에 더해진 추가 업무로 야근과 야근과 야근의 연속이었지만, 10여년간 했던 어떤 업무보다 즐겁게 수행할 수 있었고, 그 시스템 구축 경험이 나를 세계로 이끈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지금은 떠났지만, 천진난만한 시골 소녀였던 나를 한껏 성장시켜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친정같은 전 회사가 아직도 고맙다. 내가 스타트업에 바로 입사했다면 이런 체계적인 훈련 없이 그저 맨땅에 헤딩만 하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몸담았던 조직이 참 많은 기회를 준 멋진 곳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한다.



스레드(Threads)에 묻다. 결과는: 54% vs 46%


문득 떠오른 이 궁금증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스레드에 질문을 던졌다. 280명이 넘는 분들이 참여해주신 결과는 역시나 팽팽했다. ‘대기업 경험 후 스타트업(54%)’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스타트업 경험 후 대기업(46%)’을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스레드에 달린 댓글들은 각자의 경험에 기반한 주장들이었다.

시스템 우선주의: “직장을 좀 이해해야 스타트업에 가서도 잘한다”, “사업이 목표이기에 조직 경험을 위해 대기업을 먼저 선택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야생의 실행력: “취업이 아니고 창업이 목표라면 처음부터 그 길(스타트업)을 가야 한다”는 강한 확신도 눈에 띄었다.

성장을 위한 역행: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사업을 운영하다가, “좋은 사장이 되기 위해 큰 회사를 배워보려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까지 지냈다”는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screencapture-threads-learn-stargram-post-DW91LiCkygw-2026-04-14-09_06_25.png 스레드 질문(대기업 경험 후 스타트업 vs 스타트업 경험 후 대기업)



쌓인 것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발산한다

댓글 중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쌓인 것은 발산한다”는 말이었다. 짧은 글이지만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배경이 같을리는 만무하나, 어떠한 경험이든 쌓인 것은 발산하기 마련이다.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내가 공공기관에서 보낸 11년이 조직의 시스템을 익히며 에너지를 '쌓아온 시간'이었다면, 지금 스타트업에서의 하루하루는 그 공부를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 맞게 쌓여온 것들을 '발산하는 시간'인 셈이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선호되는 길은 다를 수 있다. 내가 취업전선에 뛰어들 시절에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만이 성공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떤 출발선을 택했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어떻게 '나만의 시스템'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나의 11년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서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을 해내고 있다.


“대기업 경험 후 스타트업 vs 스타트업 경험 후 대기업? 취직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거야?”

누군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주저없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다녔던 그 회사, 또 다시 다니다가 나올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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