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경영하기 전에 나부터 경영하기로 했다

시간 가계부부터 아치캘린더까지, 자기 경영을 위한 세 가지 방법

by 글쓰는 COO

11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며 '내 사업'을 꿈꾸던 나는, 한 스타트업의 COO로 합류하게 되었다. 한 기업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이기에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공공기관 과장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속도로 이루어진다. 쏟아지는 의사결정, 예상치 못한 이슈들, 그리고 사람과 시스템 사이의 끊임없는 조율. 그 틈바구니 속에서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신을 먼저 닦고 가정을 돌본 뒤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이 문장을 곱씹으면서 '조직을 경영하기 전에 나부터 제대로 돌봐야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내가 나라는 시스템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한 기업의 복잡한 운영 체계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나는 환경이 바뀌는 초기에 루틴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노력'이 될지 아니면 '자동화된 시스템'이 될지 결정된다는 것을 안다. 초기에 잡아둔 루틴은 나중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다. 11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맞이한 새로운 야생에서, 나를 지켜내고 중심을 잡게 해 준 세 가지 방법을 기록해 보려 한다.



1. 시간을 '기록'해야 '관리'할 수 있다 : 시간 가계부


수년 전 부동산 스터디를 하며 처음 접한 ‘시간 가계부’는 내 삶의 터닝포인트였다. 가계부를 쓰며 새는 돈을 찾듯,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30분 단위로 쪼개서 작성해 보는 방식이다. 시간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기록을 시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온종일 바빴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에 매몰되어 흘려보낸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허투루 쓰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30분 단위로 하루를 기록하니,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하루의 시간들 중 하릴없이 흘려보내는 ‘누수 시간’을 찾아내 전략적으로 독서와 글쓰기, 공부를 끼워 넣었다. 결국 시간 관리는 강인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의 시스템에 달려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기록되지 않는 시간은 결코 관리될 수 없다.




2. 백수 시절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꾼 근육 : 아침 수영


내 아침 루틴의 뿌리는 퇴사 후 백수로 지내던 시절에 있다. 사실 퇴사 전에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악착같이 새벽 기상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막상 퇴사를 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견고하던 루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되자 긴장이 풀렸고, 오히려 시간 관리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소속이 사라진 뒤 찾아오는 막막함과 나태함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의지에만 의존하던 새벽 기상 대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아침 수영'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던 시절, 적어도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 하나가 나를 버티게 했다.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나를 잡아줄 질서를 수영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찾은 셈이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지금은 그때보다 시간을 더 앞당겨 '새벽 수영'을 간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나만의 가장 강력한 자동화 장치다. 수영 직후 이어지는 글쓰기와 책 읽기는 본격적인 업무 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 이 루틴을 완수한 뒤 찾아오는 성취감 덕분에, 수영 시작 3년 차, 스타트업 합류 2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나는 여전히 업무가 즐겁다.



3. 생각은 머물게 하고 몸은 움직이게 하는 : 아치캘린더(Arch Calendar)


공공기관의 과장이었던 내가 스타트업의 C레벨로 합류하며 마주한 세상은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었다. 조직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의 스터디와 적응이 필요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파편화된 업무 요청들을 제때 정리하지 못하면, 금세 과부하가 걸릴 게 뻔했다. 과부하가 걸리지 않고, 업무를 쳐낼 수 있도록 도와준 도구가 바로 아치캘린더(Arch Calendar)다.


나와 아치캘린더의 인연은 백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병훈 대표님과의 사전 미팅을 통해 초기 베타테스터로 활동하며 시스템을 익혔고, 조직에 합류한 지금까지도 이 툴을 통해 나를 경영하고 있다. 어제도 대표님과 온라인 미팅을 하며 툴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만큼, 나에게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선 든든한 파트너다. 내가 이 툴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인박스(Inbox)에 쏟아내기: 업무 중 불쑥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요청 사항을 일단 좌측 인박스에 다 적어둔다. 머릿속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을 기록으로 쏟아내면, 머리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머리는 중요한 일들을 빠르게 실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실행하기: 우선순위에 맞춰 인박스에 쏟아두었던 아이디어들과 할 일을 캘린더의 빈 시간 영역으로 끌어다 놓는다. 이 '타임 블로킹' 한 번으로 모호했던 계획은 즉시 실행 가능한 일정이 된다.


시스템이 대신하는 의지: 할 일과 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음 업무를 고민하는 에너지를 아껴 곧바로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내면서도 내 개인 생활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내 의지를 대신해 줄 견고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시간관리 도구 ‘아치캘린더’



3n 년간 현실주의자로 살아온 내가 믿는 건 '보이지 않는 각오'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기록과 시스템'이다. 나를 먼저 닦는 '수신(修身)'이 선행될 때, 비로소 조직을 운영하는 '치국(治國)'의 효율도 극대화될 수 있다.


시간관리가 나태해질 때가 찾아오면 나는 시간가계부를 다시 꺼내든다. 다시 한번 나의 시간 씀씀이를 점검하고, 비어있는 시간을 찾아내 중요한 일들을 끼워 넣는다. 나 스스로를 제대로 경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아치캘린더에 할 일을 블로킹하며, 머릿속의 계획들을 현실의 결과물로 바꿔 나간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의 아침은 여전히 설렘으로 가득하다.



[참고] 글에서 언급한 아치캘린더(Arch Calendar)는 정보 과잉 시대에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게 돕는 캘린더 중심의 시간 관리 도구입니다. (https://www.archcalendar.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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