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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플 Sep 25. 2022

3. 괌에서 스쿠버가 아니라 프리다이빙을 한다고요?

괌에서는 프리다이빙은 안 한대!

 스쿠버다이빙이 유행하던 과거에, 나는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가 아닌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땄다. 그에 대한 이유 또한 별거 없었는데 같이 여행을 간 친구가 스쿠버다이버가 아닌 프리다이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프리다이빙에 발을 들이면서 들었던 말 중에 잊지 못할 3가지가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무거운 산소깡 없으면 다이빙 못하잖아. 프리다이빙은 몸만 있으면 돼. 스쿠버다이빙은 레저(leisure)고 프리다이빙은 스포츠(sports)야.

 프리다이빙은 레저가 아니라 스포츠라는 말이 그렇게 멋있게 들릴 수가 없었다. 인생 뭐 있나? 폼생폼사지! 심지어 다합은 배낭여행객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다이버들의 성지였다. ‘멋이 없으면 죽음을!’ 외치는 나에게 다합과 프리다이빙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합이었다.

 

 다합을 떠나는 날, 프리다이빙 강사님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강사님에게서 답장이 왔다.

 -언젠가 다른 바다에서 만나요.

 그 말 또한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마스크와 스노클, 핀만 있으면 우리는 어떤 바다에서든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독히도 낭만적인 말이었다.

 마지막은 친구가 프리다이빙을 영업하면서 했던 말이다.

 지구의 70%가 바다인데, 다이빙을 배우지 않으면 우리는 그 70%를 영원히 알지 못하고 죽는 거야.

 그 말이 모든 다이버가 입문할 때 듣는 말인 줄 알았다면 이렇게 빠져들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았다면 30%도 다 알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텐데, 그 당시에는 저 말이 어찌나 멋있던지.




 프리다이빙에 죽고 못 사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다합에서의 다이빙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다이빙을 못했다. 왜냐하면 그다음 해에 COVID-19가 기승을 부려 프리다이빙을 위해 무려 9개월 전에 예매한 발리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내 수영장이라든가 잠수풀 역시 단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다. 19년 8월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이빙은커녕 수영다운 수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휴가의 목적은 오로지 프리다이빙뿐이었다. 다합을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으니 무려 3년 만의 출국이었는데도 관광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선배 B(앞으로 B라고 칭하겠다) 스쿠버다이빙을 하자고 얘기할 때도(B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어드밴스까지 딴 베테랑이다) 나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언니 저 프리다이빙이 너무 하고 싶어요 ㅠ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적당한 여행 기간, 아름다운 바다, 따뜻한 날씨, 그리고 바다에 뛰어들 마음으로 가득한 나. 중간에 일행이 빠지는,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으나 그것을 제외하곤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아니 없어 보였다.

 저 보기 중에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정답은 바로 나였는데, 내가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데 취미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차일피일 여행 계획을 미룬 지 어언 3개월이 넘어가고 어느덧 출국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8월의 어느 날. 이제 더는 계획을 미룰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아 있는 직장동료에게 입만 열면 ‘귀찮아 죽겠어요’를 연발하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괌으로 떠난 여행객의 대부분은 ‘괌자길’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고 예약한다고 했다.

 가장 먼저 검색해본 것은 ‘괌 프리다이빙’이었다. 이상하게도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정보라든가 업체는 나오는데 프리다이빙에 대한 정보는 터무니없이 적고, 업체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불현듯 숙소를 예약하고 며칠 후 언니에게서 온 연락이 생각났다.

 -괌에 사는 지인 C에 물어봤는데 프리다이빙은 거의 안 한대. 언니랑 스쿠버 하자ㅋㅋ

 바다가 있는데 프리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겼던 B의 말이 떠오르자 마음을 불안해졌다. 프리다이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글에 부랴부랴 댓글을 달아 질문했다. ‘괌에 프다 트레이너 있나요? 추천해줄 수 있나요?’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괌에 프다 센터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다 포인트가 적다고 하네요.’

 휴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행지를 바꿀 순 없는 일이었다. 여행지를 같이 골랐던 A가 떠올라 한 번 더 짜증이 났으나 결국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덜컥 예약한 준비성 없는 내 탓이었다. 짜증만 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내기라도 해야 하는 법. 네이버 카페 ‘괌자길’에 다시 검색을 재개했다. 프리다이빙, 프다, 다이빙, 트레이닝 등 생각나는 관련 단어들을 다 입력해보았다. 역시나 바다가 있으면 프리다이빙을 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다행히 예약 관련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문의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라는 말에 예약 및 트레이닝, 가격에 대한 문의를 작성해 전송했다. 이제 답신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업무를 보며 틈틈이 받은 메일함의 새로고침 버튼을 클릭했다. 답변은 꽤 빠르게 왔는데 유독 눈에 크게 들어오는, 다른 문장들보다 큰 포인트에 굵게 칠해진 문장이 있었다.

 -프리다이빙 예약은 2인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답을 찾았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였다. 좌절하긴 너무 일렀다. 무려 3년 만의 해외여행을 이렇게 망쳐버릴 순 없었다. 바로 네이버 카페에 프리다이빙 동행을 구하는 글을 올리고 답을 기다렸다. 놀랍게도 퇴근하고 귀가할 때까지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문득 괌이 가족 여행지이자 휴양지라는 것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며칠을 꼬박 기다려도 댓글이 달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

 과거 여행을 할 땐 어떻게 정보를 얻었나, 기억을 되짚었다. 지난 이집트 여행을 갔을 때 다합 오픈 카톡방에서 프리다이빙 강사님을 구했던 것이 생각났다. 당장 카카오톡 앱을 켜 오픈 카톡방 중에 괌을 검색해 인원이 가장 많은 방에 입장했다. 공지사항에 맞춰 대화명을 바꾸고 인사는 뒤로한 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프리다이빙하는 업체 아시는 분 있나요? 혹시 1인 예약도 가능한가요?’

 액티비티 예약 담당자라는 관리자가 개인 톡을 보내라며 답을 했다. 그에게 가격, 1인 예약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그는 현지에서 대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친절히 답변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장을 한 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는 전혀 몰랐겠지만.


 몇 분 후 현지에서 온 대답은 다행히 yes였다.

 ‘저는 다이빙 초보라 잘 모르지만, 다이빙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덩달아 신나네요.’

예약금액과 계좌번호를 보내고서 관리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저도 기쁘네요^^’라고 진심을 담아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장장 3개월을 미루었던 프리다이빙 예약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정말로 출국만 하면 될 일이었다.

 여권, 지갑, 핸드폰, 수영복, 마스크와 스노클.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번 여행에서 입을, 마음에 쏙 드는 수영복만 고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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