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후 학급단톡방 글 배달] 생일을 맞이하며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살아가다보면 모든 순간에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만년 내가 하는 일들은 조연의 역할이거나 혹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잘 남지도 않는 엑스트라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수많은 노력들이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도 있다. 성과와 만족은 노력과 일치하지 않는 인생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지치기도 하고 좌절도 한다.
하지만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생일은 그런 의미에서 잠시나마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시간이다. 생일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 가치없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록 20대 후반 홀로 쓸쓸히 자취방에서 케이크도 없이 혼자 생일이라며 없는 용돈을 퍼부어 무려 짜장면을 사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생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쓸쓸함이 있다고 해서 생일이 불행한 건 아니다. 당연히 인생 전체가 우울해지거나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아니면 어떤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훌륭한 조연이 더욱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는데, 작은 영역에서나마 우리 2학년 선반의 학생들을 도와주는 좋은 조연으로서의 담임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비록 나도 무대에서 주인공의 자리, 인기와는 늘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고 살고 있지만.. 학생들의 생일 축하를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소중한 존재로 함께 하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학생들이 나에게 정말 최고의 예우를 갖춰 존중해주었다. 축하를 받아 좋은 것도 있지만 '선생님은 너무 소중한 존재에요. 우리의 최고의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으세요!!' 라는 마음의 지지를 가득 담은 모습에서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치다가 쫘악!!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선생님은 소중해요!' 라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비록 전날 한 학원 강사와 거의 싸우다시피 전화로 민원을 처리하느라 곤두박질쳤던 우울함이 행복으로 바뀌는 건 당연지사. 모두의 마음을 담은 축하, 어딜 보더라도 정성이 담긴 손길, 그 무엇보다 어느 한 명도 소외없이 축하의 과정에 함께하며 행복해하는 모습. 정말 난 복이 터진 담임인가보다. 어디서 이런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2일 전, 그 순간부터 내가 누린 이 행복을 우리 반의 학생들도 모두 누렸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마음을 가득담아 날 축복해준 학생들의 마음 때문에 저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찡하게 난다.
정말..고개 숙여 고마움을 드립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합니다, 우리 2학년 선반 모두들. ^^ (글 쓰는 지금도 눈물 글썽!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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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나와 같은 날 생일이지만..11월 12일의 축하를 기꺼이 저에게 몰아준 채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
쌤이 군복입고 소소하게 생일을 자축하고 있던 2004년 11월 12일.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난 소중한 채희에게 생일 축하를 전합니다! 채희야, 생일 축하해! 같은 날 태어나줘서 영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