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 종례의 글 - 잠시 도망가는 법

종례 후 학급 단톡방 글 배달

by 코딩하는 수학쌤

집에서 육아를 하다 보면 잔소리가 배꼽 아래에서 목으로 쑥 올라오는 때가 있습니다. 웃기게도 학교에서는 그런 걸 그냥 쿨하게 넘어갈 수 있는데 집에서는 그게 잘 안됩니다. 그래서 했던 이야기를 또 하게 되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첫째가 예전에 한 마디 했던 적이 있었죠.


"아빠는 주말에 잠꾸러기.. 그리고 화도 잘 내니까 화꾸러기."


육아 전문가는 나무늘보 육아법을 배우라고 합니다. 무관심한 듯.. 느릿느릿 반응하는 방법입니다. 뭘 봐도 못 본 척.. 피드백도 천천히. 그러면서 아이들은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여유를 배우기도 합니다. 육아휴직 초기에 6살 둘째가 아침밥을 너무 잘 안 먹고 도망 다녀서 아침부터 한판 잔소리를 퍼부은 적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떠먹이고 말걸.. 평생 혼자 느릿느릿 먹겠어? 싶기도 해요.


긍정적 피드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즉각적인 피드백에 너무 취하다 보면 성장을 막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한숨을 지나치게 자주 쉬는 사람, 늘 투덜대는 사람, 조그마한 일에도 크게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 이러한 경험들이 다 즉각적인 피드백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 주변의 사람들도 피곤해집니다. 그리고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 나와서 피드백의 효과도 별로 없죠.


그런 상황에서는 그 장소를 잠시 떠나는 게 좋아요. 자녀의 너무 지저분한 방 정리에 화가 나면 그 방을 나오는 게 낫습니다. 화가 나는 상황이라면 심호흡하며 세 걸음을 일단 옮겨야 합니다. 내 마음이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하고 너무 무질서하게 엉켜있을 때는.. 잠깐 그 장소를 벗어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벗어나도 세상이 망하거나 일이 망쳐지진 않습니다.


소나기가 내릴 때는 비를 피하는 게 지혜롭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내가 한심해 보이거나.. 아니면 너무 힘든 상황일 때는 피하세요. 잠시 도망가는 것도 지혜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06.03] 종례의 글 : 언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