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다양한 진로 - Part 1
실제 학교에서 진로 지도를 하다 보면 교사와 학생 모두 전공에 대한 지식이 막연할 때가 많습니다. 교사도 해당 교과와 관련이 없는 전공에 대해서는 전공 안내 책자 혹은 지인 및 졸업생의 이야기 등 간접 경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도 그런데 학생들은 더욱 전공에 대한 지식이 좁은 편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학과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내용을 배우며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각 전공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와 일부 전공에서는 어떤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치에 의해 많은 유대인들이 학살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말에는 과거의 뼈아픈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똑같은 위기 상황에 다시 빠지게 된다는 경고와 역사의 중요한 역할이 담겨있습니다.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시대 유학자 류성룡이 쓴 징비록을 읽어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상황과 일어난 일,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제 정세에 어두워 신식 무기의 도입도 늦어졌고, 평화가 지속되는 중이라 방비 태세를 갖추는데도 소홀했습니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국방의 준비에 소홀히 했고 군사 지휘 계통과 지원은 무너져있었습니다. 국란 중에도 정치적 이익에 따라 유능한 장수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사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의 일부분은 현재의 사회에도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죠.
반면 역사를 통해 현재의 위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기도 합니다. 과거의 빛나는 문화와 예술을 연구하면서 현재 우리가 그러한 가치를 잘 간직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도 하죠. 소위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라고 하는 말속에는 역사를 통한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글, 금속활자, 뛰어난 문화유산 등을 지니고 있었고, 강대국 사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지켜오고 발전시켜온 나라입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겨낼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정체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역사학에서는 고대 사료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종이에 기록되거나 비석, 벽화 등으로 내려오는 고대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사라지기 때문에 사료의 보존과 디지털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문화재청에서는 국가 문화유산 포털을 통해 문화재를 실측 크기의 3D 스캐닝을 통해 3D 데이터를 생성하고 모델링 파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모델링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으며 이후 문화재가 훼손되더라도 쉽게 복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문화재 탐사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스위스 과학 국립재단의 연구진은 기원전 3세기부터 6세기까지 러시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한 스키타이 문명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고대 무덤을 찾기 위해 기존의 고대 무덤의 인공위성 사진을 합성곱 신경망(CNN)에 학습을 시켰습니다. 이후 다른 무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98%의 정확도로 다른 무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대 문자나 사료를 인공지능으로 해석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 스위스의 로잔 공대와 이탈리아 베네치아대학의 연구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해 베네치아 국가 기록물의 지도, 문헌, 논문, 각종 계약서 등과 같은 수백만 건의 문헌을 모두 디지털화하였습니다.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기록물들은 로봇팔과 대형 스캐너로 스캔을 하고 훼손이 우려되는 고서의 경우 책을 넘기지 않고 CT촬영기법으로 투시하여 통째로 스캔을 했습니다. 스캔한 결과를 검색이 가능한 텍스트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기체가 다르거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표기법 등을 모두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여 처리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문서에 등장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치 지금의 SNS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의 가상공간에서 옛날 사회가 복원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학에서 지금까지 사람의 수고가 필요했던 사료의 복원 및 디지털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앞으로도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사료가 변환되어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 머신러닝을 활용해 다양한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의 지식과 이론에 근거해서 유추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법들이 많이 활용될 것입니다.
어쩌면 역사학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가장 기대되는 블루오션과 같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료의 발견과 디지털화, 해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과거의 복원, 현재와의 새로운 연관 관계 발견 등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지혜와 인공지능의 능력이 합해진다면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무척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