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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Jan 21. 2021

03. 코딩하는 수학쌤의 좌충우돌 인공지능 입문기

인공지능, 수학, SW로 연주하는 진로 콘서트 3중주

4차 산업혁명 개막 이후 불어오기 시작한 인공지능의 열풍

 

 2018년으로 접어들면서 블로그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파이썬이나 아두이노의 참고할만한 활동들이 많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이러한 활동을 시도해보면서 조금씩 활성화되어갔다. 특히 아두이노는 조그마한 장치를 제어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어서 학생들의 구미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어쨌든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초연결’은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뿌리를 내려갔다.


 그런데 IOT는 별도의 기기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야만 누릴 수 있 주로 산업에서의 수요 및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우리 삶의 깊숙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핸드폰이나 인터넷 서비스와 같 인공지능이 활성화될 수 있는 하드웨어의 기반은 우리 삶에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기존의 서비스는 필요에 응답하는 형태였다면 인공지능은 필요를 미리 알아서 채워주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주는 형태였다. 예를 들면 추천 프로그램 알고리즘은 나 자신도 잘 몰랐던 취향을 찾아주고 재미있을만한 것들을 계속 발굴해서 계속 제공해주었다. 즉 IOT는 '사용자가 의지를 가지고 구매해야 하는 기능’에 그쳤지만 인공지능은 ‘나도 모르게 이미 설치되고 사용하는 기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인식과 현실의 차이 (PEGA 2017)


 실제 2017년 PEGA에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불과 33%의 사람만이 AI를 쓰고 있다고 인식했지만 실제 설문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 77%의 사람들이 메일 필터링이나 SNS의 추천 기능 등과 같은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무려 44%의 응답자가 AI를 쓰면서도 쓰고 있는지 몰랐다는 의미이고 이는 능동적 AI 사용자였던 33%를 훌쩍 능가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터넷 서비스, 핸드폰의 앱,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에 녹아들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생활 속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뭔가 편리하다고 느끼면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이 늘 있었다. 페이스북에 추가된 자동 태그 기능과 친구 추천, 새로 구매한 아이폰에 내장된 인물 사진 자동 분류,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 저절로 필터링된 스팸 메일, 현재 사진을 입력하면 미래의 모습으로 사진을 변화시켜주는 신기한 사진 앱 등 기술의 뒤로 모습을 감춘 채 다가왔다.

 

스타워즈의 3PO와 R2D2, 그리고 휴먼스의 애니타. 인공지능의 대한 시각이 이렇게 바뀐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인공지능과 함께 변화하는 미래의 모습의 이미지, 인공지능의 위치도 바뀌어갔다. 알파고가 등장했던 당시 학생이 '인공지능 연구하겠다'고 하면 '인공지능? 알파고 만들려고?'라고 물어보고는 했는데 이는 인공지능은 ‘특별한 기계를 만드는 기술’ 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인공지능은 터미네이터를 만드는 기술의 작은 버전 정도? 인공지능 로봇이라면 스타워즈의 3PO나 R2D2와 같이 '인조인간'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람과 다른 모습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국의 드라마 휴먼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인공지능은 수학, 물리학, 기계공학처럼 대학에서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명제에 의문을 품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사이 인공지능이란 바람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어느새 지워버렸고 미래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증가하보편화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많이 변화되어 갔다.




코딩하는 수학쌤의 좌충우돌 인공지능 입문기


 이러한 사회의 변화와는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가르쳐야 할지 여전히 막막다. 이미 인공지능의 바람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지워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 학생들은 보편화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교사보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활용과 교육은 다른 점이 있다. 교육은 어떠한 현상과 그 부분에 내재된 학문의 발견, 역량과 소질의 계발, 그 분야에 대한 잠재력을 키워주고 진로와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이 연결고리를 찾는 학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입시에도 도움이 되게 해야 하고 적절한 도구와 의미 부여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2019년 12월 겨울에도 이러한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서울 강서 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 교원 전문성 강화 직무 연수 안내 공문을 보게 되었다. 그 연수 프로그램 중  ‘딥러닝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코스가 눈에 확 들어왔고 이 연수에서 처음으로 딥러닝을 실제로 접했다.    


딥러닝을 처음 접했던 ‘4차 산업혁명 분야 교원 전문성 강화 연수’ (2019.12.05)

 이 연수에서는 교사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강의와 양질의 자료, 코딩 및 인공지능 플랫폼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Teachable Machine에서 사진을 학습시키니 알아서 구분을 해주었고, 뭔가 열심히 따라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 실행을 시키니 손으로 쓴 숫자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했다. 강사님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왓슨 계정을 만들고 API를 연결하여 단어를 학습시킨 후 매뉴얼에 따라 하니 몇 시간 만에 챗봇도 뚝딱 만들어졌다.

 

 '텔레그램에서 내가 개발한 챗봇이 작동을 하다니! 우와! 이런 신기한 일이 내가 직접 해본 거야? 내가 이렇게 신기한데 학생들은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나도 이젠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쁨도 잠시 찾아왔다.


 하지만 연수가 끝난 후에 희망과 함께 현실도 함께 직시할 수 있었다. (소위 현타가 왔다) 먼저 파이썬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로서도 딥러닝에 필요한 코드 및 라이브러리를 몇 시간 만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딥러닝의 구현에 필요한 keras, numpy, pandas, matplotlib, tensor flow 등과 같은 라이브러리는 처음 접하기엔 생소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파이썬을 처음 웠을 때 헤매던 모습처럼 나도 일단 이해는 미뤄두고 강사님의 코드를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다. 비록 실행도 되고 구현도 되지만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코드 해석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 만에 코딩을 통해 인공지능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기초조차 취약한 학생들에게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치기엔 수준도 높았고 배워야 하는 라이브러리가 너무 많았다. 마치 김연아의 피겨 트리플 러츠를 감상하고 빙상장에서 한 번 시도해보자는 느낌이랄까?


 또한 인공지능의 체험은 가능하지만 이것으로 어떻게 진로 영역으로 확장해야 할지 막막했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해주는 서비스를 체험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더 폭을 넓혀가지? 학생들이 Teachable Machine으로 어떤 전공분야에서 잠재력이나 가능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까? Teachable machine은 무엇보다 어떤 원리로 분류가 되는 걸까? 무슨 과목이랑 연관이 될까? 생기부엔 어떻게 써주지? 학습은 또 어떤 원리로 일어날까? 이런 의문이 일어났지만 결국 진로교육으로 연결하는 나름의 답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야심차게 시작한 코딩 및 4차 산업혁명 교육과 달리 인공지능 교육은 자꾸만 늦출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이루어진 인공지능과 수학의 만남 : 딥러닝


 이후 좀 더 체계적으로 인공지능 공부를 더 하고자 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육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다행히도 첫 학기에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대한 수업이 개설되었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대부분이었지만 퍼셉트론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들으면서 비로소 인공지능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 딥러닝을 교수님에게 배우게 되다니! 늦깎이 공부였지만 너무 신이 났다.

 딥러닝   퍼셉트론의 원리와 비용 함수를 비롯한 알고리즘의 원리를 배우면서 기다렸다는 듯 수학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수업을 함께 듣던 선생님들은 우르르 쏟아지는 수학 내용에 긴장도 하고 일부는 기겁을 하기도 했지만 코드가 아닌 수식으로 설명되는 원리가 그렇게도 반가웠다. 수식은 질서와 논리를 설명해주는 살아있는 편지와도 같았다. 인공지능에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사용이 되는지는 몰랐다. 마치 드디어 인공지능이라는 캄캄했던 터널의 끝에서 수학의 빛을 발견하고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아.. 인공지능에서는 코드는 표현이고 설계는 수학이구나..!


 코드를 받아 적기 바빴던 이전의 연수와는 달리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머릿속에 원리의 형태로 차곡차곡 정리가 되었기 시작했다. 내용에 질문도 하고 때론 교수님의 작은 실수를 찾기도 하며 수업을 즐기다 보니 한 학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한 학기 수업을 듣는 동안 딥러닝이 수학으로 설계되고 코드로 표현이 된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작동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마치 음악적인 이론 위에 잘 그려진 악보를 그려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수학 전공하기를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음 글 : '04. 내 안에서 일어난 인공지능, 수학 교육 관점의 변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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