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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Jan 18. 2021

02. 빅데이터 2016년, 4차 산업혁명 2017년

[overture] 1악장 - SW 교육과 진로 교육, 그 10년

아직은 인공지능보다는 빅데이터의 시대 : 2016년


 고3 담임을 5년째 하던 2016년 봄 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번의 바둑 대국이 열렸다. 나는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둑에 관심이 많고 이세돌 9단의 특유의 직감과 천재성을 잘 알고 있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완승할 것이라며 신나게 떠벌리고 다녔다. 하지만 이런 나의 확신과는 달리 이세돌 9단은 완패했다. 대국 후 이세돌 9단은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가 이겼던 1승이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한 인류의 유일한 승리였다.

이세돌 9단과 딥러닝의 역사적 대국 (연합뉴스 사진 인용)


 이 사건 이 후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Cantor가 가산 무한집합의 원소의 개수가 같음을 증명한 후 ‘나는 그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믿지는 않는다(Je le vois, mais je ne le crois pas.)’고 한 것처럼, 인간의 추측과 추상화, 직관까지도 확률로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놀라웠고 임팩트가 컸지만 인공지능 당장 당해의 입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왜냐면 학생이나 교사 그 어느 누구도 인공지능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 교육과 인공지능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지원 동기로 인공지능을 인용하는 정도였을 뿐, 체계적인 인공지능 교육을 통해 학생의 역량을 키워 대학입시에 제시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2016년 당시 입시에서 가장 뜨거웠던 단어 중 하나‘빅데이터’였다. 빅데이터는 지금의 인공지능처럼 당시에는 신기술로 인식되고 있었고, 누구나 여러번 들어봤을만큼 점차 익숙해지고 있던 용어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빅데이터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활용적인 면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진로에 적용할 수 있었다. 당시 학생부 종합 전형 지원했던 학생들과 함께 빅데이터에 대한 책을 여러 권 고 다큐멘터리를 보며 각자가 희망하던 학과와 빅데이터의 연결 고리를 찾아 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정치외교학과 : 국제학의 불확실성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외교 갈등은 반드시 그 전에 눈에 보이는 수치가 먼저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외교 갈등 전에 경제적인 불평등 등이 일어난다. 이처럼 측정이 가능한 경제적 데이터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잠재적인 국가 간의 현상 및 내재된 갈등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의학과 : 국내에는 건강 보험을 비롯하여 엄청난 양의 보건 데이터가 축적이 되어있다. 의사도 많고 데이터도 많은데,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의사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 스포츠 과학과 : 머니볼에서 알 수 있듯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경기를 지배한다. 과학에 의한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따른 맞춤형 관리 및 전문적인 훈련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수학 중에서 통계에 강점이 있고 컴퓨터에 관심을 보였던 학생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적합한 소양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지리학과 : 지형과 기후 등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똑같은 기후를 가진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누적하고 관리하며 여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빅데이터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 식품영양학과 : 소비 패턴을 연구하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용이하다. 매년 유행이 바뀌는 의류 트랜드도 빅데이터로 미리 예견이 가능한데, 이러한 흐름은 의식주에서 ‘식’으로 옮겨올 것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로 음식 소비의 패턴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했다. 예전에는 특정 학과의 지원 동기를 좋아하는 과목과 관련짓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 ‘내가 생각하는 진로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며 지원동기 및 학업 계획에 확신을 가지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나갔다. 이 때문에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자기소개서에 숨통이 트였고 내용도 설득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인공지능과 더불어 빅데이터를 국방에 활용하는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습니다. 차세대국방에는 여러 가지 많은 변수를 최대한 분석하여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두 가지 열쇠로 저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그 동안 축적되어 있는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그 속에 숨겨진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경우의 수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다가올 국방에 있어서 핵심 전력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분야에 선구적 개척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주대, 국방디지털 융합학과 학생부 종합 전형 합격생 자기소개서 중 일부)


“이후부터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컴퓨터 공학과 개별적인 내용이라 소홀하게 듣기보다는 컴퓨터와 연관시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확률과 통계 수업 시간에 말씀하신 통계와 컴퓨터의 만남, 그리고 빅데이터에서 생명 과학이 컴퓨터와 만나면서 가능해진 치료법과 전염병 확산의 예측 등을 살펴보면서 컴퓨터와 다른 학문간의 융합에 더욱 많은 관심이 생겼고 이와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이용한 보안 기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만약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면? 해킹의 경우의 수를 분석해서 보안 정책에 대입할 수 있다면?’ 등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수학과학특기자 전형 합격생의 자기소개서 중 일부)


“차후 의학 통계학의 기본이 되는 확률과 통계 과목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 중 통계적 추정에서 표본 조사의 필요성과 유용성, 표본 비율을 활용한 모비율의 추정 내용을 들으면서, 질병의 감염율을 어떻게 조사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를 의학에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강 보험 빅데이터를 임상 실험에 연관시켜 ‘첫 아이를 제왕 절개한다면 두 번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고려의대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질병의 위험 인자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과, 다른 기관의 빅데이터와 연계해 분석할 경우 새로운 치료 가이드 라인 및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관동대 의학과 학생부 종합 전형 합격생의 자기소개서 중 일부)


- ※위의 학생들은 통계적으로 합격선의 내신 컷보다 0.5~1.5 가량 낮은 성적대를 보였지만, 뛰어난 잠재력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소위 '뒤집기 쇼'를 펼쳐주었다.-


 빅데이터와 진로의 만남이 가져온 결과는 눈부셨다. 지원자들은 빅데이터를 이해하면서 학과에 지원한 동기를 힘주어 강조했고, 진학 이후의 학업 계획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자신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피력한 결과 뒤이어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후 2017년 1월 겨울방학에 제대로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빅데이터 내용에 대한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보충수업은 수강자에 한 해서만 내용을 가르칠 수 있는게 아쉬웠다. 뒤이어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4월에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빅데이터 공개 세미나’를 4번 기로 했다.


 '밥 늦게 먹어가며 세미나 오는 애들이 몇이나 될까교실 하나 빌려서 하면 되겠지. 그래도 혹시나..’ 라는 생각에 세미나 사전 등록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많아야 20명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무려 250명이 신청을 하는 바람에 강당을 열어서 세미나를 진행을 해야 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 70분 중 약 30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기도 하고 촬영도 해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250명의 후기를 받아 생기부 기초 자료를 개별적으로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씨앗을 뿌리며 열매를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이랄까?


점심시간 20분을 활용해서 진행한 빅데이터 공개 세미나. 강당까지 오고 점심을 늦게 먹는 수고로움에도 예상보다 10배 이상이 되는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17.03.27)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개막 : 2017년


 이러한 입시 상황과 달리 국내 2016년의 정치는 매우 어수선했고, 결국 2017년에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그 이 후 조기 대선이 진행되었는데 여기서 각 후보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왔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미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과학 기술에 의해 주도되는 미래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어갔다. 어느 분야에서든 시대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선도한다는 문구를 대부분 사용했다.


그런데 이 단어가 4번째 산업혁명인지 4차산업의 혁명인지 누구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학생들이 간혹 학교에서 이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교사들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검색을 통해서도 시원한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광화문에 위치한 대형 서점에 약 2시간이 넘도록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출판된 책 수십 권을 뒤져 보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학생들이 읽을 만큼 쉽게 나온 입문서들은 없었다. 대부분 클라우스 슈밥과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발표를 번역한 책이 많았고, 혹은  이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준의 책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도 그 이후 새로운 책들은 쏟아져 나왔고, 렇게 두어달을 책을 살핀 결과 학생들이 읽을만한 책들을 여러 권 찾아낼 수 있었다.


 이 후 이 책들을 읽어보고 발췌해가며 수업 자료를 만들어 'All About 4차 산업혁명'이란 제목의 여름방학 보충 수업 컨텐츠를 구성했다. 약 10시간동안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할 커리 큘럼을 짜고 학생들이 세미나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갔다. 당시 수업의 진행은 아래의 목차로 구성되었다.


1차시-1. 4차 산업혁명이란?

1차시-2. IOT란?, Connection

2차시-1. IOT로 달라지는 변화 - 집안, 자동차와 사회

2차시-2. IOT로 달라지는 변화 - 의료와 헬스케어, 고령화 사회와 IOT

3차시-1. IOT로 달라지는 산업구조, IOT에 필수적인 글로벌 라이제이션

3차시-2. 왜 빅데이터에 주목하는가?

4차시-1. 무엇이 빅데이터를 촉진하는가?

4차시-2.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5차시-1. 인공지능의 역사

5차시-2. 인공 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6차시-1.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세상

6차시-2. 3D 프린터와 4차 산업혁명

7차시-1. 떠오르는 인공지능 산업과 비즈니스

7차시-2. 인더스트리4.0

8차시-1. 인공지능의 충격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8차시-2. 우리에게 보안이란 무엇인가?

9차시-1. 사이버 공격과 공격 원리

9차시-2. 사이버공격 어떻게 방어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10차시-1. 공유경제와 4차 산업혁명

10차시-2. 4차 산업혁명을 마무리하며, 소감문 작성


 목차가 뭔가 으리으리하지만, 사실 참고하기로 한 책들 내용 중에서 20p 정도 되는 장들의 제목을 발췌한 것들이다. 일방적 강의보단 학생들과 함께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을 하기로 했고, 4차산업혁명이 궁금한 30명의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했다. 학생들에게 준비한 그 책들을 방학 전에 나누어주며 어떻게 발표를 해야 하는지를 안내했다.


 주제들 중에서 사실 고등학교 1,2학년의 학생들이 읽기엔 좀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학생들은 어떻게든 발표 준비를 해왔다. 학생들이 15분간 버벅대며 발표를 하면 10분간 보충 설명을 해주었고, 그렇게 전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한 번 훑으면서 큰 틀을 잡아나갔다. 마침 이 수업을 하는 기간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정재승 교수의 4차 산업혁명 특강이 방영되는데 방송 시청을 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All About 4차산업혁명' 세미나로 진행한 여름방학 보충 수업 (2017.7.20.)

 이 수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분야에 SW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2017년도에 처음 보는 파이썬을 열심히 공부한 후 학생들에게 보충 수업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생들과 함께 코드 오류의 원인을 찾아가며 해매기도 했지만 학기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의 패턴을 훤히 궤뚫어보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2017년부터 학생들에게 SW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필수적인 언어가 될 수밖에 없음을 수업을 통해 가르치고 중요성을 전달했다. 

 

 이렇게 2017년을 보내면서 4차 산업혁명의 2가지 키워드인 초연결, 초지능에 주목했다. 먼저 초연결에 대해서는 IOT의 기본적인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는 아두이노(초소형 마이크로컨트롤러. SW에 의해 회로 및 센서를 제어하며 IOT에 많이 사용)를 연구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연결이라는 키워드에 맞추어서 핸드폰 앱을 만들어서 아두이노의 회로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수업의 방향을 설정했고, 이 수업을 바탕으로 집에서 활용하는 IOT 제품들의 원리를 이해하는 활동을 병행했다. 지금은 아두이노와 관련한 온라인 자료가 풍부했지만 2018년만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참고할만한 자료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꽤나 고생을 했었다. 코드의 오류, 회로의 오류를 계속해서 잡아나갔고, 때로는 부품의 고장임을 알고 허탈해하기도 하면서 학생과 함께 성장해나갔다.


초연결의 소재로 선택했던 아두이노. 하지만 인공지능은 무엇으로 도입할까? (2017.08.31)

 

 이런 교육을 할 때마다 발견하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꿈은 참 놀라웠다. 비록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SW교육은 기본적인 수준이었고 아주 조그마한 지식에 불과했지만 학생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의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파이썬 코딩 기초반 수업에서 미래의 개발자이자 SW 전문가로서의 꿈을 찾은 친구들도 있었고, 간단한 LED를 제어 및 온습도 측정의 아두이노 수업에서 학생들은 미래의 IOT 전문가라는 꿈의 씨앗을 심고 있었다. 심지어 한 3학년 학생은 원서 접수를 50여일 앞둔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처음 배웠던 파이썬 때문에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문과생이었지만 컴공과에 학생부 종합으로 지원했으며 심지어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전공의 길을 걷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포기한 학생들도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꿈과 맞지 않음을 발견한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진로 교육 활동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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