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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Feb 27. 2021

6. 드디어 화창베이-2

HW 부품이 탄생하는 곳. 심천


1.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보자



 겨울방학 보충수업을 마무리 짓고 출발을 해야 하고, 또한 중국 사정도 설날을 앞둔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중국 현지와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월~금으로 다녀오려 했는데 여러 이유로 주말을 껴서 가야 했다. 마침 우리가 화창베이를 찾아간 날이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이 공식적으론 휴무일인데, 중국은 은행도 일을 하고 화창베이의 상가 대부분은 소상공인들의 매장으로 이어져있다. 그래서 토요일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업은 활발했다. 그런데 메이커 스페이스는 비영리단체들이니 토요일에는 대부분 쉬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했던 활발한 제작 활동은 볼 수 없었고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공간만 살펴보는게 전부였다.


 박준 기자님은 다양한 질문에도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서 열심히 대답해 주셨다. 심천에서는 이러한 창업 공간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가까운 대만을 비롯하여 한국, 유럽, 미국의 개발자들도 많이 건너와서 연구활동을 많이 한단다. 반도체와 관련한 사업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점으로 발달했다면, 요즘 워낙에 빨리 돌아가는 상황의 프로토타입 제작은 심천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추세라고 했다. 게다가 저작권 개념이 없어서 내가 남의 것을 베껴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반대로 내가 뭘 개발을 해도 그걸 바탕으로 한 파생 상품이 금방 나타난다. 이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에 가장 잘 따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메이커 스페이스 만한 공간을 심천에서 개인 자본으로 얻으려면 엄청난 임대료가 발생된다. 그런데 거의 무상에 가깝게 시에서 공간을 지원을 해준다. 여기서 연구를 하다 보면 심심한 듯 연구활동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고 "뭘 연구하세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실 기업의 간부급일 경우가 많다고. 연구 내용에 사업성이 보이면 기업 차원에서 그 아이디어를 사 간다. 내가 원하는 연구도 실컷 하고, 그걸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것도 좋은데 돈까지 안겨준다니.. 환상적인 환경이다. 결국 심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명력을 얻는 것은 '사업성'이다. 누군가가 나의 아이디어를 사갈 수 있다니, 연구가 활발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좌) 세운 상가에 위치한 팹랩 서울.      (우) 성수동에 위치한 성수 메이커 스페이스


 반면 한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어떤가? 서울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로 팹랩 서울, 디지털 대장간, 성수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곳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팹랩 서울은 알쓸신잡에서도 나오고, 디지털 대장간은 서울시에서 기획하여 만든 공간이다. 해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더욱 늘려가고 있고, 이젠 학교마다 3D 프린터도 심심치 않게 설치가 되어있다. 그런 활동을 기반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로 연결이 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메이커 스페이스를 방문할 때마다 그러한 연구의 활력을 느껴보기는 참 어려웠다. 디지털 대장간을 방문했을 때는 연구보다는 시제품을 생산하려는 레이저 커팅기 활용만 주로 보았을 뿐, 연구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었다. 팹랩 서울은 가장 활동이 활발했지만, 대부분 취미로 활동을 하는 정도였지 사업성은 없었고.. 성수 메이커 스페이스는 담당자도 만나기 어려웠다. 대학생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화창베이에 위치한 넓고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한 메이커 스페이스들을 유리 문에서나마 촬영해본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동감 가득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연구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가치 있는 연구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취미활동이 절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러한 취미 활동은 생활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위한 것들인 만큼 '미래의 잠재력'을 더욱 확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다. 심천에서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그러한 공기부터 많이 달랐다. 비록 연구 활동을 직접 보진 못했고, 연구자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이곳에서 약 1년 반을 넘게 연구활동을 하셨던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 이기준 대표님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는 무척이나 달랐고 새로웠다.




2. 다시 시작한 화창베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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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커 스페이스 유리문 투어(?)를 마치고 다시 화창베이를 훑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들어갔던 건물에서는 다양한 센서와 칩을 비롯하여 아두이노 부품, 핸드폰 부품 등 없는 부품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돌아보던 중 봤던 한 상가에서는 커다란 박스 안에 부품들을 잔뜩 넣어서 포장하고 있었는데 어디로 택배를 보내기 위한 준비 중이었다. 기자님 말씀으로는 중국으로도 보내고, 한국으로도 보내고, 대만으로도 보내고.. Aliexpress나 타오바오 같은 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세계 각지의 주문처로 보낸다고 한다.




 공구 파는 데가 무척 재미있다. 초등학생이 알파문구, 핫트랙스 같은 문구점을 가면 수많은 문구, 완구에 신이 나서 구경을 하는 기분이다. 드라이버나 다양한 공구를 판매하는 코너에 가니까 내 눈이 돌아간다. 커다란 가방을 가져와서 다 쓸어가고 싶다.. 맨날 공구 하나가 모자라서 아쉬운 대로 힘겹게 조립하고 수리하고 했는데 여기 오니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걸어가다가 한 상가에서 공기청정기 팬을 감싸기 위한 철망 그릴을 보게 되었다. 마침 하나 필요해서 하나만 사려고 했다. 기자님을 통해서 얼마인지 물어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0원쯤 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으로 가장 싸게 사도 2500원 수준이었는데..; 아직 프로토 타입도 만들지 않았던 때라 하나만 사기로 했다. 그러니 박준 기자님이 이건 중국에 온 기념으로 드리는 서비스라며 위쳇 페이로 결재를 해주셨다. ㅋㅋ



 무척 흥미로웠던 아두이노 코너. 우리나라에서는 아두이노와 관련한 부품은 거의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 구매를 해본 분들은 공통적으로 느끼시겠지만 부품값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이지만 그것 때문에 지불하는 배송비가 최소 2500원이다. 택트 스위치 150원짜리 몇 개가 필요한데도 배송비를 내야 해서 늘 여유분으로 뭔가를 더 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용산에 위치한 동신전자나 샘플전자, 세운상가 3층 같은 오프라인 매장도 있긴 있지만 그렇게 제품이 많이 다양하지는 않고 온라인보다 비싼 경향이 있긴 하다.


 그런데 화창베이는 완제품 키트도 많고, 판매하는 구석에서 뭔가를 늘 새로 만들고 연구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심지어 키트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분들도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부품을 유통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온라인에서야 메카 솔루션이나 다른 분들도 있지만 오프라인 환경이 좀 더 활성화가 되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하기엔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부품도 보고, 전기제품, 전자제품, 핸드폰 부품 등 정말 다양한 제품들을 보고 보고 또 본다. 뭐가 이렇게 많은가... 하고 넋을 잃고 코너를 돌면 또 눈앞에 새로운 제품군들이 쫘악 늘어서 있다. 


 이러한 전자제품 상가 바로 위에, 바로 옆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필요하면 몇 분 걸어가서 몇 백원에 부품을 사 와서 또 만들어본다. 그리고 잘 만든 게 있으면 누군가가 사 간다. 재밌는 걸 만들면 키트화해서 화창베이에서 교육용으로 판다. 그리고 또 재미로 만든다. 그럼 돈도 벌 수 있겠지? 아..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3. 디지털플라자와 같은 샤오미 샵으로.


공차가 대만에서 건너온 곳이긴 한데, 심천의 공차 가게는 스케일이 후덜덜이다. 망고, 파인애플 같은 것들을 주스로 파는데 그 양이 거의 1리터 수준이다. 과육도 그냥 팍팍팍 넣어주는데 이거 먹다가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도시가 중국 남부 지역에 있고 과일도 가까운 동남아 등지에서 바로바로 공수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공차 근처에 이러한 과일 주스를 파는 곳이 2군데가 있는데, 뭔가 "과일 주스 있어요~"라는 느낌의 호객(?)을 위한 음성파일을 계속 틀어놓았다. 무슨 내용인지 당연히 전혀 몰라서 기자님께 물어보니..


 "뭐.. 우리가 쟤네보다 싸다. 몇 잔 먹으면 하나 공짜로 더 준다.. 그런 내용이죠."


여하튼 앉아서 홀짝거리며 마시다가 배가 남산만 해졌다. 이제 뭘 보나.. 하는데


"샤오미 혹시 좋아하세요?"

"(0.1초 만에) 네! 좋아합니다."

"한 번 샵에 가보실래요?"


엥? 우리나라 LG 베스트샵, 삼성 디지털플라자 같은 곳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샤오미샵으로 고고.



 생각보다 중심가 쇼핑몰에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2019년 1월만 하더라도 샤오미는 워낙 '휴대폰 보조 배터리'로 유명했던 이미지가 컸다. 그런데 정작 샤오미샵에는 80인치 급의 대형 TV도 있고, 핸드폰도 있고 (지금 제 폰은 샤오미 Poco F1을 씁니다. 가성비 쵝오), 공기청정기 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많았다. 대부분 뽀얀 흰색의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이쁘다. 모든 제품을 샤오미가 제작하는 게 아니라 투자할만한 제품에 OEM도 아닌... 뭔가 샤오미 생태계라는 말을 쓰던데 여하튼 신기했다. 약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가운데 사진의 물걸레 청소기는 이미 우리 집에 있은지 오래다. 샤오미 공기청정기는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이 되어있다. TV 가격은 삼성, LG 제품의 거의 2/3 가격이다. 


 한창을 보면서 구경하다가 장난감 코너에서 유치원생급 아이들 두 명이 싸움이 벌어지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말리면서 서로 미안하다고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그나마 젊은 부모들이라 그래도 매너가 있다며 기자님이 슬쩍 거들어주셨다.. 나중에 택시 탈 때 엄청난 빛의 속도로 새치기를 하려는 아줌마와 기자님이 한 판 싸울뻔한 상황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다.




4. 화창베이와 용산, 세운상가는..


 두 번째 날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심천의 한 복판을 차지하는 거대한 전자상가 화창베이.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그 도심을 무엇이 차지하고 있나.. 심천의 화창베이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새로웠다. 단순히 용산 전자상가의 10배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만 규모가 전부가 아니었다. 용산에서 부품을 뒤져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용산의 전자상가는 대기업과 완제품을 판매하는 곳, PC 조립 완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선인상가와 나진상가를 돌아다녀 본 경험으로 '심천도 그렇겠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모두 완전히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심천의 중심은 큰 전자제품 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근처에 쇼핑몰도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 활동이 쉴새없이 돌아간다.  도시의 중심에 이러한 부품 상가가 크게 자지를 잡고 있다니.. 그것도 서울 인구의 약 2개에 가까운 큰 도시에.. 


 단순히 오프라인 판매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끊임없는 부품 공급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고, 마치 심장이 혈액을 공급하듯 전 세계적으로 배송이 되어나간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고,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계속 모여든다. 심천 근방의 대공방에서는 아이디어만 갖다 주면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자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운 상가를 중심으로 있었던 기술 장인들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터전마저 빼앗겨가고 있다..


 화창베이의 화려한 불빛에 대비되어 어둡고 좁게 기억에 남아있는 청계천, 세운 상가 근처의 모습이 떠올랐다.




5. 둘째 날도 마무리


 아무리 심천이 남쪽이라도 내 몸의 타이밍은 1월이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으나 중국의 음식은 선뜻 용기가 아직도 나지 않는다. 저녁 시간이 되자 다시 박준 기자님의 배려가 나오는데


"베트남 쌀국수는 어떠세요?"


오오.. ㅠ 


 들어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약간의 향신료 맛이 좀 다르긴 하다. 역시 우리 입맛에는 피자도 우리 피자, 쌀국수도 우리 식 쌀국수가 가장 잘 맞게 되어있나 보다. 그래도 충분히 맛이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미스 사이공처럼 저렴한 쌀국수도 있는 반 면 쓸데없이 고급 지고 비싼 베트남 쌀국수도 있다. 우리가 갔던 곳은 그나마 고급스러운 곳인데.. 마지막 사진에 저 새우의 다리 길이는 도대체 뭔가?


 화창베이에서는 이어폰을 비롯하여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다양한 이어폰이 있는데, 이건 봐도 너무 심할 만큼 에어팟을 베껴놓았다. 그래서..샀다..ㅋㅋ 1개당 25000원 정도였는데, 유심히 보지 않으면 딱 에어팟이다. 호텔에 들어와서 살펴보다가 정준쌤이 가져온 에어팟과 비교를 해봤다..ㅋㅋ 심지어 충전도 서로 호환이 된다. 크기까지 딱 맞췄나 보다.. ㅋ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무선 이어폰이 많이 들어왔고 엄청 보급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선 이어폰이 별로 없었을 때였다. 그래서 잘 충전해서 듣고 다녔고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단점이라면 배터리가 약 2시간이면 바닥을 찍는다는 건데, 내가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아서 크게 아쉽지 않다. 출근 50분 하고 다시 배터리팩에 넣고 퇴근 50분 하고 다시 배터리팩에 넣고.. 그러면 충분하다. (등산 3~4시간 할 때 빼고)


 하루에 거의 27000보를 걷고 나니 발이 퉁퉁 부었다. 발을 괴롭히는 족저근막염이 있음에도 불구 27000걸음을 걷다니. 다시 퉁퉁 부어있고 통증이 찌릿찌릿한 샤워기 따뜻한 물로 발바닥을 달래봤다. 그리고 약 1500원에 산 칭타오 맥주 500cc 캔을 건배하며 마시고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 글 : 6부-남산 SW 지구, 텐센트, 그리고 아이폰 짝퉁. 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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