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딛는 순간 발바닥이 찌릿하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쭉쭉하고 오늘 하루를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호텔 조식이 맛있기만을 바랄 뿐.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조식이 포함이 되어서 3박 4일에 2인, 267,000원 정도의 숙박비가 들었다.)
아쉽게도.. 내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호텔이다 보니, 몇 가지 음식을 빼고는 대부분 입에 잘 맞지 않다. 내 입을 원망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나.. 그나마 만국 공통 입맛을 자랑하는 계란 프라이와 간단한 과일 등으로 아침을 때웠다.
2. 드디어 화창베이로
위에 보이는 지도가 화창베이인데, 전자상가 정도 크기의 건물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전자상가야 동신전자 같은 부품 파는 곳은 지하의 일부분 빼고 대부분 완제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곳인데, 여긴 전자상가만한 건물 전체가 부품 파는 곳이다. 그런 건물이 한 두 개가 아니라 거의 지도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일단 하나의 건물로 들어갔는데..
이건 뭐..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 해봤다. 여기도 부품, 저기도 부품.. 에스컬레이터로 오르고 올라도 부품..
처음엔 신기해서 우와... 하고 구경하면서 다녔는데 기자님이 한 마디 거드신다.
"그렇게 보시려면 한 열흘 보셔야 할걸요?"
그래도 너무 넓고 너무 다양하다. 점심 식사를 위해 일단 한 시간 반 정도만 돌아보기로 했다. 다양한 전자 부품뿐 아니라 LED 전문 매장도 있고, 전기용품, 완제품 등 다양한 가게들을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녔다.
당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아이폰의 부품도 파는 곳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핸드폰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들이 생산되는 곳도 여기 심천이고, 그러한 핸드폰 개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도 심천이란다. 실제로 그런 곳에서 일을 하다가 부품들 가지고 핸드폰을 만드는 사람도 있단다. 에이... 설마... 했는데, 셋째 날 저녁에 그런 사람을 만났다. (나중에 따로 공개)
부품만 실컷 구경을 하다가 일단 화창베이도 구경은 일차로 이 정도 맛만 보는 걸로 하고 오후에 다시 보기로 결정. 배고 고파지고 시간이 안되어서 일단 접고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3. 심천의 만두 맛집, 뎬또우더 (점도덕, 点都德)
택시를 타고 기자님과 같이 이동한 곳은 뎬또우더라고 하는 만두 전문점이었다. 우리야 뭘 모르니 멀뚱멀뚱 따라가는데, 얼마 전 LG 전자의 간부급 분들이 다녀갔을 만큼 유명하고 음식 맛이 좋다고 했다. 입구에서 엄청난 대기인원이 모여있다.
재미있는 건 대기표를 받을 때 몇 명인지를 말하면 인원수에 따라 앞에 알파벳이 하나 매겨진다. 그러면 위와 같이 인원수에 맞게 몇 팀이 대기 중인지, 그리고 대기표 몇 번이 입장하라고 스크린에 뜬다. 우린 4명이었기 때문에 B 대기표를 받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약 B55번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한 20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들어가면 가족 단위로 대부분 앉아서 식사를 즐기고 있다. 테이블 옆에 뭔가 하나씩 놓였는데..
알고 보니 위와 같이 차를 데우기 위한 작은 불이 있다. 기자님이 만두는 차랑 같이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먼저 속을 편하게 하기 위한 죽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이 죽 맛있는데요?"
"그렇죠? 한국에선 이렇게 잘 안 먹는데. 이 죽 돼지고기 죽이거든요."
돼지고기 죽이 이렇게 맛있다니. 어제의 양고기의 충격은 다 날려버렸다.
"쌤이 양고기 못 드시는 거 알았으니까요. 이제 양고기 드실 일은 없습니다."
아아.. 이런 하늘과 같은 은혜가..
뒤이어 계속해서 음식이 나오는데, 먹을 때마다 감탄이 계속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먹었던 만두는 도대체 뭐였는가.. 생각보다 맨 처음 나오는 군만두가 너무 맛이 있고, 입에 너무 익숙하다.. 무슨 맛이지.. 무슨 맛이지.. 그러는데 옆에서 정준쌤이 한 마디 해주신다.
"쌤, 이거 약간.. 고향만두 맛 아니에요?"
아... 아아.... 아아아아!! 역시 둘 다 취사병 출신이라..ㅋㅋ 음식 이야기만으로도 하루 종일 이야기한다. 만두로 배를 불리면서 차를 계속해서 먹는다. 재스민차와 같은 맛인데, 이 차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사람들의 차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기자님이 계속 들려주신다. 비록 마지막 사진에 있는 만두에 고수가 들어있는 바람에 정준쌤이 기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맛있는 만두.. 가장 생애 먹었던 가장 맛있었던 만두였다. 비록 고향만두 같은 군만두가 가장 입에 잘 맞았다는 게 함정이지만.
자.. 배도 부르고, 이제 좀 쉬었으니 다시 한번 화창베이와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