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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Mar 13. 2021

8. 텐센트,Maker Space, 루이싱 커피

아이폰 짝퉁 1/3 값에 사실래요?

1. 텐센트.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너무 모르는..)


 사실 4차 산업혁명이나 코딩 같은 내용에 관심도 가지고 공부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IT 기기나 SW에는 좀 어두운 면이 있었다. 심천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텐센트라는 기업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심천에 다녀온 후에 공부를 좀 했는데 내가 어마어마한 회사의 본사를 보고 왔구나.. 싶었다.

텐센트 본사 앞에서.

 텐센트는 바이두,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 3대 IT 기업으로 불린다. 그냥 그런가.. 싶지만, 중국의 포털 중 가장 큰 것이 qq.com (텅쉰망 - 통신망처럼 들리는 건 뭐지)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위쳇을 가지고 있고.. (오호!)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개발한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했단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으로는 가장 큰 회사라고 할 수 있지만 게임뿐만 아니라 포털, 메신저 등에서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 우리나라의 컴퓨터 메신저는 MSN에 이어 네이트온이 주를 이루었는데 중국에서는 QQ라는 메신저를 사용했다. 여기에 우리의 서비스를 모방한 모양인지.. 아바타, 개인 페이지 같은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여 거의 돈을 끌어모아댔다. 


 게임 쪽은 더 대단한데.. 나무 위키의 글을 빌리자면..

--

독보적인 세계 1위의 게임회사이다. 비결은 바로 QQ 메신저. 넥슨의 중국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웬만한 중국인들은 전부 QQ 메신저 아이디 하나를 가지고 있고, 텐센트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온라인게임은 따로 계정이 필요 없이 QQ 메신저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다.

 당연히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할 때마다 QQ 메신저를 켜놓고 있을 것이고, 그 메신저에서 광고가 나타나자 "어? 해볼까?" 하고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따로 계정을 만들 귀차니즘까지 필요 없으니 그야말로 잠재적 유저들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

 게다가 QQ 메신저의 VIP 서비스 등을 가지고 있으면 게임에 따라서 적용되고, QQ 메신저의 캐시를 그대로 게임에 가져다 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QQ 메신저를 통해 유입되는 잠재 유저층이 바로 중국인 15억 명이다(...). 이런 상황에 동접자수가 적으면 오히려 이상한 거다." (나무 위키)

 우리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 위챗 페이가 텐센트 꺼다.


 뭐.. 자세히 말하기는 너무 많고.. 텐센트의 역사와 관련한 책도 나와있으니 그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중국에서는 텐센트에 입사했다는 것이 구글에 입사했다는 것과 거의 동격이라고 하니. 그 위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네이버보다는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더 크다.


 심천 대학 출신의 3명이 시작한 텐센트. 그리고 가보진 못했지만 샤오미나 화웨이 모두 심천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글로벌 기업을 품고 낳은 심천. 어떠한 부분이 과연 이런 글로벌 IT 기업이 생겨나게 했을까.. 아직 다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실험과 제작이 가능한 화창베이, 여러 규제가 완화되고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면 사 가는 기업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시켜주는 수많은 엔지니어.. 어느 한 가지의 이유 때문이었을까..




2.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서.


오후에는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일요일을 맞아 마침 벼룩시장과 같은 곳이 열려있었다. 다양한 수공예품부터 희한한 제작품도 있는데.. 아.. 이건 뭐지? 게나 곤충과 같은 것에 부품을 넣어서 기계처럼 만들어놨다. 이거.. 심천이라 가능한 건가? 결코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_-;;


휴일의 오후는 여유롭고 즐겁다. 나무 비탈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도 즐겁고 그 비탈에서 여유를 보내는 연인들의 모습도 즐겁다. 가다 보니 큐브를 파는 사람도 있었는데 3x3 큐브 말고도 다양한 모양의 큐브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3x3 큐브도 잘 모르겠는데, 저렇게 복잡한 모양의 큐브는 어떻게 맞추는 거지? 한 번 사볼까.. 하다가, 전혀 흥미를 못 느낄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예전에 대학생 때 과학고 학생들 그룹 과외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녀석이 3x3 큐브를 너무 잘 맞춰서 물어보니, 나름 외워야 하는 유형과 이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이 있다고 했다. 설명을 들었지만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아서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휑..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오후의 목적지인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여기는 2015년 리커창 총리가 방문하면서 일약에 유명해졌는데, 심천 최초의 메이커 스페이스이고 아직도 현지에서 메이커 무브먼트를 주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늘 그렇듯 이런 곳에서 '장비'를 주로 보면 볼 게 없다. 서울에서 여러 번 찾아간 메이커 스페이스들도 그렇지만 메이커 스페이스를 채워야 하는 것은 사람들과 창의력, 열정인 것 같다.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의 이기준 대표님의 '장비는 뭘 사는가에 답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사면된다.' 말씀처럼 필요하면 채워 넣으면 된다. 오히려 장비와 시설은 번쩍번쩍하지만 별로 메이커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공간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와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비록 공식 방문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창밖으로 바라보기만 했지만 그래도 뜻깊은 방문.




3.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와 헤이티고 (HeyteaGo)


 루이싱 커피는 2017년도 10월에 만들어진 중국 로컬 기업인데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불과 2년도 안되어서 중국에 3000번째 매장을 열었는데 참고로 스타벅스가 중국에 4000개의 매장을 여는데 걸린 시간이 20년이었다고 한다.


 루이싱 커피는 특이하게도 '배달 시스템'을 표방한다. 매장에 마실 데가 없다. 앱으로 주문, 결제를 마치면 집이나 회사 등으로 배달을 해준다. 나름의 고급 이미지도 심어주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최초 한 잔 무료, 친구에게 추천해 주면 추천인은 무료 등)으로 폭넓게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커피 질이 낮거나 싸구려도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스타벅스나 영국의 코스타 커피 외엔 큰 선택이 없던 중국인들에게 '우리도 우리의 커피가 있다'라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불렀다. 실제로 루이싱 커피를 마셔보니.. 좀 쓴맛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커피 질이 떨어지진 않았다. 직원 한 명이서 일사불란하게 주문을 받고 척척척.. 커피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때만 해도 1년 내에 우리나라에도 루이싱 커피가 진출하겠구나.. 싶었다. 배달은 모르겠는데.. 테이크아웃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 잘 먹힐 것 같았다. 이후 루이싱 커피가 2019년 5월에 나스닥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수조 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그런데 문제는 회개 부정 사실이 공개되면서 급속하게 주가가 폭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 클릭..


 '스타벅스 잡는다' 큰소리치던 루이싱 커피 29일 상장폐지

https://news.v.daum.net/v/20200627104541881


저녁에 드디어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의 이기준 대표님을 화창베이에서 만났다. 만나 기념으로 커피를 먹자며 HeyteaGo에서 어플로 주문을 했는데...

나올 것 같은 커피가 안 나온다. 조그마한 매장 내에 직원들은 8명이 북적이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많아도 3명이 할 것 같은데) 이놈의 커피가 주문이 밀려도 그렇지.. 10분을 기다려도 커피가 안 나오는 사태가 발생.

 뭐 남는 게 시간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조그마한 매장에 왜 이렇게 직원이 많을까요? 

 - 아, 여긴 사람 많이 쓰면 정부에서 좋아해요.

 - 근데 너무 늦는 거 아니에요?

 - 그건 좀 그러네요..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어도 여긴 나름 빨리해주는데. 

알고 보니 직원의 실수로 우리 주문을 누락..-_-;; 




4. 화창베이, 짝퉁 아이폰 X 사건


그렇게 10분을 기다린 커피를 가지고 화창베이로 나갔다. 중국에 와본 적도 없는 우리에게 소정의 비용으로 3박 4일간 손과 발, 입이 되어주신 박준 기자님과 이 일정을 사전에 다 계획해 주시고 준비해 주신 이기준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 대표님. 두 분은 심천에서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지내시면서 알게 된 한 살 터울 친구분들이시다.


 잠시 최정준 선생님과 화창베이의 마지막 날을 만끽하러 주변을 둘러보고 왔는데 두 분이 낄낄대면서 새로운 휴대폰 하나를 보고 계신다. IT에 밝은 정준쌤이 


 "이거 아이폰 X 아니에요?"


라고 묻자 이기준 대표님이


  "네. 방금 하나 사봤어요."

 "어? 핸드폰 있으시잖아요."

 "어떤 친구가 새 제품인데 40만 원에 판다고 해서 살펴보고 샀어요."

 "네?? 40만원이요!!! 이거 국내에서 최소 120만원이던데.."


 난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예. 짝퉁이에요. 팔고는 얼른 자리를 떠서 도망가더라고요. 그런데 ㅋㅋㅋㅋ"

 "...?"

 "다른 한 녀석이 오더니 자기 것도 하나 사달라고 그러더라고요. ㅋㅋㅋ"

 "예??"

 "그래서 30만 원이면 사겠다고 했더니 장난하냐고 화를 내네요. 오히려 제가 지금 산거 자기한테 30만원에 팔라고. '내가 왜 안 팔지' 그랬더니.. 쟤껀 사는데 자기 거는 왜 안 사냐고 ㅋㅋ"

 "....."

 "여기 이 정도 능력 되는 애들 널려있어요. 부품이 천지에 다 있는데.."

 "진짜랑 똑같아요?"

 "한 번 살펴보고 있는데 거의 똑같아요. (한참 만지작하시더니) 아, 요 기능 하나 안되네. ㅋㅋㅋㅋㅋ"

 "ㅋㅋㅋ... 그런데 왜 사셨어요..?"

 "재밌잖아요. 이런 거 사보고... 어디서 짝퉁 아이폰 사보겠어요. 우리나라엔 없잖아요."

이건 또 뭔가..ㅋㅋ 아이폰도 짝퉁을 개인적으로 만들어내는 심천의 클래스.. 




4. 심천 많이 보셨어요..?

 저녁은 이기준 대표님이 사셨다. 오랜만에 중국음식, 한국 음식 말고 고기 좀 먹어보자면서. 잘 아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푸드코트 같은 곳 한쪽에 있는, 푸드트럭의 주방 부분만 옮겨놓은 곳 같은 곳이 있다. 근처 테이블을 급히 4인용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스테이크를 스테이크처럼 만들면서 가격도 비싸지 않은 곳인데. 오, 정말 맛있다. 중국 스타일이 전혀 섞이지 않은 식사.


 "심천 많이 보셨어요?"


 이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그만큼 심천을 몰랐고, 심천에 대해서 살펴볼 여유도 없었고.. 나름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우물 안의 돌 틈 속에 있던 개구리였던 것 같다.


 심천을 다녀온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난 참 행운도 많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분들을 만났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조건 없이 받았다. 게다가 최정준 쌤이라는 좋은 동행자도 있어서 여행 내내 도움도 받고 외롭지 않게 함께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심천을 그때 40%, 지금 다시 다녀온 곳을 복기하며 자료를 살펴본 게 60%는 되는 것 같다. 나름 심천 잘 가보고 싶어서 책도 한 권 읽어보고 후기들도 좀 보고 갔었지만 가서 보고 느낀 것, 그것을 되새김질하며 살펴보며 배운 내용이 더 많은 것 같다. 비록 그때 발바닥이 말썽이어서 걷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러한 아픔도 잊을 만큼 신나게 걸어 다니고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려고 했던 그 순간이 참 좋았다.

 호텔에 누워서 정준쌤이랑 이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여기 심천 맞죠.."

 "그러게요. 여기는 정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는데.."

 "참.. 신기하기만 하네요. 믿어지지 않고. 인연도, 우연도 어떻게 이렇게 딱 맞게 되나요.."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여러모로.."

 "그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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