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가 들려주는 문학작품 속 맛의 뉘앙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_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저 자: 김지현
펴낸 곳: 비체 (김영사의 브랜드)
읽은 날: 2020.4.19
요리책 아닙니다. 그럼에도 책에 나오는 세계의 음식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문화에 대한 문화/역사적 지식이 탄탄한 어느 문화 인류학자의 책을 읽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빈 해리스의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가 연상되었는데, 그냥 떠올랐을 뿐입니다, 절대 동일한 성격의 책은 아니니 괜히 연관 도서로 찾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행복한 추억 그 자체였습니다. 책 속의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작품 속 주인공들이 먹던 세계 각국의 음식도 구경하고, 요리법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종합 선물세트입니다.
책에는 여러분도 다 알고 있는 세계명작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알프스의 하이디>부터 <키다리 아저씨 > 그리고 <빨강 머리 앤>, 커서는 <폭풍의 언덕>까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은 어린이들의 로망 아닐까요?
여기서 잠깐, 최근에는 왜 *메르헨의 오리지널 버전을- 원래는 이랬다!- 자꾸 알려주는지, 그냥 환상이라도 품고 살게 해 주면 좋을 텐데, happily ever after로 놔두면 배알이 꼴리는 고약한 심보가 발동했을까요? 그런데 그게 또 원작을 알고 나니 그럴싸하더군요.
다시 책으로 돌아와, 실제로 작품 속 음식은 환상과 낭만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듣자니 오역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즉, 원래는 그 음식이 아니었다는 말이죠.(소개한 책 모두에 해당되는 것은 아님) 저자는 이런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고, 원래의 음식과 당시 상황이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 음식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미문학 번역가답게 예리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어, 놀랐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제 생각을 보태자면, 과거에는 낯선 식재료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지금처럼 쉽게 정보검색을 못해서 빚어진 결과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우리 정서에 맞는 해석을 하기 위해 적당히 고친 것도 같고.
한편,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달콤합니다. 소설 속 음식과 비슷한 또 다른 요리가, 그림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탐닉이나 눈요기를 위한 책은 아니지만, 책을 덮고 나니 벌써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언급한 음식을 일러스트로 만났으니-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고 정말 예쁩니다. 특히 빵 생각이 간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이디라면 경치 좋은 알프스 산 자락에 앉아, 바구니 속에 넣어온 묵직한 호밀빵을 꺼낼 테고, 앤이었다면 부푼 소매 원피스를 입고, 레이스 식탁 보위에 라즈베리 주스를 올린 체 시를 한 수 읊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림의 떡만 쳐다보니 허기가 몰려옵니다.
일단 냉장고부터 뒤져야겠네요. 낭만보다는 먹고 보자!

~~ 블루베리나 크랜베리 같은 열매들은 아예 이렇다 할 번역어가 따로 없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 영한사전 편찬자들은 블루베리나 크랜베리의 한국어 뜻풀이를 ‘월귤의 일종’이라든지 ‘월귤의 사촌’이라고 기재하고, 그걸 본 번역가들이 책에다 블루베리나 크랜베리를 ‘월귤’이라고 뭉뚱그려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한국어 번역서에 월귤이 나오면 그게 원문에서 링곤베리인지, 블루베리인지, 크랜베리인지 알 수가 없다.~~
(책 부분 발췌)
*번역은 뜻을 전하는 것 이상이라고 들었다.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며, 단어가 갖는 뉘앙스, 오묘한 차이까지도 읽어내야 하고- 우리의 동지팥죽을 젠자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듯- 더욱이 문학작품이 갖는 함축적인 의미를 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번역 후의 쾌감은 번역가 스스로 잘 알 것 같다. 번역가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하면 순전히 거짓이지만, 영어 노랫말 이해하는 것도 힘들 때 그들의 노고를 떠올리곤 한다.
*내용이 끝난 뒤 부록도 있으니 빠짐없이 읽기를 바랍니다.
표지, 일러스트, 내용, 글씨체 모두 서로 잘 어울렸던 책.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그러나 나는 외모에 반한다. 디자인은 중요하고, 간혹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