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1&2

여전히 비현실적인 현실, 죽음

by 깔깔마녀


"삶은 단 한 번뿐이야"
"무슨 반전을 기대해?"
"반전은 숨을 쉬고 있을 때만"


신은 이토록 차갑게 말하지만, 내가 무슨 말로 응수할 수 있을까.


죽음에 관하여

시니 글/혀노 그림

읽은 날:2020년 5월 19일


*아침부터 죽음을 생각했던 적은 없지만, 오늘 아침 나는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젯밤 읽은 책 때문이다.


죽음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죽겠다"는 말을 아주 쉽게 뱉고, 입에 달고 살까.

행복해도, 슬퍼도, 힘들어도, 괴로워도 죽겠다는 말을 붙이는 건, 죽음은 사실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 아닐까. 책에 나오는 절대자에 의하면 죽음은 "현실" 그 자체일 뿐이라고. 그래서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들었나 보다. 나도 그랬던 적 있다. "죽을병도 아닌데, 아파 죽겠습니다."라고 의사에게 호소했으니.

물론 이런 말을 한다고 진짜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

죽겠다고 앓는 사람들도 실은 "더 잘 살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를 달리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에는, 죽은 사람들이 신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문득 남겨진 이들에 대해 슬픔을 토로하는 등의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일지라도 그들 모두에게 동정이나 위로, 구원 같은 것을 베풀지는 않는다. 그저 죽음을 직시하게끔 하는 몇몇 질문이 전부다.

"반전은 없음, 죽음은 현실"



그렇다면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정신과 의사가 그랬다. "삶과 죽음은 세트"라고. 내가 주문한 적도 없고, 둘을 세트라고 하려니 대비되는 맛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야말로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태어났으면 모두 한 번은 죽으니까.

공통점도 있다. 내 의지와 무관하다는 것. (일반적인 상황만을 두고 볼 때)

다행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것.

그럼에도 또 화가 나는 건, 죽음이 모두 다르다는 것.

모든 일을 정리한 후, 마지막 식사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고, 자신의 생은 고요하고 자연스러운 소멸로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죽음 앞에서 당혹스럽고,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떠날 준비할 수 없어 아쉽고, (남겨진 이들은)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어 자꾸 연연할 수밖에 없는 죽음.



계속 생각해도 명쾌하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주제다.

대신 나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고로 언젠가 닥칠 미래(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미리 갖지 말자.

오늘 하루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보자. 마지막에는 행복했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도록, 후회는 줄이도록!

여정의 기본 전제가 고통일지라도, 순간순간 찰나 같은 사소한 행복에 마음껏 기뻐하며 살겠노라고.

언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아침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교수의 칼럼집 제목이 떠올랐고 시작도 그렇게 했습니다. 제목과 달리 활기가 느껴졌던 책입니다.

저 또한 Life is not always rosy라는 말을 매일 실감하며 삽니다. 힘들어도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를 만나며 하루하루 버팁니다. 놀랍게도 슬픈 와중에도 글을 쓰다 보면 옛날의 즐거운 일이 생각나고, 힘이 납니다.

" I have had lots of troubles, so I write jolly tales."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콧의 명문장이 떠오르네요.



*웹툰을 그린 계기: 시니 작가가 군 복무를 소방서에서 하며, 소방대원들과 함께 구급차를 타면서 꽤 많은 죽음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고, 그래서 만화로 만들었고, 책의 초판 발행이 2013년 3월이다.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고, 잘 만든 웹툰(만화책, 그래픽 노블도 포함)의 힘을 다시 실감했다.



*죽음이 아무리 현실이지만, 죽음을 앞둔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죽음은 현실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죽습니다...." 그건 정말 인간의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 또 다른 책들*

천희란 <자동피아노>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사노 요코 <죽는 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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