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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Dec 16. 2020

이책저책 별별책

연말 결산도 책으로~.

#1. 연말이다. 그럼에도 소식이 없다. 달력 소식... 그럼 2020년은 한번 더 살아야 하나? 2020 Version two! 다만 조건이 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나이는 그대로, 신체노화 진행은 일단 멈춤.


#2. 올초에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2020. 숫자의 배열을 바꾸면 2002. 대한민국에 태어나 다 함께 기뻤던 - 광복 세대는 아니므로- 월드컵 신화가 떠올랐고, 올해도 그런 기쁨의 해가 되기를 은근히 바랐던 것이다.


#3. 이 맘 때가 되면 종종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이나 각오를 다짐하지만, 올해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계획과 준비 없이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성실히 살겠다는 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아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하지 말자. 누구든 계획이 있고 생각이 있다. 살아보면 그게 맘 같지 않을 뿐.

  

#4. 연말 결산이나 해야겠다. 기간은 2020.7~202012.13일 사이에 읽은 책 위주로 작성.  읽은 사람은 나 혼자인데, 2020 북 어워즈라고 말하기엔 억지스럽다. 그리고 나열하는 순서는 의미가 없다. 어떤 에세이는 감정과 감성이 교차되기 어려웠고, 작가의 네임밸류만으로 믿고 골랐던 책에 대한 실망도 컸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미와 감동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왜 나는 이딴 짓을 하는가?

상반기에도 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해야 수미상관을 이룬다.

기억하면 사라지지 않는 데,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록한다. 호모 스크립투스~.

오래된 습관이다. 강제성을 띈 글쓰기, 언제부턴가 자발적으로 변했다. (+덕분에 스스로 무지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어떨까.*

김태형 조향사가 쓴 <나는 네 Nez입니다>  

향기를 찾아 떠난 프랑스 유학시절의 향수 어린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인터뷰 기사와 방송 출연을 통해 알게 되었고, 글과 말에서도 그만의 향이 남달랐기에, 책까지 읽게 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책.  향수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들이 맨 뒷편에 정리돼어있다.


에세이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한남동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써니 브레드의 주인 송성례씨의 책.  뉴스 보도로 유명해졌던 곳이라니. 도둑이 들어와 훔쳐간 건 없고 빵만 실컷 먹고 갔다는 빵집.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밀가루도 못 먹고, 빵도 안 먹는 나 같은 사람은 왜 읽었을까.



*이름만 듣고 선택했던 책*

에세이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저자 한비야, 안톤 (부부 공저)

바람의 딸, 국제구호활동의 선두주자 한비야가 돌아왔다길래, 덥석. 한국에서는 한비야식으로 살고, 네덜란드에서는 안톤의 스타일을 따르며 서로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그들의 인생관이 담긴 책. 결혼 전 그녀의 이야기(책, 강연)는 재미와 감동이 가득했고, 말 그대로 가슴 뛰게 만들었었지...

바람의 딸은 인류평화를 위해 세계 각지를 다녔다. 나도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내 마음의 평화도 정착시키지 못한 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키의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도 이제는 생각하며 골라야 하지 않을까... 정통 추리소설의 기법을 따랐고, 작가 스스로 작가의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본다는데... 그의 수필 <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또한 이질감이 들었으니...




*인문학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은 책*

과학서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칼 세이건.

칼 세이건-> 코스모스-> 컨택트... 컨택트, 코스모스, 칼 세이건.  

코스모스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이자 클래식이니 잘 알 테고, 컨택트는 영화로도 나왔고, 칼 세이건은 앞의 둘 알면 당연히 아는~.

<브로카의 뇌>는 코스모스 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이다. (올해 국내에서 완역판이 출간) 각종 과학매체와 대중잡지에 기재된 기사를 묶어 발간한 책. 마치 칼 세이건의 Ted강연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와 직결되는 2편 유사과학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유사 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떠올리니 <스켑틱>이 생각난다.  브로카의 뇌를 본 사람들은 스켑틱(저널/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


*연말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만화*

사실 언제 읽어도 무방하다. 고독사, 노인문제, 다문화가정, 재개발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골고루 담아낸,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 1.2>

동네 주민을 고독사로 보낸 후, 문안동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그들만의 비상연락망을 만든다. 서로의 죽음을 허망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동네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주말 드라마 같은 만화.


*포기한 책*

<향모를 땋으며>- 이정모 과학자가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재미있었는데,  책은 일단 향모가 뭔지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설명을 읽었고, 검색도 했으나 여전히  자체로 낯설었기에... 게다가 읽는 내내 자꾸 영화 미션이 떠오르고, 반지의 제왕 배경음악이 흘러나와 뒤죽박죽 되는 바람에 포기했다.


*브런치 작가 추천으로 만난 책*

수*님의 브런치에서 만난 아름다운 책

<아이슈테트의 정원> 식물원을 좋아하는 나( 키우는 건 안 함)에게 마음의 휴식을 안겨준 책. 식물원도 미술관도 못가는 지금, 아름다운 책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이 모든 책을 하나의 글로 적지 못하는 건, 부실한 근력 탓이다. 저장해 놓은 복근을 거의 다 사용했는지, 허리를 곧추 세우려니 자꾸 미끄러진다. 뼈를 깎는 고통도 견디기 힘들고...(꼬리뼈)


올해는 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내년엔 고전으로 다시 돌아갈까 싶다.

하지만 재미난 신간이 나오면 또 차일피일 미룰 것 같다.

각오나 다짐 따위 하지 말자.


책이 좋은 건, 책을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상의 다양한 사람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 시공간을 초월하며 그들과 대화하는 기분이야말로 책의 맛이랄까? 21세기의 한국에 사는 내가  <르 꼬르뷔지에> 도 <안도 다다오>도 만나니, 2021년에도 좋은 책 계속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 화가 차영석의 <An elegant endeavour> 우아한 노력 시리즈


*과학자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그려진 드라마

내셔널 지오그래픽 제작 미드 <지니어스>- 제프리 러시 주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님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미드.

박사님의 공헌과 인류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보여 준 드라마는 잘 없었던 것 같다.  남다른 인류애, 아니 인간적인 모습까지 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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