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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Dec 20. 2020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드라큘라

Netflix Original_BBC 드라마 <드라큘라 3부작>에 대해

Netflix 오리지널
드라큘라 3부작 (BBC 드라마)
마크 거티스 , 스티븐 모펫 제작
주연: 클라에스 방, 돌리 웰스

https://youtu.be/9eTVo_q9zn8


"친애하는 드라큘라 제작진 여러분"     


   2020년 초 넷플릭스에 드라큘라가 출몰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드라큘라에게 한 번 물리면 (드라큘라의) 신부가 되어,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뱀파이어, 언데드가 된다죠? 전염력이 막강한 흡혈귀를 보니 지금의 펜데믹 상황과 겹치는 듯합니다. 혹시 환란의 시대를 예상이라도 한 건가요?

   계보를 따지면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원조인데 100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에서 여전히 수많은 파생 상품이 등장할 정도니, 그 인기를 실감합니다. 게다가 셜록 사단이 제작했다니, 셜로키언의 한 사람으로서 안 볼 수가 없죠.

   그런데 드라큘라 역에 “클라에스 방”이라고... 아~영화 <더 스퀘어>에서 소매치기당하고 법석을 떨던 미술관 큐레이터. 194cm의 장신에 중후한 매력을 가진 덴마크 배우. 연기는 훌륭하지만, 제가 알던 드라큘라의 외모와 좀 달랐으니...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트와일라잇의 출연진 이미지가 각인된 바람에 잠시 당황했어요. 하긴 그 옛날의 벨라 루고시를 보니 꽃미남일 필요는 없겠네요. 괜히 주제넘게 캐스팅을 들먹인 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실은 아쉬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조나단 하커부터 얘기할게요. 변호사인 그는 드라큘라 백작의 부동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백작의 성에 갑니다.  조나단은 드라큘라 성에 갇힌 신세가 되지만, 죽을힘을 다해 탈출, 우여곡절 끝에 수녀원까지 오게 되죠. 이런 조니야말로 용감무쌍하고 멋진 인물 아닌가요? 그런데 1부에서 사망선고를 하다뇨! 게다가 몰골이... 결국 골룸이 돼었어요. 다음은 조니의 약혼녀, 미나. 원작에는 어떤 남자들 못지않게 용기 있고 지혜로우며 마음씨마저 천사 같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여성인데, 미나의 활약이 거의 보이질 않아 서운합니다. 그럼에도 반가운 건, 애거서 수녀의 등장! 지략과 용맹함을 겸비한, 매너까지 세련된 아브라함 반 헬싱 박사는 이제 애거서 반 헬싱 수녀로 바뀌었으니, 이를 양성평등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드라큘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돌리 웰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에 감탄했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늑대의 모습으로 나타난 드라큘라 백작의 변신 장면입니다. 왜 갑자기 영화가 에일리언으로 바뀌었죠? 늑대에서 드라큘라로 탈피하는 장면, 비위 약한 저는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고 멀리 봐야 했어요. 무서워 소름 끼친 게 아니라 너무 징그러워 닭살 돋았어요.


   조나단의 죽음은 아쉽지만, 미나는 무사히 탈출했고, 애거서 수녀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단 의지를 보이니, 이미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모두 사라지고 백작과 수녀만 남은 체, 초대받지 못한 손님, 드라큘라 1부 스토리는 일일드라마의 클로징처럼 막을 내립니다.

 


 

   2부, 피바다. 데메테르 호에서 펼쳐지는 선상 혈투. 드라큘라 백작은 영국인을 흠모하나 봅니다. 영국 신사의 세련된 몸짓, 말투, 억양, 이 모든 걸 흡입하려- 피를 빨면 능력치도 업그레이드- 영국행 배를 탑니다. 짙은 안갯속을 헤치며 영국을 향해 가던, 데메테르 호. 어느 날 조타수가 사라지고, 위기를 의식한 승객과 선원들 간에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역시 드라큘라 백작의 소행임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죠. 그런데 드라큘라가 조타수의 피를 빨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좀 어이없네요. 제대로 된 독일어 악센트를 갖기 위해서라니.(조타수-바이에른 출신) 영국에 가는 중이잖아요. 굳이 안 먹어도 될 텐데, 그걸 못 참고... 본인은 “코너소어(미식가)”라더니... 미식가라서 신선하고 좋은 피만 골라먹는다고 자부하더니, 흡혈에는 원리 원칙도 없나요? 배가 고프지도 않으면서 마구 마구 해치웁니다. 본인 스스로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는 게 나 자신이다.)을 외치더니,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네요? 모든 건 핑계이고, 알고 보면 폭식도 서슴없이 합니다. 백작에겐 “Your eyes are bigger than your stomach.”(음식 욕심을 내시는군요.)가 더 어울릴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드라큘라 자신에게도 철칙은 있죠. “죽어가는 자의 피는 먹지 않는다. 발효란 곧 상한 것이다.”

   배의 승객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선장과 애거서 수녀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고자 배수의 진을 칩니다. 영화 300만큼 비장하고 결연하게. 드라큘라를 처치하기 위해 배를 폭파하고 그를 수장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선장과 데메테르호를 보니, 영국 화가 터너의 <전함 데메테르호>가 떠오릅니다. 물론 극 중 데메테르호의 분위기는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에 더 가까웠죠.

‘드라큘라에게 희생당한 이들이여, 부디 영혼은 천국에 안치되길!’



   

   3부, 결전의 시간이 왔습니다. 때는 123년 후, 영국. 드디어 어벤저스급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겠구나 하며 숨죽입니다.

물에서 유유히 빠져나온 드라큘라와 조우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반 헬싱의 후손, 조이 반 헬싱 박사. 드라큘라를 생포하고 격리실로 보낸 후,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합니다. 그는 이제 스마트한 세상에 적응하며 태블릿을 사용하고, 체력단련도 트레드밀을 이용하며 식단관리도 한답니다. 심지어 그의 변호사는 옥스퍼드 학위를 따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본성은 어디 가지 않으니, 먹잇감 사냥이 더 급하겠죠. 스마트폰을 이용, 대상을 물색하고 약속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루시 웨스튼라. 루시는 영원한 젊음을 위해 자발적으로 드라큘라에게 피를 갖다 바치죠. 결국 산 채로 화장당하고, 불멸의 지옥을 경험하는 루시. 하지만 루시의 친구, 닥터 수어드는 그녀를 죽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수어드의 존재 역시 미미하기 짝이 없네요. 그도 반 헬싱 사단인데, 너무 일찍 퇴장하는군요.

   드디어 박사와 드라큘라가 독대하고, 이제는 정말 맞짱 뜰 분위기가 절정에 이릅니다. 또다시 긴장! 그런데, 뭐죠. 설전만 오가더니, 겨우 커튼 하나 걷는 게 전부 인가요? 햇빛에 노출되면 힘이 약해지는 건 익히 알고 있었으니 새롭지도 않고...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드라큘라 퇴치법 같은 매뉴얼은 모두 엉터리입니까? 십자가며, 거울도, 마늘 꽃도...

결국 자신의 나약함을 들킨 드라큘라 백작의 결말은... 그렇게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마무리됩니다. (아직 안 본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 생략)




   감상평은 이야기하지 않고 불평만 한 가득 늘어놓았나요? 실은 소설도, 드라마도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1부, 원작의 상상을 보다 확대시켜준 2부 그리고 참신한 3부까지. 그러니 부디 시즌2는 언제 나오는지 살짝 알려주시겠어요? 드라큘라가 부활해도 이번엔 완벽한 퇴치법이 나오겠죠? 백신이라든지, 스마트폰의 액정으로 빛을 반사시키는 의외의 간단한 방법 같은... 그러니 시즌2도 꼭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시즌2가 개봉되면 그땐 정말 제대로 리뷰할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참! 끝으로, 극 중 인물들에게 한 마디 더.

"드라큘라. 당신은 거울에 비치지도 않는 데, 왜 그토록 젊음과 외모, 영생에 집착하나요? 알고 보면 콤플렉스 가득한 대식가!"

그리고 "조나단 하커.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신상조사를 제대로 했어야죠. 고객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아무리 시대가 올드했다지만. 게다가 당신 영국인이잖아? 못 알아들었어요? (사람들이) 풍미가 없다잖아... 맛이 없다고... 그때 알아챘어야지, 백작의 정체를!"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를 벌이던 반 헬싱 사단을 보며, 올 한 해 바이러스 퇴치에 앞장선, 의료진을 주축으로 한 수많은 현실 속 히어로들이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런 엉터리 감상평도 마음 놓고 적을 수 있었답니다.


*드라큘라, 젊음에 집착하는 그에게 Lana Del Rey의 “Young and Beautiful"를 추천합니다.   

<참고>

* 브람 스토커/이세욱 옮김 ㅡ드라큘라 (1897)

*니키 레이본/앤 이본 길버트 그림/서애경 옮김- 드라큘라(그림책)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트와일라잇 , 렛미인, 박쥐, 링컨:뱀파이어 헌터,(스위니 토드) 등

드라큘라, 이토록 우아한 호러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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