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드를 느꼈던 브런치 북 <좋은 영화를 보는 시간>_책 소개
남달랐다. “대한극장 옆... 골목?”
순간, 가슴 한 곳에서 일렁이는 애틋함과 설렘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생각날 듯 말 듯, 희미해진 기억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눈을 감고 천천히, 마음속 타임캡슐을 열어본다.
주말 아침 극장가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하나둘씩 이어진 줄은 어느새 골목 어귀에 다다랐고, 모두 오늘의 영화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젊은 연인들도, 왁자지껄 수다 삼매경에 빠진 학생들도, 엄마 아빠 손을 꼭 붙든 체 조금은 긴장한 아이도...
불현듯, 떠올랐다. 극장 그리고 골목.
할리우드 키드의 꿈을 키웠던 극장,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 남겨둔 나의 발자취... 아련했던 그날의 풍경이 되살아났고, 그렇게 책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저자:대한극장옆골목/ 2020.9.24 발간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film-time
영화 제목과 사진만 보는 데, 벌써 스크린 속 장면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연극 무대를 연상케 했던, 니콜 키드먼 주연의 <도그빌>, 사랑에 대한 독특한 시선이 충격적이었던 <더 랍스터>, 백조의 성장통으로 되살아난 <블랙스완>, 서막을 알리는 음악마저 웅장한, 영화 좀 본 사람은 다 안다는, 천재 감독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더스틴 호프만의 어눌한 캐릭터와 OST가 인상적이었던, 청춘 영화의 고전 <졸업>, 너무 이른 퇴장으로 안타까웠던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마스터>까지. 하나둘씩 읽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름에 끌려 선택한 책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글의 분위기에 힘입어 마지막 한 글자까지 탐독할 수 있었고, 내레이션 위에 살포시 더해진 작가의 견해는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책을 보며 주목했던 두 편의 영화가 있다. 나는 오래전 <도그빌>을 보며 마을 사람들의 탐욕에 치를 떨었기에, 그레이스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또 <랍스터> 속 주인공은 사랑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 자체로 여겼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내 영화적 사고에 깊이를 더해주었는데, 무엇보다 생각나는 대목이 있어 들려주고자 한다. (책 18회-더랍스터 참조)
~~ ~우리는 한 사람의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나의 세계로만 상대를 바라본다. 어쩌면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평생을 걸려도 요원한 일이기에, 공통점을 찾는 게 쉽고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건 '같은 점'이 아니라, '다른 점'이다. 닿지 않는 등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처럼 서로 보완해주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좀 더 여유 있고 따뜻한 이런 말 한마디를,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결국 책은, 생각의 여지를 더해 준 리뷰(다시 보기)이자 상상의 문을 열어 준 프리뷰(미리 보기)가 돼준 셈이다.
그나저나 책 이야기가 길어졌다. 실은 “이 책, 정말 좋아요.”같은 한 줄 평이 더 낫지 않을까? 그저 좋으니까 좋은 데.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할까. 먹먹함, 울림, 전율 같은 건 다 놓쳐버린 체 나만의 언어로 떠들었으니, 분명 책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진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말이 많아진 건, 보고 싶던 캐릭터와 재회한 기쁨이랄까? 비로소 그들을 제대로 이해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나 보다...
2020년 한 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극장과도 멀어졌고, 개봉조차 하지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모두 사라진 건 아닙니다. 아쉬워말고, 먼저 책으로 영화를 만나는 건 어떨까요?
“좋은 영화를 보는 시간은 남은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저자의 말을, 여러분 모두 실감하길 바랍니다.
*책을 보며 떠오른 또 다른 영화/음악
To each his own cinema <그들 각자의 영화관>
/영화 <시네마 천국 >의 love theme
*저자의 매거진 중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로스트 인 더스트> <멜랑콜리아>도 추천
⁜소다드 Saudade:
여기서는 그리움 또는 향수, 노스탤지어로 혼용할 수 있겠다. 이는 사람, 사물, 사건, 경험, 장소 등에서도 느끼는 복합적 감정으로,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이 되살아났고, 이를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 소다드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보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작가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이대로 공개할 생각이다. 나의 추억을 장식해 준 또 하나의 "훌륭한 영화 브런치" 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