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실체를 만났던 곳
내가 여기에 뭣하러 왔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요시코 할머니는, 손님이 "주문받으러 오신 것 아니세요?"라고 묻자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할 일을 알아챈 눈치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저자 오구니 시로
출판 웅진 지식하우스
방송국 PD인 오구니 시로 씨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치매 환자들로 이뤄진 식당'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이틀 동안, 하루 4시간, 3가지 메뉴(만두,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로 손님을 맞이한 식당이지만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취재와 인터뷰가 쇄도했고, 결국 프로젝트 실행에 관련된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이라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종업원 모두가 치매 환자라는 사실
주문이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부러 틀리는 게 아니라는 것.
(그들은) 간단한 순서조차 기억하기 어렵고, 일에 대한 피로감을 몇 배로 빨리 느끼는 분들이란 점.
끝으로, 실수를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을 즐기면 된다는 자세를 잊지 말 것.
결과는? 문전성시! 인기폭발!
단 이틀간 운영되었지만 몰려든 손님들로 인해 줄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치매 환자가 일하는 음식점이라고 음식의 질이 나쁘다거나 건강에 해로운 것도 절대 아니었다. 알레르기도 고려하고 재료의 질도 생각했을 만큼 주의를 기울여, 여느 식당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종업원인 환자들이 모두 의욕을 갖고 동참하고자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간혹 실수를 깨달은 종업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도- 60% 이상 주문이 바뀌는 등- 손님들은 그들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이해하며 기다려준다. 음식이 늦게 나와도 짜증 내거나 닦달하지 않고, 주문한 음식이 바뀌어도 웃음과 격려만이 가득하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설문조사를 남긴) 손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 주문이 틀려도 맛있게 먹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다른 곳이었다면 몰라도 이곳에서는 이해가 된다."라며 모두 만족하고 기뻐했다.
책처럼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인 사람도 있지만, 더 심한 상황도 많다.
치매는 많은 것을 잃는 병이다. 아니, 전부를 잃는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라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비록 생각과 판단의 한계에 부딪치기는 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환자의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들었다.
입에 담기조차 무시무시한 질병, ㅊㅁ. 결국 자신의 존재도 잊게 되고 인생이 제로가 된다는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했는데,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있다면 '여전히,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라고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도와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따뜻한 마음 덕분에, 병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내 마음의 찌꺼기도 걸러진 시간이었다.
주문은 틀려도 좋으니, 계산이 서툴러도 이해할 수 있으니 그들이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설이 계속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2018년도에 드디어 한국어 번역판이 나왔다. (신문에서 일본어 판 소개 기사를 읽었을 때는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기 전이었다.)
책을 구하자마자 읽기 시작, 한달음에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에게 이 책의 반응을 물었는데, 의외로 (책으로) 출간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 kbs에서도 이연복 셰프와 송은이 씨가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본 적 있다.
*관련 영화
<스틸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