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래 준비해온 대답>에 대한 나의 생각
2020년 5월 30일, 드디어 책이 도착했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 바로 김영하의 책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시작으로 그의 책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고, 잘은 모르지만 내 첫 느낌은 그랬다. '한국의 스티븐 킹을 만났다.' 스티븐 킹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 설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지만, 한국에는 김영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그를 떠올리면 "독자적인, 독보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른다.
책장을 짠하고 펼쳤는데... 오래전에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얘기 같다. 작년 이 맘 때에 읽은 <여행의 이유>처럼 첫 장부터 확-하고 끌어당기는 강렬한 느낌을 바란 게 잘못일까. 다시 책을 넘겨봐도 TV 재방송을 보는 기분이다. 프롤로그(&에필로그)에 2009년 출간했던- 제목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책의 내용을 새로 다듬고 사진과 문장을 추가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에게 시칠리아 여행이 강렬했을지라도, 나는 같은 여행기를 또다시 읽고 싶지는 않았기에, 기대했던 마음이 수직강하 하듯 뚝뚝 떨어지고, 급기야 읽기 싫은 책을 만나면 하는 버릇- 휘리릭 끝까지 책을 훒는 습관- 이 나오니, 이를 어쩐다.
'아냐, 김영하인데, 너무 피곤해서 집중을 못하는 탓일 거야... 어서 만나야지... 중도포기 못해. 이름 석자만으로 믿고 보는 작가인데!'
한편 예전의 책은 어렴풋한 줄거리만 떠오를 뿐 상세한 문장까지 기억할 수 없으므로 둘을 비교하지는 못했다. 굳이 비교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기억나지 않으니 이 책은 처음 보는 거야.'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읽기 시작... 그리고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다시 궁금해진다. 물론 아직은 차창밖 풍경을 먼발치에서 감상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리파리 스쿠터 일주"와 풍경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드디어 이탈리아를 만난 것 같다. '와~(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속도를 내서 읽을 책은 아니지만, 속도감이 붙고 그냥 죽죽 달려 나간다.
'역시, 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속단을 했어.'
중간중간 예쁘고 화려한 사진도 나오고, 현실의 또 다른 인물들, 신화, 영화, 책 등이 엮여 다채로운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특급열차(Espresso)와 취소(Soppresso)를 같은 말로 오해해서 벌어진 실수,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의 악명 높은 열차 시스템에 대한 현지인의 신랄한 비판이 더해졌던 대목이다. '그래, 맞아. 이탈리아 여행기였지... 남부로 갈수록 풍경은 멋지지만...'
* 리파리 스쿠터 일주 (p124)
...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김영하 작가는 예전 여행을 떠올릴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여행지에 대한 추억, 마음과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다시 쓰면서 과거 여행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분명 아날로그 여행이 주는 새로운 맛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여행 관련 책*
<마크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발칙한 영국 산책>
손미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
그리고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