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고 외로운 건 아니다.
열흘 가까이 아팠다.
올해 너무 추웠음에도 무리한 - 도대체 무리의 기준은 뭘까. 내 수준에서, 내 체력을 능가할 만큼 뭘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탓인지,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12년 만의 감기... 나는 그동안 열심히 철저히 관리한 덕분에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 백신을 맞은 그해 독감에 걸렸고, 변종 바이러스라는 말을 듣고 그다음 해부터 패스)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아주 경미한 감기증세만 보여도 푹 쉬는 게 습관이 된 탓에, 약 없이도 잘 넘어갔다. 강철 체력이 아닌 걸 잘 알기에, 늘 적당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거짓말, 하고 싶은 거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느꼈고, 꽤 움츠러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프면, 특히 몸이 안 좋으면 마음도 무거워진다.
혼자 살기에, 아파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처음으로 죽을 배달 했다. 나는 배달 앱을 쓰지 않는 사람. 배달 음식을 먹지 않지만, 무엇보다 요즘은 택배주문으로 안 되는 게 없으니, 굳이 사용할 일이 없다.
맛은 없지만, 억지로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다시 자길 반복.
이틀 지나니 몸은 나았지만, 그 이후 약으로 인해 또 소화가 안되고 힘도 없다.
물 한 잔 가져다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참으로 아쉬웠다.
그럼에도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뭐든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열심히 찾고 찾아 새벽배송도 시키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다시 몸이 회복되었다.
가장 추웠던 주에 아팠던 탓에, 며칠 전 문 밖을 나섰을 때 계절이 바뀐 기분이 들었다.
봄은 아닌데, 봄기운이 느껴진다.
내가 아프면, 사람들은, 그랬다.
혼자 아프면 어떡할 거냐고.
그땐 몰랐다.
혼자면, 힘든 건 있다. 물리적인 힘은 정말 무시 못한다. 그리고 가끔, 의논할 대상이 바로 옆에 없다는 것도.
그런데 이런 생활이 반드시 외로움과 직결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끼워 맞추려 든다.
함께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결혼유무를 내 몸 상태와 결부 짓곤 한다. 일부는 수긍한다. 모든 게 틀린 말이 아니니까.
어떤 이들은, 내 일상 전체를 판단하기도 했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며칠 전 일이다.
35살의 의사가 " 결혼하기엔 서른다섯은 늦었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렇게 말한다. 나는 훨씬 많으니 늦어도 매우 늦었다. 솔직히 어떤 지인은 그렇게 말했다. 이제 (결혼은) 안 되겠다. 그렇지?라고.
늦은 나이라는 게 있구나... 물론 출산을 생각한다면, 이는 중요하다.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도 아니기에, 더는 기분 상할 일도 없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결혼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 사주에도 그렇단다. (사주팔자타령은 하지 않습니다. )
무엇보다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다. 지금도 하고 싶은 게 많은 데, 스스로 타협하고 있다. 왜? 이것도 내 체력상태로는 오버니까... 현재는.
가끔 내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만, 그게 모두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게 되어, 더는 혼자만의 감정에 취한 발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톡도 내 일상을 위한 사진첩으로만 사용한다. 새해인사는 주고받지만, 내 상황에 대하여 말하는 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일일이 공감하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괜찮다. 내 감정과 감상은 일기를 쓰고, 메모를 남기면 된다.
친구는 결혼을 했음에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말을 안 해." 처음에는 그 말이 "외롭게 " 들렸는데, 수긍하게 되었다. 일리 있다.
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죽기 전까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
엄마도 그랬다. 당당하게 고개 들고, 용기를 갖고 살면 된다라고.
나 또한 스스로에게 늘 이야기한다.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은, 내 인생의 자양분이지 쓰레기가 아니라고.
결국 혼자의 시간은 나를 더욱 성장시킨다는 믿음으로 , *오늘도 나를 응원합니다.
*아침마다 듣는 어느 방송국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라디오 DJ 가 이렇게 말하는 데, 그게 정말 좋다.
"오늘도 응원합니다.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