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 정원, 밀밭의 식탁

밀밭에서 찾은 답

by 깔깔마녀

책을 다 읽은 후 재료가 가장 간단한 것을 골라, 따라 해 보았습니다.

책대로라면 <바삭바삭 햇감자 천연 효모 와플>이 나와야 하는 데,

시작은 감자 와플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물은 감자전입니다.

당분간 오븐이나 기계 없이 빵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첨가물 없이 감자 와플을 만드는 빠른 방법> p95~97

익힌 감자 100g, 우리밀가루 10g, 꿀 10g(설탕 대체 혹은 생략), 천일염 1g의 재료를 준비
으깬 감자에 소금, 꿀, 밀가루, 허브도 있으면 넣고 끈기가 생길 때까지 치대서 동그랗게 반죽을 빚는다. 오일을 뿌려 달군 와플팬에 반죽을 넣고 약 중불로 팬 위아래 면을 3분 전후로 굽는다.
만약 뭉칠 정도로 충분히 치대지 않고, 오일을 고루 뿌리지 않고, 예열도 안 하면, 팬에 붙어 산산이 부서질 수 있다.
~ ~ ~
와플기가 없으면 전을 부치듯 프라이팬에 굽는다.
채식 버거나 감자 팬케이크로 즐겨도 좋다. (본문)

분명 책에도 "전을 부치듯"이라는 대목이 있었는데, 왜 만들기 전에는 이 문장이 불러올 여파를 생각지 못했을까요?

만약 감자전을 목표로 삼았다면, 번거롭게 감자를 물에 삶고(30분 남짓 소요) 치대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감자를 강판에 갈고 쌀가루나 밀가루 약간 섞고 소금 조금 넣은 후,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지져내면 끝!

아마 사진처럼 맛있는 와플이 탄생하기를 바랐던 마음이 너무 컸던 나머지, 팬으로도 가능할 거라, 은근히 기대했나 봅니다.

IMG_2380.JPG 모양과 사진은 별로지만 맛있다고 함. 요리를 하며 깨달은 것, 모든 음식을 다 만들 필요가 없다. (전문 직업인이 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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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사는 게 더 경제적일 듯(결국 남은 감자를 샐러드로 만들었으니, 요리를 두 번씩이나 했다.)



저는 빵을 먹지 않지만, 빵 사진이나 글자만 봐도 기분이 달라집니다. (브레드 보다 빵이라고 부를 때 동글동글, 폭신폭신한 느낌이 산다. ) 오븐 속 빵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타임랩스 촬영으로 보여줄 때, 넋을 놓고 맙니다. 이 책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도시를 떠나 지리산 자락 아래로 삶의 터전을 바꾼 후 농가밀을 키우고 직접 빵을 만들며 이웃과 나누는 <월인 정원>의 주인이 됩니다. 요가도 가르치고, 농가밀빵 아카데미를 열며- 구례, 화개 등 장소를 이동하며 수천 명의 수강생과 인연을 맺었다.-이웃과 함께 빵 식탁을 차렸던 일들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한 가득 펼쳐집니다.

"농가밀빵 작업자"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을 실천하는 저자의 이야기도, 빵 굽는 향기처럼 폴폴 구수하게 느껴집니다. 만약 살아온 과정을 자랑으로 과대 포장되거나, 전원생활에 대한 감흥만 가득했다면 빵 사진만 보다 끝낼 수도 있었겠지요...

행복도 농사를 짓듯 일상을 짓는 태도나 습관이 아닌가. 나의 일상도 늘 이런저런 이유로 좋았다 나빴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할 필요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처음 길에서 만난 실수와 실패, 아픔이 없었다면 아직도 내 행복의 방식을 배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본문)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빵의 퍼레이드도 즐거운 풍경이지만, 도심과는 또 다른 사계의 변화와 자연의 색이 주는 아름다움을 실컷 구경할 수 있어 마음 편했습니다. 아날로그 매체가 주는 한계를 뛰어넘는 생생한 사진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넓고 푸르른 밀밭을 거닐 수 있었답니다.


농가 밀은 하나의 농가에서 재배한 단일한 성질의 밀로 생산이력을 아는 밀이라고 정의해 보았습니다. 직접 생산하고 제분하여 소비자에게 건네주는, 들에서 바로 건너오는 밀, 그 어떤 가공이나 훈증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밀입니다. (본문)





*자연에서 답을 찾고 자신의 일과 인생을 독립적으로 꾸려나가는 삶을 주제로 다룬 영화*

마차타니 미츠에 감독의 <타샤 튜더>


*책*

<킨포크> 시리즈

<Hygge Lifestyle Food: 휘게 라이프 스타일 요리> 트리네 하네만

(주의할 점: 본질은 잊고 사진에만 심취하게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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